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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모세가 들판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숲속에서 걸어 나오는 목동을 만났습니다. 목동은 깨끗한 그릇에 담은 우유를 깊은 숲속 평평한 바위 위에 놓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목동의 표정은 경건했고 내딛는 걸음걸음은 조심스럽기만 했습니다. 모세가 물었습니다. “숲속에 왜 우유를 두고 오나요?” 목동이 대답했습니다. “가장 질 좋은 우유를 하나님께 바치면서, 하루 동안 나와 양들을 무사히 보살펴 주신 걸 감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모세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하나님이 우유를 드실 리가 없습니다.” 목동이 강하게 말합니다. “아닙니다. 하나님은 날마다 우유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드시는걸요.” 모세는 순진한 목동에게 오늘 밤 하나님이 우유를 잡수시러 오는지 지켜보라고 충고했습니다.
해가 저문 뒤 목동은 모세의 말대로 나무 뒤에 숨어 기다렸습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자 어디선가 새끼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여우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더니 우유를 급히 핥아 먹고는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목동은 모세를 찾아가 낙담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옳았어요. 우유를 마시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가난한 내가 하나님을 위해 드릴 수 있는 건 오직 우유뿐이었는데....”
모세가 들판을 떠나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모세야, 네가 목동에게 한 일은 틀렸다. 네 말대로 나는 우유를 직접 마시지는 않지만, 그 목동이 정성스럽게 바치는 우유를 항상 고맙게 받았다. 나 대신 어미를 잃은 새끼 여우가 그 우유를 먹도록 하여, 그 기쁨을 매일 나누고 있었다.”
목동은 어리숙합니다. 그런가 하면 순박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늘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감사를 우유 한 잔을 통해 늘 하나님께 표현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목동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십니다. 그리고 어미 잃은 새끼 여우가 우유를 마시는 걸 보며 기쁨을 누리십니다.
반면에 모세는 똑똑하고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틀렸습니다. 적어도 하나님을 만나는 데는 똑똑한 모세가 틀렸습니다. 모세의 합리성이 순박한 목동에게 낙담을 안겨주었고, 어미 잃은 새끼 여우의 양식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하나님의 기쁨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모세의 똑똑함과 합리성은 하나님과 목동과 새끼 여우에게 큰 손해를 끼쳤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모세는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요?
모세 같은 신앙과 목동 같은 신앙이 있습니다. 성경은 목동과 같은 신앙을 권하고 있습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예수님이 이렇게 감사기도를 드리십니다. “이 일을 지혜 있고 총명한 사람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는 드러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이 일’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한 설명은 복잡하니 생략합니다. 다만 총명한 사람을 모세로, 철부지 어린아이를 목동으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하나님은 어리숙한 목동의 마음을 고마움으로 만나시고, 똑똑한 모세에게 틀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순박한 마음의 신앙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겁니다. 예수님은 그런 하나님께 감사하시는 겁니다. 목동의 모습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목동은 매일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우유 한 잔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목동에게 무슨 특별한 감사거리가 있었습니까? 목동은 말합니다. “하루 동안 나와 양들을 무사히 보살펴 주셨습니다.” ‘무사히 보살펴 주셨다’라는 말은 하루 동안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쁜 일이 안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는 특별히 신나는 일도 안 일어났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곧 그저 평범한 하루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목동은 그게 감사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목동은 평범함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감사하는 마음을 하나님께 표현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우유를 드실 거라는, 그야말로 철부지 같은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우유를 고맙게 받으셨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런 물음을 가져 봅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직접 드시지도 못하는 우유에 왜 고마움을 느끼셨을까요? 하나님은 우유를 직접 마실 수는 없지만, 새끼 여우가 우유를 먹도록 인도하실 수는 있습니다. 어미 잃은 새끼 여우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양식인 우유를 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하나님은 새끼 여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시며 함께 기뻐하신 겁니다. 정리하자면 목동이 우유를 하나님께 드리지 않았다면, 새끼 여우가 우유를 마시는 기쁨을 못 누릴 뿐 아니라, 하나님도 그 기쁨을 공유하실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러니 목동이 우유를 하나님께 드린 일은 결국 하나님께 기쁨을 안겨준 일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기쁨을 누리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목동의 우유에 고마움을 느끼셨던 겁니다.
