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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선, 곧 가장 좋은 것을 원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도저히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때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것을 추구합니다. 곧 차선을 선택하는 겁니다. 만약에 차선도 여의치 않을 때는 차차선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서양 속담에 “차선은 최선의 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서 적은 영어로 enemy입니다. 적이라고 했으니 몹시 나쁜 거, 해로운 거, 원수 같은 거라는 의미입니다. 차선이 최선보다 못하기는 하지만, 적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제까지나 최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차선으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차선이 그야말로 최선의 적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일까요?
바닷가에 등대가 우뚝 세워져 있었습니다. 배들은 항상 등대 불빛을 보며 방향을 잡고 안전하게 항구로 들어왔습니다. 기름 창고에는 기름이 늘 공급되어 있었습니다. 등대에 불을 밝히라고 정부에서 공급하는 기름이었습니다. 어느 날 자동차가 지나가다가 기름이 떨어져 오도 가도 못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주유소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운전사는 등대지기에게 사정했습니다. 그의 딱한 형편을 들은 등대지기는 기름을 조금 주었습니다. 이튿날 가난한 할머니가 오더니 추워서 못 자겠다면서 기름보일러에 기름을 좀 채워 달라고 하였습니다. 할머니를 가엽게 여긴 등대지기는 기름을 주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더 이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등대에 넣을 기름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배 몇 척이 파선되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기름이 떨어져 등대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조사단이 파견되었습니다. 기름을 충분히 주었는데 왜 등댓불이 꺼졌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등대지기는 사정대로 말하였습니다.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당신에게 기름을 공급한 이유는 오직 하나, 등대에 불을 꺼뜨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직무 유기입니다. 구속되어야 합니다.”
등대지기는 운전사와 가난한 할머니 등의 딱한 형편을 듣고 그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좋은 선택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기름 사용과 관련하여 최선은 그들을 돕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등대에 불을 밝히는 데만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기름이 떨어진 운전사나 할머니 등에게 기름을 나눠주는 것을 차선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 차선은 최선의 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차선을 선택한 등대지기는 많은 사람을 죽게 하고 자신도 구속되는 불행을 맞았으니까요. 오늘 본문도 최선과 차선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핑계를 대며 오지 않았습니다. 밭을 샀는데 가서 보아야 한다는 사람,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시험하러 가야 한다는 사람, 장가를 들었기에 갈 수 없다고 하는 사람 등이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거리와 골목에 가서,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잔치 자리가 꽉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큰 잔치는 천국 잔치를 뜻합니다. 그리고 천국 잔치에 참석하는 사람은 복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천국 잔치에 초대받고도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그 잔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은 스스로 복을 내팽개치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그들은 왜 스스로 복을 내팽개쳤을까요? 그것은 그들이 그 잔치에 참석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 잔치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잔치에 참석하는 일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갑돌이는 회사 일로 늘 바쁩니다. 한편 갑순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갑순이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갑순이를 만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때 갑돌이는 처리해야 할 회사 일이 태산같이 있지만 갑순이를 만나러 갑니다. 혹은 몹시 피곤하여 쉬어야만 할 상황이지만 기꺼이 갑순이를 만나러 갑니다.
이런 모습은 갑돌이에게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라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정한 필요의 순서에 따라 행동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그 일을 가장 먼저 하게 됩니다.
본문에서 잔치 초대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잔치는 필요의 순서에서 뒤로 밀려 있었던 겁니다. 잔치 참석보다 더 우선 되어야 할 일이 그들에게 있었던 겁니다. 그 일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필요했던 겁니다. 천국 잔치에 참석하는 것이 가장 복된 일이건만, 많은 사람이 그 잔치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겁니다. 다른 일을 잔치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천국 잔치에서 누릴 기쁨보다 세상의 기쁨에 더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이를 최선과 차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천국 잔치에 참석하는 것이 최선이고, 다른 일을 하느라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차선이라고 보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천국 잔치의 가치를 잘 몰라 차선의 길을 선택하는 겁니다. 세상의 기쁨에 더 가치를 두어 차선의 길을 선택하는 겁니다.
세상일 중에서는 부득이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갑돌이가 A라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만 도저히 여건이 안 되면 B와 결혼해야 합니다. 곧 A와 결혼하는 것이 최선이고 B와 결혼하는 것이 차선입니다. 이런 경우는 차선이 더 낫습니다. 왜냐하면 최선을 고집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할 테니까요. 사실 우리 대부분은 배우자 선택이 차선이나 더 나아가 차차선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천국 잔치에 참석하는 일만큼은 차선을 선택하면 안 되는 겁니다. 만약 차선을 선택한다면 그 차선은 최선의 적이 되는 겁니다. 곧 스스로 복을 내팽개친 것이기 때문에 적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겁니다. 천국 잔치에 참석하는 것을 구원받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구원의 기회를 외면한 것이기 때문에 적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겁니다.
