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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인권을 보호합시다’라는 글씨를 쓰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장소는 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간 곳에 있는 통로입니다. 글씨 하나가 그 글씨를 쓰는 사람의 몸통만 했습니다. 그리고 붓 같은 거로 쓰는데 녹색 글씨입니다. 글씨를 다 쓰고 마무리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엎드려 있고 그 사람 등을 밟고 올라가서 글씨를 쓰는데, 신발을 신고 올라가 있는 겁니다. 신발을 신은 모습에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글씨를 쓰는 사람과 밑에 있는 사람이 모두 마네킹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부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곧 앰네스티라는 인권 단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12년 형을 선고받은 에티오피아의 기자 석방을 위한 서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본 어떤 사람이 ‘인권을 보호합시다’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은, 앰네스티에서 만든 퍼포먼스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아니라 마네킹이라 하더라도, 글씨를 쓰는 사람이 신발을 신고 올라선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곧 인권을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등 위에 신발을 신고 올라섬으로써, 그 사람의 인권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감옥에 갇힌 기자의 인권을 옹호하려고 하면서, 어떤 사람의 등을 신발을 신고 밟음으로써 그의 인권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을 느낀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오늘 본문을 보겠습니다.
야곱이 이집트로 가기 위해 집을 떠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이 올라왔습니다. 곧 미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국경지대인 브엘세바 도착하니 그 두려움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날 밤 하나님이 환상 가운데 야곱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집트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집트에서 늘 함께하실 것이며 또한 앞으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겠다고 미래의 비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야곱은 두려움이 가셨을 겁니다. 그리하여 다음날 든든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브엘세바를 떠났습니다. 야곱은 자기 자녀들과 손자들과 손녀들을 거느리고 이집트로 향했습니다.
이때 이집트로 간 야곱 자손들의 이름이 본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야곱과 함께 이집트로 들어간 사람들은 며느리들을 뺀 직계 자손들이 모두 예순여섯 명이었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이 예순여섯은 야곱의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 그리고 증손자들입니다.
이어서 27절은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이집트에서 요셉이 낳은 아들 둘까지 합하면, 야곱의 집안 식구는 모두 일흔 명이다.” 이는 예순여섯 명에서 요셉의 가족 세 명을 더하고, 또 야곱 본인을 더한 숫자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이집트에 들어간 자손은 예순여섯 명이고, 이집트에서 산 야곱의 가족은 모두 일흔 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집트로 들어간 자손 예순여섯 명은 며느리들을 뺀 숫자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야곱의 며느리 열두 명을 뺀 숫자라는 겁니다. 그런데 야곱의 처가 네 명이었는데 라헬이 죽었으니 세 명이 남아 있습니다. 그 세 명도 모두 죽었으면 몰라도 살아 있다면, 예순여섯 명은 며느리만 뺀 숫자가 아니라 야곱의 처들도 뺀 숫자가 됩니다. 그리고 예순여섯 중에서 여성은 두 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식과 손자와 증손자가 예순여섯 명이 되는데, 그중에서 여성은 두 명뿐이란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혹시 더 많은 여성의 이름이 생략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여성들을 뺀 숫자가 예순여섯 명입니다.
성경은 왜 여성들을 뺀 숫자를 기록했을까요? 당시 여성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서 그리되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굳이 예순여섯이라는 숫자를 밝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많은 자식과 손자들과 손녀들이 들어갔다고 표현해도 무방한데 말입니다. 따라서 그런 숫자는 표현하지 않는 것이 나았습니다. 훨씬 많은 사람이 들어갔는데 예순여섯 명이 들어갔다고 말하니, 이는 사실을 호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야곱의 집안 식구가 일흔 명이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성경은 그 숫자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굳이 숫자를 밝혔겠지만, 이는 여성을 가족에서 제외하는 참 부족한 모습입니다. 여성이 빠진 가족이 무슨 의미와 가치를 지니겠습니까?
