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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운명이란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태어나서부터 만들어가는 것일까요? 만약 타고나는 것이라면, 그것을 달리 표현하여 인간은 정해진 각본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역을 공부한 사람들 말로는 각본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에게 9가지 성격 유형이 있는데, 성격은 타고난다고 말합니다. 성격을 타고난다는 것도 넓게 보면 인생의 각본을 갖고 태어나는 거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인생 각본이라는 주제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본문에서 요셉은 형들이 자기를 이집트로 팔아넘기긴 했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말합니다. 요셉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이는 요셉을 이집트로 팔아넘기게 하는 하나님의 각본에 따라 형들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요셉의 ‘참 용서’에는 하나님의 각본이라는 이해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인생에 각본이 있다면 각본의 내용은 어떤 기준에 의해 만들어질까요? 각본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은 전생에 지은 업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무척 좋은 일을 만나면 흔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 말이 바로 전생에 지은 업에 따라 현생의 일이 결정됨을 가리킵니다. 물론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는 윤회라는 개념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업이라는 기준은 한 가지 점에 있어서 한계를 지니는 거로 보입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생에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의 기준으로 보면 그는 전생에 정말 착하게 살았던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그의 행동에는 그릇된 것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그가 전생에 그렇게 착한 일을 많이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전생에서는 그렇게 착하게 산 사람이 이번 생에는 거의 정반대 모습으로 사는 게 가능한가, 하는 겁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더러 정말 착하게 사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삶은 가난할 뿐만 아니라 온갖 고생으로 이어집니다. 업의 기준으로 보면 그가 전생에 악한 행동을 많이 했어야 하는데, 그랬던 사람이 이번 생에 이렇게 착하게 살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부유한 경험과 가난한 경험을 골고루 한다는 겁니다. 또한 가해자의 역할과 피해자의 역할도 바꿔가면서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 현상이 이해됩니다. 곧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이번 생에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아니라, 이번 생이 부귀영화를 누릴 차례라는 겁니다. 또 지독하게 가난한 사람도 전생에 악한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이번 생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할 차례라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업의 기준과 다양한 경험을 골고루 하는 기준, 이 두 가지 기준을 절묘하게 섞어서 각본을 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각본을 짜는 존재는 하나님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분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잘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을 전제로 하여 오늘 제가 드리려는 말씀은 이것입니다. 각본에는 내가 짠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성령이 짠 각본이 또 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짠 각본이 원래 있는데 성령이 그 각본을 수정하여 새 각본을 만든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성령의 각본에 따라 운명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짠 각본은 나의 에고가 만든 것이기에 에고의 각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현재 내게 고통을 주는 것, 달리 말해서 기쁨을 주지 않는 모든 것은 에고의 각본에 의한 거로 보면 됩니다. 반면에 성령의 각본은 은혜와 감사로 충만한 내용으로 펼쳐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성령의 새 각본으로 살고 싶은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각본 수정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간단하게 말해서 에고의 각본은 그른 마음에서 비롯되고, 성령의 각본은 바른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그른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바꿔서 선택하면 각본이 바뀝니다. 물론 우리가 바른 마음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그른 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바른 마음 선택을 반복해서 꾸준히 해야 합니다. 따라서 각본이 바뀌려면 퍽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불교에서는 고통스러운 현실은 악업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현실을 바꾸려면 선업을 쌓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선행을 강조합니다. 잡은 물고기를 풀어주는 ‘방생’이라는 것도 선행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선행에는 그른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단히 많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큰 보상을 기대하여, 자랑하기 위해 하는 선행은 죄다 그른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선행은 아무리 해도 각본을 바꿀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런 선행도 한 가지 점에서 가치를 지닙니다. 곧 그런 선행이라 하더라도 선업을 지은 게 되어, 다음 생에서 남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 운명을 가질 가능성이 생기는 겁니다.
각본 수정은 행위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바른 마음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행위가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른 마음으로 수많은 선행을 하여도 각본 수정 차원에서는 소용이 없고, 바른 마음으로는 선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수정이 됩니다. 하지만 바른 마음이 되면 대개 자연스럽게 선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선행이 진정한 가치를 지닙니다.
