하나님! 어제 밤에 써 놓은 기도문을 날렸습니다. 컴퓨터가 전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당황스럽고 '어제 프린트를 해놓을 걸'하는 후회가 듭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을 모아 다시 기도문을 작성합니다. 살면서 이렇게 뜻하지 않은 일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 일이 사소한 일일 때는 마음이 빨리 진정되지만 큰 일일 때는 정말 힘이 듭니다. 하나님!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만날 때도 호흡을 가다듬고 그 일을 해결해 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허락해주십시오. 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히 해나가는 묵직함도 주십시오. 그리하여 일상의 모든 일들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살도록 해주십시오.
하나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이루면 무엇을 가지면 행복 할 것 같았는데, 그 순간이 지나면 새로운 욕망이 솟아나 결코 행복하지 못한 저를 봅니다. 내가 만들어 놓은 '행복'이라는 허상에 마음을 빼앗겨 이 순간을 놓치고 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돌아보니 이미 사방에 행운과 지복이 가득합니다. 뜨거운 햇볕과 불어오는 바람 속에, 환히 웃는 아이의 웃음 속에,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공동체 속에 깃든 하나님의 은혜를 만납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하나님! 올해 제 나이가 마흔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마흔이 넘은 주변 어른들이 큰 산 처럼 보였는데, 지금의 저는 여전히 꿈 많은 아이 같습니다. 돌아보면 살아온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나 하나를 돌보기도 벅찼던 제가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삶이 확장되고 성장했습니다. 아이들은 부족한 어머니의 서투른 양육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자연과 넉넉한 이웃의 사랑속에서 훌쩍 자랐습니다. 햇볕에 여물어 가는 밀과 보리처럼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고 커갑니다. 참 기적같은 일입니다. 새삼 이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은 하나님 당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세상 모든 만물의 생과 사 화와 복을 주관하시는 당신앞에서 그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입니다. 유한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이 아닌 영원한 당신이 베푸시는 무한한 사랑과 자유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올 한해 저는 휴직원을 내고 제 자신에게 휴가를 주었습니다. 한 숨 쉬어가면서 이완의 기쁨을 누립니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오면서 아침 바람을 맞습니다. 수영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손과 발로 물살을 힘차게 갈라 숨을 헉헉 거리며 터질 것 같은 심장의 박동을 듣습니다. 조용히 도서관 서고에서 느긋하게 책도 읽고, 손에 굳은 살이 박히게 기타도 쳐봅니다. 이웃들을 초대해 음식도 나누고 바쁜 이웃의 아이들은 돌봐주기도 합니다. 이런 휴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기간을 통해 나를 잘 돌보고, 충만하고 기운찬 모습으로 행복하게 일터로 돌아가도록 인도해주십시오.
하나님!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땀흘리는 모든 이웃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상황을 겪는 이웃들을 돌보아 주십시오. 그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게 도와주십시오. 정우가 '투발로'라는 섬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배우고 와서 마음이 아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기는 투발로에 가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어른인 제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송전탑 건설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의 욕망은 끊임없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지구가 몇개가 되도 모자랍니다. 이제 더욱 자원을 아끼고 소박하게 사는 연습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나부터 우리부터 욕망을 따라 소비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결단과 용기를 가지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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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양미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