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이 손님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와 함께 생활을 할 것입니다. 낮이건 밤이건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네 삶에 큰 영향을 끼칠 터입니다. 때로는 매서운 추위를 안겨 주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때로는 함박눈을 내려 주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이 손님을 매우 좋아하겠지만, 또 어떤 때는 이 손님을 싫어하는 마음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이 손님에 대해 싫어하는 마음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록 살을 에는 추위로 내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이 손님을 밀쳐내는 마음이 되지는 않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랑하는 나의 가난한 이웃들이 추위로 말미암아 견디기 힘들어 하더라도, 이 손님을 미워하는 마음이 되지는 않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는 그 마음과 똑같이 이 손님에 대해 늘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곧 나와 우리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자비심으로 이 손님을 대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손님과 함께 하는 동안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잘 누리는가 하면, 다른 한편 수용과 자비심을 키워나가는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이맘때면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마지막 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한 해가 눈 깜빡할 사이에 흘렀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찰나의 짧은 시간이 무한소로 줄어들다가 마침내 제로가 되어 버리는 순간을 통찰하게 됩니다. 시간이 빨리 흐르니 느리게 흐르니 하는 그런 흐름은 없다는 통찰을 맛보게 됩니다. 곧 시간이란 없고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라는 통찰로 빨려들게 됩니다.
다시 달력에 있는 12월로 돌아옵니다. 이 한 달 동안 한 해를 잘 정리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으로나 물질로나 빚을 진 일이 있다면 가급적 그 빚을 갚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은혜의 빚을 진 것이 생각난다면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다면 그런 감정을 잘 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마음 상태, 텅 빈 마음으로 한 해를 마감하면 좋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다시금 우리에게 새로운 소망의 빛을 주신 그분, 그분의 탄생을 기대합니다. 즐겁고 기쁜 성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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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5/25 
목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