우리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마음 안에 있는 죄책감 때문입니다. 성령은 그 죄책감을 지웁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현재 맞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의 원인이 전생에 행한 나쁜 행동이었다면, 성령은 그 나쁜 행동을 일으킨 죄책감을 지웁니다. 그래서 각본을 바꿉니다. 그런데 병은 나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죄책감 자체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성령이 죄책감을 지우면 큰 병이라도 치료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뇌에 혹이 생긴 거로 이해합니다. 그 혹의 원인이 저의 그른 마음에 있는 죄책감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에 뇌종양이라는 각본을 에고가 만든 겁니다. 원래 각본이 어떻게 전개될 예정이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성령이 에고의 각본에 중간에 끼어들어 각본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원래 각본은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증상을 느끼게 되어 발견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심각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성령이 각본을 수정하여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곧 시력 손실이나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기 전에 우연인 것처럼 조기 발견하여 수술하는 거로 바꾸었다고 보는 겁니다. 더 나아가 수술할 때 의사의 판단을 주도하여 뇌하수체 줄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일부분을 남겨두게 함으로써, 결국은 뇌하수체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게 각본을 짰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에고의 각본이 저의 신앙 성장에 귀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뇌의 종양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로운 뜻이었다고 고백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뇌의 종양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게 사실은 아닙니다만,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은 괜찮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각본 수정의 경우는 다양합니다.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를 당하는 게 에고의 각본이었는데, 각본이 바뀌어 사고를 비껴가는 겁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사는 것이 에고의 각본이었는데, 각본이 바뀌어 부자는 아니어도 큰 걱정 없이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처럼 병도 해당합니다.
다만 각본 수정은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뤄집니다. 따라서 자신의 어떤 각본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입니다. 아니, 그런 요청이 그른 마음 상태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은 각본 수정을 방해하는 일이 됩니다.
무의식 차원에서 보면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공격한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왜냐하면 타인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에, 타인을 미워한다면 그건 분명히 나를 미워한다는 증거가 됩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내가 바뀌기를 바라는 각본의 내용은 내게 유익이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전적으로 나를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바꾸시는 내용은 온전히 내게 유익이 됩니다. 그래서 각본 수정에 있어서 하나님을 신뢰하며 전적으로 내맡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타고난 각본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성령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거고, 그리고 바뀌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가급적 바른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태초로부터 무의식에 태산처럼 쌓여있는 죄책감을 성령이 조금씩 해제합니다. 그러니 거꾸로 죄책감을 강화하는 일을 삼가도록 해야 합니다.
성령에 의해 에고의 각본이 하나씩 필요한 것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모두 바뀌지는 않습니다. 성령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 바꿉니다. 큰 틀은 계속 유지하는 겁니다.
어쨌든 내게 꼭 필요한 건 하나님께서 바꿔주실 겁니다. 물론 현재 상황이 원래 타고난 각본인지 바뀐 각본인지 구분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돌보시고 안내하심을 믿으며 사는 겁니다. 늘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주 그런 표현을 하나님께 하여야 합니다. “주님의 은혜로 제가 살아갑니다.”라고 말입니다. 영어로 하면 “By Your grace I live.”입니다.
저는 매일 집 주변 둘레길 걸을 때 그 말을 자주 합니다. 또 “당신이 돌보시고 안내하시니 안전하고 든든하며 그리고 모든 희망이 나의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 잘 될 거야.”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그리고 걱정이 올라오면 곧바로 하나님께 내맡깁니다. 결정도 내맡깁니다. 미래도 내맡깁니다. 아니, 삶의 모든 것을 내맡기고 살려 합니다. 그렇게 하니까 삶이 점점 편안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 스테로이드 약을 세 개나 먹고, 밤에 서너 차례 깨서 오줌 누어야 하는 형편이지만 미래를 낙관합니다. 심지어는 하나님이 경제적으로도 도와주실 거로 믿습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궁핍하지 않게, 그래서 생활하는 데 큰 불편 없을 정도로는 만들어 주시리라고 낙관합니다.
설령 지금 에고의 각본이 펼쳐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겁니다. 그 말은 에고의 각본도 성령의 각본으로 받아들임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에고의 각본 상황이든 성령의 각본 상황이든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각본으로 바뀐 생활을 하면 좋겠지만, 안 바뀌어도 하나님에 대한 신뢰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껏 성령이 각본을 바꾸었는데도 그른 마음으로 반응할 수 있고, 안 바뀌었어도 바른 마음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원하는 상황인데도 모나게 반응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평화롭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를 이롭게 하는 것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은 하나님에 의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일어나는 모든 일과 모든 사건이 자비롭게 계획되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렇게 모든 일이 하나님의 각본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성령에 의한 각본 수정이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힘든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반응하다 보면, 힘든 상황 자체가 각본 수정으로 인해 점점 줄어드는 겁니다. 그 복된 길 하나님의 사랑에 감싸여 잘 걸어가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
주님,
우리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을 미워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을 공격하게 되고 그것이 나쁜 각본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죄인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기뻐하시는 고귀하고 소중한 자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여 자신의 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주옵소서.
그리하여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하여 주옵소서.
형제를 축복하고 사랑하여 내가 나를 사랑함을 검증받게 하여 주옵소서.
그 결과 성령에 의해 각본이 하나씩 바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각본이 안 바뀌었을 때도 바른 마음 선택에 힘을 쏟아
힘든 상황에서도 평화롭고 친절한 마음으로 반응하게 하여 주옵소서.
에고의 각본이 전개됨을 알아도 그것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옵소서.
그것이 각본 수정에 영향을 미쳐 힘든 상황이 점점 줄어들게 하여 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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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