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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정2
   7월의 고백
아기를 낳았습니다.
배가 불러올 때도 낳아서도 계속 중얼거린 말, ‘신기하다’

​낳는 즉시 피 끓는 모정이 나를 휩쓸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못해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구나’
멀뚱히 아기를 쳐다보며 중얼거립니다.
시험관 이식 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던 3개의 수정란 사진
그중 한 개가 이렇게 커지고 눈코입, 손발 달려 내 속에서 나왔다고?
말도 안 돼. “아가야 너 정말 어디서 왔니?”

​거짓 논리의 점철로 이뤄진 견고해 보이는 에고의 세상
불경스럽게도 그 정교한 프로그램의 시작점에서
아직 채 짜 맞추지 못한 벌어진 틈을 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백일, 이제 눈이 점차 멀어갑니다.
아기는 처음 프로그래밍 된 대로 젖을 찾아 엄마를 찾다가
이제 엄마를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어디에서 이런 사랑을 받아볼까?
덤덤하던 이 엄마도 이제 그 열렬한 팬심에 빠져들어 너무 예쁘고 귀엽고... 한 마디로 낚였습니다.
이렇게 엮이는 거구나 싶으면서도
이 아기가 내 자식인 것이 어느새 너무나 당연합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분신이라고 말하나 봅니다.

​새롭고 예쁜 에고의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몇십 년 세월 그 처음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되새길 수 있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 낯섦으로 아이를 내 분신이 아닌
다른 인격체로 또 다른 하나님의 아들로 바라보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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