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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십 대 초반의 소년이 아주 심한 화상을 입고 중환자 병동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 처음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이 멋모르고 중환자 병동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자원봉사자들은 중환자 병동에는 들어가지 않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소년의 기록을 보고 나이를 확인한 다음,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영어 문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순진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며칠 동안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회복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판정을 내렸던 이 소년의 상태가 기적같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주, 두 주가 지나면서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놀라며 이 소년의 회복 원인에 대해 궁금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얼굴의 붕대를 풀던 날, 소년에게 그 원인이 무엇인 거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저도 가망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대학생 형이 들어와서, 다음 학기 영어 시간에 배울 동사 변화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어요. 그 형은 ‘네가 나아서 학교에 돌아가면, 이것들을 알아 둬야 공부에 뒤떨어지지 않을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생각했어요. ‘아, 의사 선생님들이 내가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나에게 다음 학기 동사 변화를 가르쳐 줄 리가 없지.’ 그때부터 소망이 생기면서 마음이 기뻐졌어요. 그리고 힘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소년은 분명히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착각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소망이 생겼습니다. 죽을 거라는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서, 소망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신체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육신은 늘 마음을 따라다니니까요. 소망은 이처럼 큰 힘을 발휘합니다. 하나님이 소년에게 그 대학생을 수호천사로 보내주신 거 같습니다.
국어사전은 소망을 ‘바라고 원함’ 혹은 ‘간곡히 바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망이 생겼다는 것은 바라는 일이 생겼다는 뜻입니까? 아니, 바라는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소망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년에게 병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포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소망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자원봉사 대학생을 만난 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소망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소망은 단순히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라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소망이란 단순한 바람이 가능성과 결합할 때 생기는 승격된 마음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바람과 그것이 승격된 소망의 이런 차이를 여러분이 분명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달리 말하자면 바라는 것에 대해 부정의 마음이면 소망이 없는 거고, 바라는 것에 대해 긍정의 마음이면 소망이 있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망은 희망과 비슷한 것입니다. 희망이 없다는 말은 어떤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고, 희망이 있다는 말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떤 바람이 있는데, 그것이 소망이 없는 상태와 소망이 있는 상태로 나뉩니다. 전자는 활기가 없고 어두운 마음 상태이고, 후자는 활기차고 밝은 마음 상태입니다. 그래서 전자와 후자는 그 자체로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한편 전자가 후자로 승격하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소년에게는 자원봉사 대학생이 영어 공부를 가르쳐준 일입니다. 그 계기를 통해 소망이 생겼으니, 그 계기가 원인이고 소망이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망을 가지려면 소망의 계기 혹은 소망의 원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성경은 소망의 원인을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약속의 내용은 물론 은총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내가 반드시 너에게 복을 주고, 너를 번성케 하겠다.”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그 약속을 믿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곧 약속에 대한 믿음이 원인이 되어 아브라함에게 소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소망이 생기자 오래 참을 수 있는 힘이 그 뒤를 따라서 생겼습니다. 마침내 아브라함에게 그 약속이 실현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소망 가운데 즐거워하며, 환난 가운데 참으며, 기도를 꾸준히 하십시오.”(롬12:12)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특별히 신나는 일이 없이 무미건조한 날들이지만, 소망이 생기면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미리 감사하는 삶과 같은 것입니다. 또한 지금 시련이 있다 하더라도, 소망이 있다면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필요한 일은 꾸준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샤르니라는 사람이 나폴레옹 황제에게 밉보여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자주 면회 왔습니다. 그러나 차츰 발걸음이 뜸해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자 그는 거의 잊힌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너무나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그는 돌 조각으로 벽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감옥 바닥에 깔려 있던 돌 틈에서 푸른 싹 하나가 고개를 들고 나왔습니다. 샤르니는 간수가 매일 주는 물을 조금씩 남겨서 그 싹에 부어주었습니다. 그 싹에서 꽃봉오리가 생기더니 마침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 그 꽃을 보는 순간 문득 그에게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썼던 글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썼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돌보신다.” 소망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로부터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옆방에 면회 왔던 사람이 샤르니의 방을 들여다보다가,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감방 안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는 소문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 소문은 마침내 조세핀 황후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황후는 말했습니다. “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돌보는 이는 결코 나쁜 사람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황제에게 사면을 건의했습니다. 마침내 샤르니는 석방되었습니다. 샤르니는 그 꽃을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꽃을 하나님이 보내주신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었습니다.
