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창녀가 있었습니다. 그이는 일생 자기 몸을 팔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이의 마음은 언제나 옆 동네에 가 있었습니다. 옆 동네에는 사람들이 성자라고 부르는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창녀는 그 성자가 부러웠습니다. 자신도 그 성자처럼 고귀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 거룩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 몸은 자기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옆 동네 성자의 삶에 가 있었습니다.
한편 그 성자의 마음은 늘 옆 동네 창녀에게 가 있었습니다. 그는 쾌락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체면상 그렇게 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 이 성자 역시 몸은 자기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옆 동네 창녀에게 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창녀는 천당에 가고, 성자는 지옥에 간 것입니다. 성자가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거라고, 거꾸로 되었다고 말입니다. 하나님이 말했습니다. “너는 몸은 성자로 살았지만 마음은 창녀로 살았다. 그러나 창녀는 몸은 창녀로 살았지만 마음은 성자로 살았다. 나는 마음을 본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사람은 간단하게 말해서 영혼과 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혼은 마음이고 몸은 단백질 덩어리입니다. 단백질 덩어리인 몸은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인 영혼은 영원합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단백질의 몸짓을 보지 않으시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마음을 보십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오늘 본문에 나옵니다.
바리새파 사람과 세리가 각각 성전에서 기도합니다. 바리새파 사람이 기도를 통해 표현한 자기 모습이 사실일 겁니다. 곧 그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쳤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성자와 같은 몸짓으로 인생을 살았던 것입니다.
한편 세리는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저 가슴을 치며 하나님의 자비만을 구합니다. 그는 사실 창녀 같은 몸짓으로 인생을 살았을 겁니다. 그런데 의롭다고 인정받은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세리라고 합니다. 본문의 이 이야기도 하나님은 몸짓을 보지 않으시고 마음을 보신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하나님이 몸짓보다 마음을 더 가치 있게 여기신다, 이것이 오늘 본문에 대한 교회의 일반적 설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설명에서 한 가지 질문을 가집니다. 우리가 마음이 그른 마음과 바른 마음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갖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이 마음을 보신다고 할 때, 그 마음은 그른 마음과 바른 마음 중에서 어느 것을 가리키는가 하는 겁니다.
세리가 가슴을 치며 하나님의 자비만을 구합니다. 그런데 가슴을 치며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그가 그른 마음인지 바른 마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른 마음으로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세리가 그른 마음으로 가슴을 치며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였다면, 하나님은 그를 의롭다고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무조건 자기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바른 마음이 증명되지 않습니다. 거짓 겸손이 세상에는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문의 세리가 의롭다고 인정받았다면, 그가 가슴을 치며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때 바른 마음 상태였을 겁니다. 혹은 적어도 바른 마음을 간절히 지향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므로 본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몸짓을 보지 않으시고 바른 마음인지를 보십니다. 혹은 바른 마음을 간절히 지향하는지를 보십니다.
앞의 창녀와 성자 이야기도 같습니다. 창녀가 천당에 갔다면 그이가 바른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옥에 간 성자에게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나는 그른 마음인지 바른 마음인지를 본다. 중요한 것은 바른 마음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른 마음에서 벗어나 바른 마음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바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천국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요일 밤에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 6화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여자 주인공 염미정이 전철을 타고 출근합니다. 그런데 창문 바깥으로 어떤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곧 어떤 교회(해방교회)에서 건물 꼭대기에 설치한 간판에 써놓은 말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사실 1화에서도 염미정은 출근길에 전철 안에서 그 말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뭔가를 조금 생각하는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좋은 말이긴 한데 나와는 무관한 말이야.’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런데 6화에서 그 말을 다시 보고는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을 찍습니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남자 주인공 구씨에서 전송합니다. 이어서 이런 말을 문자로 보냅니다. “서울 들어가기 직전.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전철 안에서 같은 말을 보았는데 1화의 반응과 6화의 반응이 사뭇 다릅니다.
