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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포도원을 가진 농장 주인이 자기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구하려고 아침 일찍 장터로 나갔습니다. 당시의 경제 사정은 아주 나빴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장터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꾼들이 늘 여기저기 서성대는 모습이 당시의 풍경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농장 주인은 이른 아침, 아침 9시, 낮 12시, 오후 3시에 각각 나가서 일꾼을 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에 나갔는데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그래 그 사람들도 일을 시켰습니다. 그 사람들은 겨우 한 시간밖에 일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저녁 6시가 되어 일이 끝났습니다.
주인이 맨 나중에 온 사람부터 품삯을 주는데 한 데나리온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맨 처음부터 일을 한 사람들은, 은근히 품삯을 좀 더 받으려니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한 데나리온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그들은 투덜거리며 말했습니다. “마지막에 온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도, 찌는 더위 속에서 온종일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는군요.” 주인이 말했습니다. “내가 그대를 부당하게 대한 것이 아니지 않소? 그대와 나는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그대에게 주는 것과 꼭 같이 이 마지막 사람에게 주는 것이 내 뜻이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그것은 주인의 마지막 말에 나타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과 한 시간만 일한 사람에게 똑같은 품삯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한 시간만 일한 사람은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 사람도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싶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기회가 오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니 그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몹시 낙망한 상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 데나리온이 필요합니다. 한 데나리온이 필요함에서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과 한 시간만 일한 사람이 똑같습니다.
이를 좀 확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자 부모를 타고났고, 또 어떤 사람은 가난한 부모를 타고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학력이 매우 높고, 또 어떤 사람은 아주 낮습니다. 어떤 사람은 매우 건강하고, 또 어떤 사람은 퍽 병약합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재능을 갖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재능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많은 영역에서 서로 간에 큰 차이를 지닌 채 살아갑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행복할 가능성이 있고, 후자의 사람들은 불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세상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서 하나님은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조건이 좋은 사람과 조건이 나쁜 사람,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을 하나님은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조건이 열악하거나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며 어두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조건이 좋은 사람들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하나님 사랑 안에서 희망을 품고 밝은 마음으로 살라고 격려하시는 겁니다. 이것이 이 비유를 통해 전하려는 예수님의 메시지입니다.
한편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한 시간만 일한 사람과 똑같은 품삯을 받자, 주인에게 불평을 터뜨린 사람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편의상 그들의 이름을 갑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갑돌이가 새벽에 일자리를 얻게 되었을 때, 갑돌이는 아주 기쁘고 또한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이었을 겁니다. 일자리를 못 얻을 수도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다 저녁때가 되어 맨 나중에 온 사람이 한 데나리온을 받는 것을 보았을 때, 갑돌이는 깜짝 놀라고 또한 설레었을 겁니다. 한 시간 일한 사람이 한 데나리온을 받으니, 자기같이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은 더 많은 품삯을 받을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잠시 후 자기도 한 데나리온을 받는 순간, 실망하고 더 나아가 화가 나기도 했을 겁니다. 주인이 그를 부당하게 대하지 않았는데도 주인에게 화가 났을 겁니다. 또한 한 시간만 일한 사람에게도 화가 났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갑돌이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갑돌이는 기쁘고 고마운 마음에서 출발하여, 깜짝 놀라고 설레는 마음을 거쳐, 실망하고 화가 나는 마음으로 그날을 마감한 셈입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출발이 나쁜 끝으로 마감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중에 갑돌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일어났습니까? 예컨대 일하다가 다쳤다든지, 옆 사람과 싸웠다든지, 아니면 주인이 품삯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든지 등의 일이 일어났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돌이는 나쁜 끝으로 이어졌습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맨 나중에 온 사람이 한 데나리온을 받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장면을 보지 못했더라면, 갑돌이는 좋은 기분으로 한 데나리온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그 장면이라는 게 어떤 것입니까? 당사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자리를 못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낙망에 빠져 있다가, 한 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조금이라도 안도하는 마음이 되었을 겁니다. 한 데나리온은 아니어도 다만 몇 푼이라도 벌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주인이 한 데나리온을 주지 뭡니까? 아마 날아갈 듯 기뻤을 겁니다. 바로 그 장면을 목격한 겁니다. 자기와 신세가 비슷한 사람이 날아갈 듯 기뻐하는 모습을 본 것이, 갑돌이의 좋은 마음을 시궁창 같은 마음으로 바꿔놓은 겁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갑돌이는 맨 나중에 온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여 생각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일한 1시간과 자신이 일한 8시간을 비교한 것입니다. 이 비교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킵니다. 비교가 불행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갑돌이는 이 비교에서 공로의식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온 사람들에 대해 ‘나는 너희보다 더 많은 수고를 했다’는 생각, 곧 공로의식이 생겨난 겁니다. 이러한 공로의식은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공로의식이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분노가 불행의 원인이 됩니다.
갑돌이는 처음에 포도원 주인으로부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은혜를 입어 고마워하는 마음의 자리에 비교를 통한 공로의식이 끼어든 겁니다. 그러자 고마워하는 마음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고마워하는 마음은 따뜻한 마음입니다. 공로 의식이 그 따뜻한 마음을 지워버린 것입니다.
