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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괴로움 아무도 모르네/ 텅 빈 복도를 왜 뚜벅뚜벅 거니는지/ 죄 없는 담배를 꼬나물고/ 왜 매콤한 그 고통을 폐 속 깊이 끌어들이는지/ 왜 때 묻은 창 너머의 반쯤 시들한 낙엽을 응시하는지/ 창틈의 하늘이 왜 그리 푸르게 보이는지/ 말 없는 담배의 향연이 손끝까지 올라와/ 뜨거움을 기대어도 왜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지/ 나의 괴로움 아무도 모르네>
어떤 사람이 쓴 <나의 괴로움 아무도 모르네>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연유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기가 겪는 괴로움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위로받고 싶을 거 같습니다. 도움을 바랄 거 같습니다.
우리도 괴로움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괴로움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거 같을 때, 나 혼자 그 괴로움을 부둥켜안고 있는 거 같을 때, 그 괴로움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달리 말하자면 괴로움에 외로움이 더해지면 괴로움이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러다 누군가 나의 괴로움을 알아주며 따스하게 공감해줄 때 괴로움이 조금 줄어들게 됩니다. 오늘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믿형 르우벤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은 뉘우침을 드러내 보이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르우벤은 동생들을 비난하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이집트의 총리가 자기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동안 통역을 세우고 말을 주고받았는데, 자기들끼리 나누는 말을 통역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형들이 하는 말을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 앞에서 잠시 물러가서 울었다고 합니다. 요셉은 왜 울었을까요?
요셉의 형들이 한 말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아우가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에, 그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가 아우의 애원을 들어 주지 않은 것 때문에, 우리가 이제 이런 괴로움을 당하는구나.” 그들이 말하는 20여 년 전 세겜 들판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열일곱 어린 요셉은 형들에게 자기를 죽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형들이 옷을 벗기고 웅덩이에 던지는 순간 몹시 놀라고 두려웠을 겁니다. 그 웅덩이는 혼자서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누군가 위에서 밧줄 같은 걸 내려 줘야 그걸 붙잡고 올라올 수 있는 깊이입니다. 요셉은 웅덩이 속에서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그런데 형들은 요셉이 애원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 옆에서 태연히 밥을 먹었습니다. 형들은 바로 그때를 말하는 겁니다. 요셉이 자기들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에,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도 애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겁니다.
형들의 말을 들으며 요셉은 그때가 떠올랐을 겁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때가 떠올랐을 겁니다. 엄청난 두려움으로 떨었던 그때가 말입니다. 구덩이에 갇혀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형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형들은 그저 자기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미워할 뿐, 자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모르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고통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 같았습니다. 그렇게나 자기를 사랑하는 아버지도 자신의 고통을 모르는 겁니다. 심지어는 하나님도 자신의 고통을 모르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나의 괴로움 아무도 모르네>라는 제목의 시를 쓴 사람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지금 형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때 자신의 그 끔찍한 고통을 형들이 알고 있었던 겁니다. 형들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이상하게도 요셉의 마음이 출렁거리며 눈물이 맺히는 겁니다. 사람의 이러한 심리 상태를 여러분이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형들이 더 미워질 수도 있습니다. 괴로워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는 걸 알면 더 미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요셉은 하나님이 상처를 치유해 주셔서 형들을 용서한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이기에 더 미워지는 쪽으로 마음이 가지는 않는 겁니다. 반대로 약간의 위로를 받는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겁니다. 요셉이 형들의 말을 듣고 울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로 고통을 겪는데 아무도 그 고통을 모르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아무도 그 고통을 모르는 이유는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하나는 여러분이 그 고통을 어떤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말했는데도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은 경우입니다. 둘 중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그때 퍽 힘들었을 겁니다. 혹은 지금 그런 고통을 겪는 분이 계십니까? 그럴 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아무도 내 고통을 모른다 하더라도 하나님만은 아신다는 사실입니다.