오늘 본문을 통하여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관계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인권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말씀드린 시청역 퍼포먼스 작품이 보여주는 것처럼, 누군가의 인권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는 모습이 많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모든 사람의 인권 신장이 아니라 누군가를 제외한 인권 신장이라는 겁니다. 마치 본문에 기록된 야곱 가족 숫자가 여성들을 제외한 것이듯이 말입니다. 인권이든 가족이든 누군가를 제외하는 것은 부족한 모습입니다. 바로 그런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사랑이라는 문제로 확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형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미워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제를 사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랑은 온전한 사랑이 아닙니다. 차별적 사랑입니다. 혹은 누군가를 제외하는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한 너희가 너희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면서 지내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 사람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완전하여라.”(마5:45-48) 하나님은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의로운 사람이나 불의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하신다는 겁니다. 악하고 불의한 사람은 제외하고 선하고 의로운 사람만 사랑하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완전한 하나님의 사랑을 베풀라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한 사람이나,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만 사랑한다면 그건 바른 모습이 아니라는 겁니다. 곧 차별적 사랑이나 누군가를 제외하는 사랑은 바른 모습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SKY 캐슬이라고 하는 고급 주택지에서 사는 다섯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들은 대학교수거나 병원 의사입니다. 그들이 자기 자녀를 일류 대학에 보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예서의 엄마는 딸을 서울의대에 보내려고 수십억 원을 들여 코디네이터 선생을 모십니다. 그 과정에서 지독한 이기주의적 모습이 계속 나옵니다. 사랑하는 자기 딸을 위해 온갖 부정적 방법을 사용합니다. 심지어는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이웃집 아이에 대해 진범을 알고 있는데도 모르쇠 합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식을 위해 가장 이기적이 되는 게 엄마야.” 또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자식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게 엄마야.”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예서의 엄마는 다른 아이들을 모두 제외하고 자기 딸만 사랑합니다. 그러한 엄마의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딸에게 그런 이기적이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사랑을 전한 결과는 무엇이겠습니까? 예서 엄마 자신이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당하는 것입니다. 또한 딸은 엄마로부터 끊임없이 사랑을 받았는데, 행복하기는커녕 역시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면증의 고통을 당합니다. 사랑을 받은 결과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한편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예서의 코디네이터 김 선생은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다 결국 예서의 경쟁자인 혜나라는 아이를 살해합니다. 더 나아가 우주라는 아이에게 교묘히 살인 누명을 씌웁니다. 우주는 구속됩니다. 우주의 부모는 큰 고통에 빠집니다. 우주의 엄마는 범인이 김 선생임을 짐작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속을 태울 뿐입니다. 그러다 마침내 김 선생은 죄가 드러나 구속되고 우주는 석방됩니다. 그런데 김 선생에게 정신 장애 딸이 있습니다. 원래는 천재 소녀였는데 엄마의 욕심 때문에 정신 장애자가 된 것입니다. 하루는 우주 엄마가 그 딸을 데리고 김 선생 면회를 옵니다. 좋은 요양원에서 돌보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김 선생이 전에 우주 엄마에게 영영 나오지 못할 지옥 불에서 살아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걸 기억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그런 저주까지 퍼부었는데, 게다가 아드님의 일생까지 망치려고 했는데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우주 엄마가 말합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이 아이에게는 돌봐줄 손길이 필요하잖아요.” 면회를 마친 우주 엄마는 아이를 요양원에 차로 데려다줍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열 밤 자면 또 올게.”
우주 엄마에게 김 선생은 원수와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돌볼 수 없는 그이의 정신 장애 딸을 자기가 돌보는 겁니다. 우주 엄마는 자기 아들을 몹시 사랑하지만, 원수의 딸도 제외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하는 겁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원하시는 사랑입니다. 제가 그 드라마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본 장면이었습니다.
부모 대부분의 자식 사랑은 이기적입니다. 자기 자식만 사랑하고 나머지는 사랑에서 제외합니다. 자식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제를 사랑하면서도 누군가는 제외합니다. 형제를 축복하면서도 누군가는 제외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대체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국한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제외합니다. 자신이 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파인 사람은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축복에서 제외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우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좌파인 사람을 축복에서 제외합니다. 우리가 형제를 사랑하려고 하면서도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같은 사람은 제외하기 일쑤입니다. 아니, 그들을 공격하고 미워합니다. 이런 사랑은 하나님이 뜻하시는 사랑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완전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완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하나님처럼 누구도 제외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수준에서 그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을 목표로 세우는 겁니다. 이런 걸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데, 그렇다면 하나님의 DNA가 우리 안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중에서 오늘은 사랑의 DNA만 생각합니다. 그 DNA의 활성화가 가능하기에, 예수님이 우리에게 하나님과 같은 완전한 사랑을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완전한 사랑을 감히 목표로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처럼 누군가를 제외하는 사랑을 하면 무의식에서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죄책감이 불행의 원천입니다. 참 사랑은 타인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행복을 안겨줍니다. 하나님은 드라마에 나오는 예서 엄마나 김 선생 같은 부류의 사람과 우주 엄마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그런데 전자의 사람은 죄책감으로 불행을 자초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스스로 차단하고, 후자의 사람만이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그런 사랑을 목표로 세우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닙니까?
그것을 목표로 세운 사람과 목표로 세우지 않은 사람은 삶에서 차이가 점점 커갈 것입니다. 목표를 세운 우리의 내면에는 조금씩 변화가 나타날 터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행복감이 점점 깊어가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 아름답고 복된 길을 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우리는 누구도 제외하지 않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는 완전한 사랑,
그것은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예 꿈도 꾸지 않습니다.
물론 내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도움을 전제로 하여 그 완전한 사랑을 목표로 세우기 원합니다.
그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기적보다
사랑보다 미움이 더 큰 우리가 완전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 더 큰 기적입니다.
그 기적이 가능함을 믿을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DNA를 지닌 우리에게
그 사랑의 기적이 가능함을 믿을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그 믿음대로 먼 훗날 기적의 주인공이 되어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날 허락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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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