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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이라는 영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샘입니다. 샘은 정신지체 장애로 말미암아 7살 어린아이의 지능을 갖고 있습니다. 샘의 직업은 카페에서 커피를 손님들에게 날라주는 것입니다. 그의 지능이 그런 단순한 일 이상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샘이 어찌하여 딸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를 낳고 어디로 가 버립니다. 샘은 혼자서 아이를 키웁니다. 지능이 7살 수준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경제력도 별로 없는 남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무렵, 어떤 일을 계기로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갑니다. 샘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양부모에게 양육을 맡겨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샘을 바보 취급하는 겁니다. 바보가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 문제가 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검사는 샘의 양육 능력 부족을 말합니다. 검사는 신문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샘이 누군가 훌륭한 아버지를 말하면 그 사람과 샘을 비교하여, 샘의 양육 능력이 부족함을 증명하려는 취지의 질문입니다. 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런 훌륭한 아버지에게 양육을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요. 샘이 그 질문을 받고 잠시 망설입니다. 그러다 어눌한 말투로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는 바로 나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 딸을 가장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샘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볼 때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샘은 자신을 그런 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딸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알 것입니다. 자신의 조건이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라고 말했을 겁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 <자기존중감>입니다. 자기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감이 없이 열등감으로 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퍽 힘듭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에게 화를 자주 내게 되고, 또한 그런 자신을 상대방에게 투사하여 상대방에게도 화를 많이 냅니다.
7살 수준의 지능으로 살아가는 샘이 어찌 자기존중감이 높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샘은 자신을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것을 일종의 자기존중감을 표현한 거로 보았습니다. 다른 영역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딸에 대한 아버지의 역할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높은 자기존중감을 보인 거라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샘은 다른 것은 모릅니다. 그저 자기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만을 압니다. 딸을 그토록 사랑하니 자신이 가장 존경할만한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 자기존중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길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 열린다는 것입니다. 자기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너그럽고, 그래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지닙니다. 그런데 거꾸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존중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주적 차원에서 볼 때 타인은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을 사랑하게 되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자기존중감이 높아지는 겁니다.
어느 마을에 강욱이라고 하는 지능이 낮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강욱이와 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욱이는 늘 외톨이입니다. 그리고 강욱이보다 어린 개구쟁이들의 놀림감이 됩니다. “강욱이는 바보래요. 강욱이는 멍청이래요.” 때로 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합니다.
그런 강욱이에게 유일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철수입니다. 철수는 강욱이보다 나이가 조금 아래입니다. 철수는 강욱이와 함께 딱지치기나 공놀이를 하면서 깍듯이 형님 대접을 합니다. 그런데 자기네들끼리 만들어 놓은 규칙을 강욱이가 지키지 않아 철수가 항의할 때가 있습니다. “형, 그건 반칙이야. 그렇게 하면 안 돼.” 그러면 강욱이는 손찌검하기도 하고, 철수네 집 대문 앞에다 연탄재를 잔뜩 깨뜨려 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철수의 엄마는 속상해했습니다. 강욱이는 바보 같은 아이지만, 다른 차원에서 철수 또한 바보 같아 속상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철수가 강욱이에게 어떻게 맞았는지 코피를 흘리며 들어왔습니다. 몹시 화가 난 철수의 엄마는, “너 왜 바보같이 강욱이와 놀다가 이렇게 맞고 들어오는 거야. 다시는 강욱이와 놀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눈물을 닦으면서, 교회 선생님이 들려준 <검은 마음, 하얀 마음>이라는 동화를 엄마에게 얘기했습니다. 검은 마음은 예수님이 싫어하시는 것으로서, 온갖 미움과 시기, 질투, 분노, 교만의 마음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하얀 마음은 예수님이 좋아하시는 것으로서, 사랑과 온유, 은혜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철수는 하얀 마음을 갖고 싶고, 그래 앞으로도 계속 불쌍한 강욱이 형하고 놀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날 철수의 엄마는 저녁밥을 짓는데, 검은 마음과 하얀 마음을 이야기하던 철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검은 마음에 가까운 엄마에게 하얀 마음을 일깨워준 기특한 아들의 모습이 말입니다.
