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든 것이 그냥 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렇게 하나하나 저희에게 좋도록 일하시는지요?
어떻게 그렇게 지켜보지 않으신 것이 하나도 없는지요?
저와 우리의 삶에 하나님께서 온통 우리와 나란히 함께 걷고 계심을 믿습니다. 다만 제가 얼마나 느끼느냐는 것입니다. 내 곁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얼마나 자주 쳐다보느냐는 것입니다.
아~ 좀 더 지난 날은 곁에 계시기나 한 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지금은 곁에 계심이 순간순간 더 자주 가슴 깊이 느껴져 너무 든든하고 평안합니다. 자주자주 마음이 평안해지니 좋습니다.
함께 계심이 느껴지면 화가 났더라도 내가 화난 이유를 뻔히 알고 고개 끄덕여 주시니 화가 전보다는 조금 빨리 누그러집니다.
곁에 계시니 내가 왜 속상한지? 진짜 이유를 회피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 미운 진짜 이유, 이 상황이 못 마땅한 것인지 사람이 문제인지 돈이 문제인지 나 자신이 문제인지?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용기 없음인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건지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습니다. 곁에 계셔서 뻔히 아시니까요.
전에는 일단 변명이나 괜한 이유를 마음에 품었다가 고요히 기도하며 원래 이유로 돌아갔습니다. 원래 이유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지금은 내 마음을 인정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어떨 땐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화내는 동시에 들여다 볼 때도 있구요. 그럴 때면 화낸 나의 모습에 바로 피식 웃음이 다 납니다. 바로 곁에 계시기에 가능합니다.
전에는 하나님께서 곁에 계신 것이 감시하시는 것 같아서 좀 귀찮았습니다.
‘아~ 이럴 때는 좀 모른 척 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점점 함께 계심이 편안해 집니다.
지켜 보고 계심이 ‘감시자’가 아니라 ‘지지자’입니다.
지지하시는 하나님은 내가 아주 위급할 때를 빼고는 나대신 해결하시지 않고 나더러 직접 할 수 있도록 나를 키우십니다.
주저할 때면 곁에서 ‘내가 있잖아’하셔서 곧바로 시도하게 합니다.
그러니 원래 나는, 좋아했다가도 금방 두려워하는 존재인데
내 곁에 당신이 계시니 이젠 좋아했다가 곧 바로 두려운 일이 닥쳐도 그 좋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려운 일, 어려운 일, 속상한 일은 아주 평범한 일입니다.
다만 내가 두 팔 벌려 서 있는 나무 둥치를 껴안을 때와 같습니다. 내 양팔의 크기에 따라 두려움이 때로는 작게, 때로는 너무 크게 느낄 뿐임을 압니다.
함께 하심을 자주 느낄수록 내 양팔의 길이도 늘어나서 두렵거나 속상할 때도 넉넉히 껴안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때로 지쳐있을 때 양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으면 팔을 일으키십니다. 감사합니다.
힘이 다 빠져 꼼짝 않고 있을 때가 있었지요.
하나님께서 직접 나서서 저의 양 손을 잡고 날 가로막은 아주 큰 나무 둥치를 함께 껴안으십니다.
내 팔 길이로는 안 되겠다 싶으셨겠지요?
이 때 대신 해결해 주신 것은 내게 용기를 주기보다는 ‘이것 봐 하니까 되잖아’ 하고 미리 맛을 보여 주고 싶으셨겠지요. 그리고는 마치 내가 해 낸 것처럼 하시려고 저랑 함께 하셨지요.
꼼짝 않고 있은 것 죄송하고 미안하고, 대신 해결해 주신 것 많이 많이 감사합니다.
하나님 고백합니다.
저희는 ‘하나님의 함께 하심’에 변덕스럽게 반응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고백합니다.
변덕스러운 저희가 그래도 하나님과 함께 하고 싶음을 고백합니다.
아니 늘 함께 하심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더 자주 더 많이 느끼기고 싶음을 고백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크기에 따라 달리 보이는 상황과 상대적 조건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즐기고 누리고 싶습니다. 이런 하나님을 알고 살아가게 된 것 많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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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 
박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