본문에서 주인은 잔치 초대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 대신,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을 초대하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잔치에 참석하여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그들은 밭을 사거나 겨릿소를 살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잔치 초대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힘든 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잔치 참석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곧 잔치 참석이 최선의 길인 사람들입니다. 결국 최선의 기쁨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일상의 삶에 성실하게 임하십시오. 공부를 열심히 하십시오. 직장 생활에 충실하십시오.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십시오. 건강 관리를 잘하십시오. 취미 생활을 통해 삶을 잘 누리십시오. 하지만 그런 일들 때문에 하나님을 만나는 일, 하나님과 하나 되는 일, 하나님의 마음을 닮는 일이 뒤로 밀리게 되면 안 됩니다. 아니,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최선의 길로 여기는 사람은 그것에 대한 절실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아니, 하나님의 은총을 받지 못하면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절실함이 있습니다. 마치 배수진을 친 것과 비슷한 절실함입니다. 그래서 그 절실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절실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늘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최선의 삶을 살려고 합니다. 그는 진심으로 차선을 최선의 적으로 여깁니다.
예수님은 반석 위에 세운 집과 모래 위에 세운 집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최선의 길로 여기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반석이 되고 그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그 집의 내용이 공부하는 일, 직장 생활에 충실히 하는 일,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는 일, 건강을 잘 돌보는 일, 취미 생활을 통해 삶을 잘 누리는 일 등입니다. 만약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지 않고 그런 일상의 일들이 우선되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과 같아집니다. 태풍이 불고 홍수가 나면 그런 일상의 일들로 세운 집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옛날 어느 두메산골에 젊은 사냥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산으로 사냥을 나갔습니다. 그는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독수리를 발견하고 화살을 겨누었습니다. 그런데 그 독수리는 자신이 죽을 줄도 모르고 어딘가를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독수리는 뱀을 잡아먹으려고 그 뱀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냥꾼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뱀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개구리였습니다. 개구리를 잡아먹으려고 독수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도 마찬가지로 무당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미동도 하지 않고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당벌레도 진딧물에 정신이 팔려 개구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이러한 먹이 사슬을 보다가 어떤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활을 내려놓고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혹시 누군가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뒤에서 노려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냥꾼은 볼 수 없었지만 이때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적 아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모래시계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냥꾼을 지켜보는 것은 <죽음>만이 아닙니다. 사냥꾼을 지켜보는 존재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입니다. <죽음>은 사냥꾼을 잡아먹으려고 지켜보고 있지만, 하나님은 사냥꾼을 살리려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사냥꾼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내가 일상을 살아갈 때, 때로 두려워할 때, 때로 누군가를 미워할 때, 때로 외로워할 때, 때로 부끄러운 행동을 할 때, 때로 선행을 할 때 등 늘 나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내가 잠을 잘 때도 지켜보고 계십니다.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며 따스한 사랑의 눈길로 나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늘 자신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자신을 지켜보시는 하나님과 자주 눈을 맞추는 사람, 하나님의 따스한 사랑의 눈길에 미소로 화답하는 사람, 하나님께 미래를 포함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사람, 그에게 하나님은 은총의 선물을 끊임없이 주십니다. 하나님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 하나님을 반석으로 세우고 그 위에 일상의 집을 지어가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안전과 기쁨과 평화를 주십니다. 하나님 관계에서만큼은 차선을 적으로 여기며 하나님 관계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 그에게 하나님은 천국 잔치의 기쁨을 주십니다.
최선을 영어로 best라고 하고 차선을 better라고 표현합니다. 여러분이 하나님 관계에서만큼은 best의 삶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일상의 삶에서도 적어도 better의 삶이 될 수 있을 겁니다. best의 반석 위에 세운 집이 적어도 better가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이 그런 복된 삶의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
주님,
팔자가 좋아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님 관계에 절실함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련과 고난이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 관계에 절실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련과 고난이 많은 것이 오히려 은총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본문에서 바로 그 사실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씨앗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님 관계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그 씨앗을 싹 튀어 풍성한 열매를 맺기 원합니다.
그리고 그런 바람을 가진 것에 깊이 감사합니다.
주님의 인도를 받으며 하나님 관계에서 best의 삶을 살기 원합니다.
그리고 그 굳건한 best의 반석 위에 세운 집이 적어도 better가 되기 원합니다.
우리가 그런 복된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도와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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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