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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희담
   가슴에 파란 하늘이 가득한 존재 (요20:19-23)


  사랑과 평화, 이는 우리가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사랑 가득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평화로운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요?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평화를 두 종류로 구분하여 봅니다. 하나는 세상의 평화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이 둘은 아주 큰 차이가 납니다. 여러분은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마음의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평화, 그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근심이나 미움이나 두려움이 없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세상이 평화롭다면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 사람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 상태는 근심이나 미움이나 두려움이 있는 것인데, 그런 마음 특히 분노로 일구어내는 세상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있을지 저는 의구심을 가집니다. 진정한 평화는 평화로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는 인생의 필수 과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화롭지 못한 마음으로는 인생이 힘들고, 세상의 평화에 기여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의 평화는 가능한 일이지만, 세상의 평화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마음의 평화를 이룬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세상의 평화가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꾸준히 나타나겠지만, 세상의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의 평화를 바라는 것은 유토피아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유토피아’라는 그리스 말은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뜻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많은 사람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지만, 그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평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세상의 평화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자기 마음의 평화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현명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모든 사람이 자기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된다면, 그때 세상의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여러분이 잘 아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사랑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가 모두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사랑의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데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요? 마음의 평화가 자기 내면에 무게중심이 두어지는 거라면, 사랑은 관계에 무게중심이 두어지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시궁창 같은데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동에서 뺨 맞고 서에서 화풀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에서 기분이 안 좋은 상태가 되니 서에 가서 화를 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동에서 뺨 맞고 서에서 사랑을 베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은 대체로 기분이 좋은 상태이면 타인에게 관대할 수 있습니다. 아빠가 밖에서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집에 왔을 때 아이가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기분이 나빠서 집에 왔는데, 아이가 실수를 하게 되면 화를 내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마음의 평화는 사랑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을 베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곧 사랑을 베풀면 마음에 평화가 생기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사랑은 내면의 평화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의 평화와 사랑은 서로에게 원인이 됩니다. 다만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면 사랑을 베푸는 일이 어려우니, 마음의 평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곧 마음의 평화는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은 다시 마음의 평화를 낳고, 다시 그 마음의 평화는 사랑을 낳으면서 선순환이 이어지는 겁니다.

  저는 과거에 마음의 평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사랑하는 삶만을 추구하였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라 여기며 말입니다. 그런데 만족감 곧 마음의 평화가 없으면 결코 아름다운 삶이 되지 못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뒤늦게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그 평화에서 피어나는 사랑도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인생의 방향을 새롭게 세웠습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었습니다. 잠시 후 다시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바로 평화였습니다. 이 평화는 마음의 평화를 가리킵니다. 그다음에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의 뜻은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라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내면의 평화가 우선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사랑을 전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른 마음 상태를 바른 마음으로 바꿈에서 시작됩니다. 얼마 전에 그른 마음을 빨간 마음, 바른 마음을 파란 마음이라고 표현해 보았습니다. 빨간 마음 상태에서는 마음의 평화가 불가능합니다. 파란 마음으로 살아갈 때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빨간 마음을 파란 마음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바다를 떠올려 보십시오. 바다 수면 위를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수면 아래를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우선 나타나는 것이 빨간 마음입니다. 그리고 빨간 마음 아래에 파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빨간 마음을 얕은 마음, 파란 마음을 깊은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건물로 생각해 보면, 지하 1층에서 10층까지가 빨간 마음, 지하 11층에서 20층까지가 파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란 마음 상태가 되려면 최소한 지하 11층까지는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더 내려가면 파란 마음이 더 깊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파란 마음이라 하더라도 깊이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계단을 걸어서 내려갈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만 하면 지하 11층까지 제법 쉽게 내려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성령이 엘리베이터 역할을 맡아주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파란 마음에만 계시기에, 하나님을 만나려면 최소한 지하 11층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더 내려가면 갈수록 하나님을 깊게 만나게 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지하 11층까지 내려갈 때 마음의 평화를 느끼기 시작하게 되고, 그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평화가 점점 깊어지는 것입니다.