‘혹인 영가’는 노예로 끌려온 미국의 흑인들이 부른 종교적 성격의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입니다. 흑인 고유의 리듬감을 바탕으로 찬송가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흑인 영가 중에 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습니다. ‘아무도 나의 괴로움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 가사는 찬송가 372장 가사와 비슷하기에 찬송가 가사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 또 나의 슬픔 알까/ 주밖에 누가 알아주랴/ 나 자주 넘어집니다/ 나 자주 실패합니다/ 나 슬픈 일 당합니다/ 나 심히 괴롭습니다 오 주여/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 또 나의 슬픔 알까/ 주밖에 누가 알아주랴 영광 할렐루야>
내가 고통을 겪을 때 누군가 나의 고통을 알아주며 따스하게 공감해주면 고통이 제법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알아주며 공감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계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늘 무의식 차원에서 고통을 겪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무의식 안에 있는 원초적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원하는 일이 이뤄져서 기뻐하더라도 동시에 무의식 차원에서는 고통을 겪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나의 고통을 알아주면 공감해준다 하더라도, 그 자신도 지금 무의식 차원에서는 고통을 겪기 때문에 그의 공감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은 나의 고통을 정확히 아십니다. 그리고 완전한 평화와 완전한 기쁨으로 존재하시는 주님은 온전히 위로해주십니다. 따라서 아무도 나의 고통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주님께 나의 고통을 맡기고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완전한 사랑이신 주님이 가장 좋은 도움을 주실 겁니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며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나 혹은 주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하셨으니, 우리도 주변 형제들의 고통을 알아주며 따스하게 공감해주고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주님의 도움을 받으면 그 일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도 나의 고통을 모른다고 할 때 그 고통은 의식 차원에서 지각하는 것입니다. 의식 차원에서 지각하여 주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이 잘 풀려 의식 차원에서는 고통이 지각되지 않더라도, 무의식 차원에서는 고통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그 무의식 차원의 고통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무의식적 도움 요청은 조건반사 현상과 같습니다. 고통스러우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은 필연이고, 그래서 자동적으로 도움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람이 언제나 무의식 차원에서는 사랑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여러분이 꼭 아시기 바랍니다. 물론 무의식 차원의 일이기에 자신이 사랑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의식 차원에서는 모릅니다.
조금 전에 형제들의 고통을 알아주며 따스하게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일에 더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형제들의 무의식 차원의 요청에 의식 차원에서 응답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요?
형제의 모든 부족한 모습을 무의식 차원에서 사랑을 요청하는 일로 이해하는 겁니다. 예컨대 누군가 화를 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 지독하게 욕심을 부리거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 역시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 어떤 일로 슬퍼하면, 역시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 어떤 일로 두려워하면, 역시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 원망과 불평을 말하면, 역시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 무언가에 중독 증상을 보이면, 역시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 나를 미워하거나 비난할 때도, 역시 ‘아, 이 사람이 지금 사랑을 요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 요청을 거절하든지 아니면 받아들이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거절해도 괜찮습니다만, 거절은 나에 대한 거절로 이어집니다. 곧 나도 무의식 차원에서 사랑을 요청하고 있는데, 상승성의 원리에 따라 나의 요청이 거절당하는 결과를 맞게 됩니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상대방의 분노, 두려움, 슬픔, 욕심, 중독 등에 내가 무엇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차원에서는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 차원에서는 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를 축복하는 것입니다. 곧 ‘그대는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그분의 고귀한 자녀입니다’라고 축복하는 겁니다. 그 축복이 그에 대해 최고의 사랑입니다. 내가 그렇게 축복하면 나머지는 성령이 알아서 합니다. 곧 그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겁니다. 그 축복은 시간이 드는 일도 아니고 돈이 드는 일도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축복하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축복하지 않으면 내가 축복받지 못하고, 축복하면 내가 축복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축복할지 말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형제의 모든 부족한 모습을 사랑을 요청하는 일로 지각하는 습관, 이 습관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킵니다. 곧 내 마음에 있던 어둠은 현격히 줄어들고, 대신 빛이 완연하게 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이 축복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해지니 그의 마음에도 빛이 늘어갑니다. 따라서 이 습관은 보석처럼 귀한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좋지 않은 습관들 위에 이 습관이 자리 잡게 되면, 우리의 삶은 싱그러운 향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4월의 꽃향기보다 더 싱그러운 향기가 우리의 삶에서 은은하게 풍겨날 것입니다. ❉
주님,
우리가 고통을 겪을 때 그걸 알아주며 따스하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 고통을 내맡기고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한편 형제가 고통을 겪을 때 그의 고통에 함께하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를 원합니다.
더 나아가 형제가 무의식 차원에서 겪는 고통에도 함께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형제가 어떤 형태의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지금 사랑을 요청하는 거로 지각하는 습관을 기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요청을 받아들여 그를 진심으로 축복하려 합니다.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에서 빛이 점점 확장되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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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