어떤 반응은 마음 상태의 반영입니다. 그러므로 1화에서 그 말을 보았을 때의 마음과, 6화에서 그 말을 보았을 때의 마음이 아주 달랐던 겁니다. 그래서 1화에서의 마음과 6화에서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염미정은 혼자라는 느낌과 버려진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감옥에 갇힌 것 같이 답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옥에서 해방되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허한 내면이 가득 채워지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방되려면, 가득 채워지려면 상대방에게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을 부어주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을 주기만 하면 될 거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상대방을 사랑으로 채워주면 자신이 채워질 거로 생각합니다. 사랑을 받으면 채워지는 게 아니라 사랑을 주면 채워진다니, 무척 독특한 발상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예수님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염미정의 이 생각은 그른 마음에서 벗어나 바른 마음을 지향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대방을 구씨라는 남자로 정했습니다. 구씨는 자기네 집에서 일하는 인부입니다. 구씨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남자입니다. 인물, 재산, 성격 등 모두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일 끝나면 술만 마시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할 만한 사람입니다. 굳이 장점을 꼽자면 일을 성실히 한다는 점입니다. 염미정이 그런 구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염미정은 구씨에게 다가가서 비전을 제시합니다. 서로 추앙하자고! 그런데 염미정이 생각하는 추앙의 뜻은 응원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뭐든 된다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봄이 되었을 때 당신도 나도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구씨는 그 비전을 받아들입니다. 이제 염미정은 이전과 아주 다르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구씨의 삶에도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1화 때는 남자가 없었는데, 6화 때는 남자가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라,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1화 때 염미정의 마음은 어둡고 쓸쓸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6화 때는 밝고 충만한 상태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염미정의 마음이 밝고 충만한 것은 단순히 남자가 생겼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선 그른 마음에서 벗어나 바른 마음을 지향하기로 결정했고, 그 바탕에서 무조건 사랑을 베풀어줄 대상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보면서 1화 때는 좋은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6화 때는 그 말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1화 때는, 자기는 좋은 일이 일어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6화 때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 말을 받아들인 겁니다. 어떻게 자격이 없는 사람에서 있는 사람으로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그러니까 단순히 그 말이 염미정의 기분을 좋게 한 것이 아닙니다. 바른 마음을 지향하는 상태에서 그 말을 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것입니다. 바른 마음을 가지면, 자신이 행복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좋은 일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일에 염미정의 언니가 퇴근길에 그 말을 보고 “좋은 일은 무슨...” 하면서 시니컬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기분이 나빠졌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1화에서 염미정은 그 말을 보고 무표정이었습니다. 이는 무덤덤함을 뜻합니다. 그런데 6화에서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말을 보고 세 가지 반응이 나왔습니다. 기분 나쁨, 무덤덤함, 기분 좋음.
어떤 교회(해방교회)에서 좋은 뜻으로 그 말을 간판에 써서 내걸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말을 보고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 무덤덤한 사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은 그 말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있습니다. 그른 마음인 사람은 기분이 나빠지거나 무덤덤할 것입니다.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바른 마음이거나 바른 마음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이런 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바른 마음을 지향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부정적 행동을 하더라도 그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뭘 해도 막지 않고 허용합니다. 사랑과 축복을 전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의 부정적 모습에서도 좋음을 지각하며 긍정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의 부정적 모습을 보고 전한 사랑과 축복이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그의 부정적 모습이 그에게 좋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바른 마음을 지향하는 사람은,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라는 말을 보면, 그 말을 흔쾌히 받아들여 좋음을 지각하며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그 좋음을 주변 사람과 공유합니다. 공유는 함께 갖는다는 뜻입니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처럼, 좋음을 공유하면 내 안의 좋은 느낌이 더 커집니다. 물론 상대방도 좋음으로 물들게 됩니다. 또한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좋음으로 지각하며 긍정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의 부수 효과로 기대치 않았던 좋은 일, 좋은 사건을 만나기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이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이고, 당신은 크나큰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드라마의 염미정이 이 시를 알게 되면, 함박웃음을 머금고 이 시를 구씨에게 전할 거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 시를 전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군가가 꼭 이성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 시가 말하는 ‘당신’을 하나님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한테 오늘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그 오늘은 좋음이 가득한 날입니다. 그 오늘은 좋은 일도, 좋은 사건도 많은 날입니다.
여러분이 바른 마음을 지향하시기 바랍니다. 바른 마음을 간절히 사모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공유하시기 위해 우리를 축복하십니다. 여러분이 그 축복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나는 그른 마음인지 바른 마음인지를 본다. 중요한 것은 바른 마음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이 음성을 듣습니다.
그리하여 바른 마음을 간절히 사모합니다.
주께서 우리가 바른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옵소서.
그리하여 자신이 행복할 자격이 충분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살게 하여 주옵소서.
또한 형제에게 사랑을 무조건 채워주면 내가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형제의 모든 모습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추앙하고 축복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렇게 아름답고 복된 삶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늘 내 안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사랑하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772, 
1/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