  <기적수업>이라는 책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절대 평화 속에 안식하시는데 내가 무엇에 동요될 수 있겠는가? 하나님을 통해 사랑과 기쁨이 나를 감싸는데 내가 어찌 괴로울 수 있겠는가? 나에 대한 허상을 간직하지 말자.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시므로 나는 완벽하다.” 우선 내가 하나님 안에서 안식한다는 것은 잘 아는 개념이지만, 여기서는 하나님이 내 안에서 안식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하나님은 지하 20층쯤에서 절대 평화 속에 안식하실 것입니다. 나의 깊은 마음은 하나님이 안식하실 수 있는 귀한 성전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잘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사랑과 기쁨으로 파란 마음 상태에 있는 나를 감싸신다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내가 무엇에 동요될 수 있고, 어찌 괴로울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어서 나에 대한 허상을 간직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가리킵니다. 빨간 마음에서는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허상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디를 가더라고 하나님이 동행하시므로 나는 완벽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곧 몸을 갖고 지상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파란 마음 깊은 곳에 계신 하나님이 늘 동행하시므로 나는 완벽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파란 마음으로 하나님과 동행할 때 우리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고, 또한 하나님의 완벽한 은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쯤 전의 일입니다. 연세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의사인 그의 누나가 어떤 목록과 2만원을 주며, 목록대로 사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학생의 집은 효창동이었습니다. 신촌에 있는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을지로에 있는 청계약국이라는 데서 사오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에서 약이나 의료기구를 큰 약국에서 직접 구입했던 모양입니다. 청계약국이라는 데가 의료기구까지 파는 큰 약국이었던 겁니다. 그가 학교에 갔는데 마침 졸업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가난한 학생들이 많아 사진 찍을 돈을 장만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래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물론 약 살 돈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러고 나니까 수중에 남은 돈이 천원 남짓밖에 안 되었습니다. 결국 저녁 때 집에 돌아가서 누나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음날 친구들한테 받아서 사오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돈을 되돌려 받았는데, 갚지 못한 친구들도 여럿 되었습니다. 돈을 세어보니까 만 이천 원쯤 되었습니다. 그 돈을 갖고 약국에 갔습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까지 다 꺼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목록대로 주되, 이 돈 액수만큼만 달라고 하였습니다. 약사는 목록에 있는 약들과 주사기 같은 의료기구의 값을 주판을 갖고 계산하였습니다. 마침 목록에 있는 것들 중에 그 약국에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계산을 한 값을 보니까, 이 학생이 내민 액수와 정확히 일치하였습니다. 1원도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았습니다. 학생도 놀랐고 약사도 놀라서 학생을 다시 보았습니다. 학생은 약을 사서 나오면서, 하나님의 은총이 완벽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였습니다.

  그 학생은 아마도 자기 마음 깊은 곳에 계신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살았을 겁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딱한 형편에 놓여서 돈을 빌려 달라 할 때 흔쾌히 빌려 주었던 겁니다. 저녁 때 약을 사야 하지만 그건 미래입니다. 지금 현재 일어난 일에 충실했습니다. 이런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우연처럼 보이는 일을 펼쳐보여 주십니다. 하지만 세상에 우연은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그런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하나님이 시퍼렇게 살아서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과 동행하신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그분이 자신을 늘 지켜보시고, 늘 보호하시고, 늘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든든함으로 살게 됩니다. 그리하여 내면의 평화가 더더욱 깊어집니다. 이렇듯 내면의 평화는 파란 마음으로 하나님과 하나 되는 삶을 살아갈 때 생겨납니다.

  갈매기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바닷가를 날다가 물고기를 낚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갈매기들이 그 물고기를 빼앗으려고 뒤쫓아 왔습니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가 그만 물고기를 바다에 떨어뜨렸습니다. 다들 물고기를 찾으려고 아래로 날아가는 순간, 문득 위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파란 하늘이 자신의 것이라는 깨달음이 올라왔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광활한 파란 하늘이 자신의 것인데, 겨우 물고기 한 마리에 연연해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곧 자신이 파란 하늘을 소유한 큰 존재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파란 하늘을 만난 갈매기, 그는 그때로부터 평화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듯 파란 하늘이 우리의 가슴에 가득함을 깨달을 때 우리는 평화로운 존재가 됩니다. 파란 하늘은 파란 마음 안에 가득하기에, 하나님은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나의 파란 마음 안에서 안식하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하나님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분의 무한한 사람을 받기 위해 인생을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은 대로 이웃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 수시로 사랑을 소리 내어 표현하는 겁니다. 기쁜 일을 만났을 때 “I love You!”라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겁니다. 때로 울적할 때도 “I love You!” 라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면 빨간 마음 상태에서 금방 파란 마음 상태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내면의 평화를 느끼게 됩니다.

  두 발이 전쟁터에 있어도 가슴에 향기로운 장미꽃이 피어나는 게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평화로우면 자연스럽게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그 길을 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그 길을 하나님께서 축복하실 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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