<아이 엠 샘>이라는 영화에서 사람들은 샘을 바보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철수 엄마에게 철수가 바보 같아 보였습니다. 샘과 철수가 바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샘이 자기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과, 철수가 강욱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또한 닮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샘이 놀라운 자기존중감을 보여주었는데, 철수 또한 자기존중감이 높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샘은 딸과 아주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니 철수 또한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본문을 보십시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주시기를 바랐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리고는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아이들을 꾸짖는 모습은 세상이 바보를 배척하는 모습과 같습니다. 영화에서 검사가 샘을 바보 취급하며 “당신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라고 말하는 모습, 철수의 엄마가 철수에게 “너 왜 바보같이 강욱이와 놀다가 이렇게 맞고 들어오는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 그리고 제자들이 어린이들을 꾸짖는 모습이 모두 같은 성격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반대로 아이들을 축복하셨습니다. 그것은 샘을, 그리고 철수를 지지하고 축복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일을 지혜 있고 똑똑한 사람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는 드러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또한 바울은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을 택하셨으며,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사람을 택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과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이 모두 바보 같은 삶을 찬미하는 말씀이 아닐까요?
진정한 사랑은 바보 같은 사람에게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인데, 바보는 조건을 따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험한 세상은 바보 같은 삶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것을 피합니다. 바보 같이 사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을 거 같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이해타산하고 더 나아가 영악한 삶을 살려고 합니다. 설령 이웃에게 사랑을 베푼다고 하더라도, 내 것을 안전하게 남겨 둔 범위 안에서 합니다. 바보 같은 삶의 좋은 뜻을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혹독한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거로 생각합니다.
철수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보겠습니다. 철수가 강욱이와 놀아주는 것까지는 용납할 수 있습니다. ‘내 아들이 참 착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강욱이한테 맞고 돌아올 때 철수 엄마의 마음은 변했을 겁니다. 바보 같이 착하기만 한 철수의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졌을 겁니다. 철수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보는 하늘이 지켜줍니다. 사람들이 이해타산하고 더 나아가 영악하게 살려고 하는 것은, 험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는 몸짓입니다. 그런 자기방어 행위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바보는 하늘이 지켜줍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것과 하늘이 지켜주는 것, 어느 쪽이 더 든든할까요? 바보가 위태롭게 보이지만, 그러나 하늘이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철수 엄마에게 철수가 위태롭게 보이겠지만, 그러나 하늘이 철수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참 신앙인은 그 앎을 지닌 존재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이웃을 사랑할 때, 하늘이 그를 지켜줍니다. 온 우주가 그를 지원합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을 믿고 바보가 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위태롭게 느끼며 두려움을 선택할 것인가, 하늘의 지원을 신뢰하며 용기를 선택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름다운 바보는 하늘이 지켜준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 그 믿음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믿음으로 안심하고 바보를 선택하는 용기, 그 용기가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손해는 계산이 되지 않고, 그저 가슴의 울림대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 여러분이 바로 그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신명공동체가 그런 아름다운 바보들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주의 지원으로 가득한 복된 공동체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
주님,
철수가 교회 선생님한테 들은 <검은 마음, 하얀 마음>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른 마음, 바른 마음>입니다.
바른 마음으로 살 때 진정한 형제 사랑이 가능해지고
그 모습이 좀 바보 같아 보이고
그 결과 자기존중감이 높아가고
마침내 하늘의 지원을 받아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내 힘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길과 하늘의 지원으로 행복해지는 길,
우리는 후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후자의 길은 바른 마음일 때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바른 마음을 잘 선택하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옵소서.
늘 내 앞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사랑하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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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