갑돌이나 맨 나중에 온 사람이나 어렵게 생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하루에 적어도 한 데나리온은 있어야 합니다. 맨 나중에 온 사람은 사실 한 데나리온을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런 그가 주인의 은혜로 말미암아 한 데나리온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함께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그게 동료의식입니다. 그런데 갑돌이에게 그런 동료의식이 없었습니다. 함께 잘살자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동료의식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동료의식은 없고 대신 공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아무런 손해가 오지 않았는데, 처음의 그 기쁜 마음이 시궁창 같은 마음으로 바뀐 겁니다. 곧 스스로 자신에게 손해를 입힌 겁니다.
한 마을에 이웃한 두 집이 있었습니다. 한 집은 넓은 초원에 많은 염소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 옆집에는 사냥꾼이 살았는데 아주 사나운 개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 사냥개는 종종 울타리를 넘어 옆집 염소를 공격하곤 했습니다. 염소 주인은 사냥꾼에게 개를 우리에 가둬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사냥꾼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화를 내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우리 집 마당에서 개를 키우는데 무슨 상관이야.’ 며칠 후 사냥꾼의 개는 또 농장의 울타리를 넘어 염소 몇 마리를 물어 죽였습니다. 화가 난 염소 주인은 더는 참지 못하고 마을의 치안판사에게 달려갔습니다. 염소 주인의 사연을 들은 판사가 말했습니다. “사냥꾼을 처벌할 수도 있고 또 사냥꾼에게 개를 가두도록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적을 한 명 얻게 될 겁니다. 이웃과 적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이웃과 친구가 되고 싶으신가요?” 염소 주인은 “이웃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판사가 말했습니다. “좋은 선택입니다. 한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그렇게 해보시죠. 그럼 당신의 염소도 안전하고 좋은 친구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판사에게 방법을 전해 들은 염소 주인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온 그는 가장 사랑스러운 새끼 염소 3마리를 골라 옆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사냥꾼의 세 아들에게 염소를 선물했습니다. 세 아들은 새끼 염소를 보자마자 푹 빠졌습니다. 매일 집으로 돌아오면 염소들과 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들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사냥꾼의 마음도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마당의 개가 염소를 물어서 해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개를 우리에 가뒀습니다. 염소 주인은 그제야 안심했습니다. 사냥꾼은 염소 주인의 친절함에 보답하려고 사냥한 것들을 그와 나누었습니다. 염소 주인은 사냥꾼에게 염소 우유와 치즈를 보답으로 주었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가장 좋은 이웃이자 친구로 지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서 마을의 치안판사가 예수님을 상징하는 거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염소 주인이 치안판사를 찾아간 것을 예수님께 도움을 요청한 거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웃과 적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친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은, 그른 마음을 선택할지 바른 마음을 선택할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해했습니다. 염소 주인은 바른 마음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지혜를 주었습니다. 지혜의 내용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원수 같은 상대방에게 사랑의 선물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지혜를 따르니 결국 사냥꾼과 가장 좋은 이웃이자 친구가 된 것입니다.
갑돌이는 이웃을 적으로 간주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돌이는 한 시간 일한 사람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공로의식으로 인해 그를 적으로 간주한 겁니다. 반면에 염소 주인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원수 같은 사냥꾼에게 사랑을 베푼 겁니다. 곧 친구로 대한 겁니다. 염소 주인도 처음에는 갑돌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치안판사의 권면을 받아들이자 아주 다른 모습이 된 것입니다. 동료의식이 생겨난 것입니다.
오늘 설교에는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중요 인물이 총 4명 등장합니다. 갑돌이, 사냥꾼, 염소 주인 그리고 치안판사입니다. 갑돌이, 사냥꾼, 염소 주인, 이 세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별로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사냥꾼과 염소 주인에게 동료의식이 없기는, 첫 번째 이야기의 갑돌이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염소 주인이 치안판사를 만나고 나서 동료의식이 생겨났고, 그 결과 놀랍게도 사냥꾼에게도 동료의식이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4명의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치안판사입니다. 만약 갑돌이가 시공을 초월하여 치안판사를 만난다면 그에게도 동료의식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도 사실 갑돌이, 사냥꾼, 염소 주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치안판사를 만나는 일입니다. 저는 치안판사가 예수님을 상징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 예수님의 인도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것이 우리 삶의 질을 완전히 결정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타인 관계에서 동료의식을 갖기를 바라십니다. 형제의식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자녀로서 한 형제라는 의식입니다. 그것의 반대는 적대의식입니다. 적대의식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한 형제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일이 됩니다. 그러면 타인도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고 나도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게 됩니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타인만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게 될 수는 없습니다. 타인과 나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게 되는 순간,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둠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형제의식을 갖는 것은 나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여러분이 늘 예수님과 동행하며 모든 타인을 형제의식으로 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과 친절과 감사로 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그분의 소중한 자녀로서 안전하고 복된 삶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주님은 1시간밖에 일할 수 없었던 사람과 8시간 일한 사람이
한 데나리온이 필요함에서 똑같음을 아시고
그들에게 똑같은 품삯을 주시는 분입니다.
1시간밖에 일할 수 없었던 사람과 같이
겨자씨처럼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아픔을 아시고
그에게 낙담에 빠져있지 않고 천국을 열망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격려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로의식이나 더 나아가 적대의식으로 타인을 대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은 불행으로 이어지는 길임을 명확히 알게 하여 주옵소서.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든
그들을 형제의식으로 대하는 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예수님을 인생의 인도자로 세우고 예수님의 도움을 받아
모든 타인을 형제의식으로 대하는 사랑의 삶을 살게 이끌어 주옵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모두 구원받는 길로 인도해 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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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