샤르니에게 석방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것입니다. 그러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하나님이 자신을 돌보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돌보시니 언젠가 석방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을 겁니다. 곧 석방에 대한 바람이 가능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에게 소망이 생긴 것입니다. 곧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본 것이 소망의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하나님이 자신을 돌보신다고 생각한 것이 소망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소망을 갖게 되자 비로소 열심히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 소망이 실현되었습니다.
한편 중국의 노신(魯迅)이란 사람은 희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그러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하나님 은총에 대한 소망은 <길 없는 길>과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믿음으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마침내 길이 되고 맙니다. 곧 소망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망은 소망이 아닙니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면, 참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롬8:24-25)
길 없는 길을 걷는 것은 퍽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예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그 어려운 길을 걸어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틈나는 대로 웃는 예수님을 떠올리는 것이, 예수님과 동행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우리 곁에서 동행하시는 것만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 주는 적극적 역할을 해주십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것은 소망의 내용입니다. 맨 처음에 말씀드린 심한 화상을 입은 소년에게는 소망의 내용이 병의 회복이었습니다. 또 나폴레옹 시대의 샤르니에게는 소망의 내용이 석방이었습니다. 이렇듯 각자 처한 조건에 따라 소망의 내용이 다릅니다. 여러분도 각자 바라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단순히 바라는 것에서 하나님 은총에 대한 믿음을 통해 소망으로 승격시키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 소망으로 인해 밝고 활기찬 삶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소망을 실현하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에게 꼭 권면하고 싶은 것은, 내면의 평화를 바라시라는 것입니다. 병의 회복이나 석방 같은 것들은 물리적 차원의 바람입니다. 그런 바람을 소망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와 더불어 내면의 평화를 바라시고, 그것을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믿음을 통해 소망으로 승격시키시라는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은 병의 회복이나 석방 같은 물리적 차원의 실현보다, 내면의 평화라는 마음 차원의 실현을 더 바라십니다. 왜냐하면 물리적 차원의 실현이 안겨주는 기쁨은 일시적이지만, 마음 차원의 실현이 안겨주는 기쁨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행복을 우리보다 훨씬 더 원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내면의 평화를 바라기를 뜻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뜻이 내면의 평화에 두어질 때, 하나님은 소망의 과정을 거쳐 분명히 그것을 실현해 주십니다.
소망이란 캄캄한 마음의 방에 작은 등불이 켜진 것과 같습니다. 혹은 캄캄한 미로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비쳐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 빛을 향해 가다 보면 마침내 미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거기서 그는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예쁘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기뻐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갖는 일은 우리네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또한 미래에 대해 밝고 건강한 소망을 가질 때 우리는 현재를 더 잘 살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물리적 차원의 바람에 대해 소망을 품고 있습니까? 또한 마음 차원의 바람에 대해서도 소망을 품고 있습니까? 만약 소망이 없다면 하나님 은총에 대한 믿음을 통해 소망을 품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활기차고 밝은 마음으로 소망의 길을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특히 예수님과 동행하여 그 길을 훨씬 수월하게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그 길을 다 걸어가서, 영육 간에 하나님 은총의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
주님,
우리는 모두 제각기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때엔
포기하거나, 혹은 그것에 대해 좀 어두운 마음으로 임하게 됩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면
밝은 마음이 되고 삶이 활기차게 됩니다.
그런 상태가 바로 소망을 품게 된 상태입니다.
이렇듯 소망이란 그 자체로 우리 삶에 퍽 소중한 것입니다.
물론 소망을 가졌다고 100% 실현되는 건 아닙니다만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게 되면 실현될 수 있습니다.
곧 가능성이 현실로 꽃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존재입니다.
그 믿음이 약하면 바라는 일에 소망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강하면 소망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은총에 대한 굳센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그리하여 단순한 바람을 소망으로 승격시키고,
소망의 길을 예수님의 인도로 힘차게 걸어가게 인도해 주옵소서.
특별히 내면의 평화와 같은 마음 차원의 소망을 뜻하게 도와주셔서
자신의 수호천사의 도움을 받아 소망을 실현하여
점점 내면이 평화롭고 고요하고 밝아지게 이끌어 주옵소서.
마침내 미소 가득한 얼굴로 구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게 인도해 주옵소서.
늘 내 안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사랑하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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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