그러므로 목동이 평범함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고 있음이 귀하지만, 그 감사를 우유 한 잔으로 매일 표현하는 것도 귀합니다. 만약 감사만 느끼고 표현하지 않았다면, 하나님이 기쁨을 누리실 수 없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목동이 평범함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고 있음은 목동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문득 첫째로 평범한 하루에 감사를 느끼고 감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목동, 둘째로 그런 목동에게 감사하시고 기뻐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셋째로 그런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리시는 예수님, 이 세 존재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천상의 노래가 들리는 듯합니다. 세 존재의 감사가 곱게 어우러지는 그 천상의 노래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음에서 무언가가 씻겨 내려가는 듯하고, 그래서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또한,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목동은 하나님이 우유를 드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실 거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목동의 순박한 마음은 좋지만, 그렇다고 그런 어린아이 수준의 이해가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대안을 생각해 봅니다. 목동이 평범한 하루에 대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감사를 물질로 표현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목동이 가진 거라곤 우유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그 우유를 적절히 사용하실 거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유 한 잔을 숲속 바위에 놓고 오는 겁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우유를 누군가가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이 마시지 않았다는 건 알지만, 우유가 필요한 누군가가 먹었다고 이해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신은 감사를 물질로 표현했고, 우유가 필요한 누군가가 먹었으니 모든 게 잘 된 거 아닙니까? 이제 목동은 기쁜 마음으로 감사의 표현으로 매일 우유를 숲속에 두고 오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과 순박한 마음은 별 관계가 없습니다. 모세처럼 똑똑해도 순박한 마음의 신앙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제 목동의 감사와는 성격이 약간 다른 감사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감사는 목동의 감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의미 깊은 감사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난을 당해도 감사하는 것입니다.
어느 마을에 독실한 신앙을 가진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를 나타내므로 <감사 할머니>로 통했습니다. 한번은 마을의 짓궂은 노인이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할머니, 당신의 자녀가 보증을 잘못 서, 재산을 모두 차압당하고 알거지가 돼 거리에 내쫓겼다고 합시다. 그래도 감사할 거요?그러자 <감사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그래도 변함없이 감사하죠. 왜냐하면 내가 잃은 것은 아주 작은 것이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모두 그대로 남아 있어요. 하늘과 해와 달과 별과 공기와 물이 남아 있잖아요. 또한 아무도 내게서 천국에 대한 소망을 빼앗아갈 수 없답니다. 내가 잃은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뿐입니다.
할머니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놀랍지 않습니까? 할머니는 우주만큼이나 큰마음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큰마음으로 살아가니, 잃는 것들이 모두 사소한 거로 보이는 겁니다. 하기야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티끌보다 더 작은 것입니다. 그러니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잃는 것은 죄다 티끌보다 더 사소한 거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정말 중요한 것은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하늘과 해와 달과 별과 공기와 물입니다. 그런 것들은 지구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남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들이 계속 자신 곁에 있음을 알고 감사하는 겁니다. 또한 천국에 대한 소망이 있음에 감사하는 겁니다. 아마도 할머니는 자신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도 변함없이 감사할 것입니다. 육체는 죽어도 자신의 영혼은 죽지 않고 하늘나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상실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므로 할머니처럼 우주만큼이나 큰마음으로 살아가면 좋을 것입니다. 우주만큼이나 큰마음으로 살며 상실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게 됩니다. 그 눈을 통해 어떤 고난을 당하더라도 그것들을 아주 사소한 거로 보고, 그리고 계속 자신과 함께하는 해와 공기와 소망 등 아주 중요한 것들을 보며 늘 감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늘 자기 앞에서 웃고 계시는 예수님을 보며 감사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23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보고 있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예언자와 왕이, 제자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보고자 하였으나 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예언자와 왕이 보고자 하였으나 보지 못하였는데, 제자들은 보고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답 대신에, 예수님의 이 말씀을 감사와 관련지어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바꿔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난 가운데서 감사를 보지 못하였으나, 너희는 고난 가운데서 감사를 보고 있으니, 감사를 보는 그 눈은 복이 있다.” 그러니까 제자들이 고난 가운데서 감사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감사를 보는 눈이 복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그런 상황이 늘 찾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아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보다 불행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더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행 속에서도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게 될 때 말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지금 감사를 느낀다면 지금 행복한 겁니다. 감사는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늘 감사하는 사람은 늘 행복합니다.
여러분이 목동처럼 순박한 마음으로 살아, 평범함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게 되시기 바랍니다. 또한 할머니처럼 우주만큼이나 큰마음으로 살아, 상실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을 지니게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아무 일 일어나지 않아도 감사하는 사람, 더 나아가 고난을 당해도 감사하는 사람, 여러분이 바로 그런 신앙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감사를 꼭 표현하는 신앙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시기 바랍니다. 그런 신앙인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귀한 팁이 있습니다. 그것은 고난의 상황은 점점 줄어들고 기뻐 감사할 상황은 점점 늘어가는 것입니다.
우리 신명공동체가 순박한 마음을 지닌 공동체가 되기 바랍니다. 우리 신명공동체가 우주만큼이나 큰마음을 지닌 공동체가 되기 바랍니다. 우리 신명공동체가 기뻐 감사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복된 공동체가 되기 바랍니다. ❉
주님,
신앙인은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인으로 사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이 우주인이라 함은,
신앙인은 우주 만물의 주재자이신 하나님과 함께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은 우주보다 더 크고 넓은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존재이니,
점점 우주만큼이나 큰마음, 아니 우주보다 더 큰 마음을 지니게 됩니다.
우주보다 더 큰 마음의 존재라는 뜻에서 신앙인은 우주인입니다.
지구인은 티끌보다 더 작은 존재이나, 우주인은 우주보다 더 큰 존재입니다.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인으로 살아가는 신앙인
그런 신앙인의 길을 늘 감사하며 잘 걸어가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늘 내 안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사랑하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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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