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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명지대 교수였던 김정운 씨는 괴짜 문화 심리학자로 불립니다. 그가 2010년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 나는 심리학자다. 심리학의 발생지인 독일에서의 13년간의 유학생활을 포함해 30년째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런 내가 요즘 내린 결론이다. 철든 이후 내 성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바꿀 수도 없다.”
김정운 씨의 말대로 사람은 절대로 안 변할까요, 아니면 변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변한다는 것이 가리키는 바는,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그 사람의 됨됨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됨됨이 안에서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그에 대한 제 생각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잘 안 변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편의상 사람의 마음 안에 평균 100개의 크고 작은 돌멩이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돌멩이를 걷어내면 변하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을 통해 돌멩이 한 개를 걷어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돌멩이 100개 상태에서 99개 상태로 변한 것입니다. 그러나 100개와 99개의 차이가 미세하기 때문에 변한 것을 지각하기 어렵습니다. 꾸준히 노력하여 10개를 걷어냈다면, 비로소 변한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 20개를 걷어내고 30개를 걷어내면, 아주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안 변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평생 돌멩이 100개 중 하나도 걷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걷어내기는 했는데 서너 개에 그친다면 변함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도 걷어내지 못하거나 혹은 서너 개 걷어내고 그친 사람이 아주 많기 때문에, 사람은 안 변한다고 주장하게 되는 겁니다. 그와 같은 모습을 본문에서 보게 됩니다.
야곱의 외동딸 디나가 세겜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세겜은 디나와 결혼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 하몰과 함께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야곱과 그의 아들들에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야곱의 아들들은 허락할 마음이 없는데도 할례를 받으면 청혼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세겜 성에 사는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았는데, 그 틈을 타서 그들을 다 죽이고 약탈하였습니다. 잔인하고 끔찍한 복수를 가한 것입니다.
그러자 야곱이 시므온과 레위를 나무랐습니다. 30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너희는 나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 가나안 사람이나 브리스 사람이나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나를 사귀지도 못할 추한 인간이라고 여길 게 아니냐? 우리는 수가 적은데 그들이 합세해서 나를 치고 나를 죽이면 나와 나의 집안이 다 몰살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야곱은 두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추한 인간으로 여길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입니다. 또 하나는 그들이 자기를 죽일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아들들을 나무랐는데, 나무란 내용이 그들의 잔인하고 끔찍한 행동이 아닙니다. 그런 행동의 결과로 자신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나무란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식들이 벌인 행동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겁니다. 좋은 부모라면 자식이 몹쓸 짓을 하면 우선 공감해주고 그리고 그 행동을 나무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걱정하든지 대비할 것입니다. 야곱이 한 말에 ‘나’라는 단어가 무려 여섯 번이나 나옵니다. 이는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곧 매우 자기중심적으로 이 사태를 대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없고,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야곱이 밤새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자기중심적 삶에서 하나님 중심적 삶으로 바꾸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때 야곱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였습니다. 그래서 에서의 마음이 바뀌기를 바라다가 자신이 회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에서와 감격스러운 상봉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때 분명 야곱은 변했습니다. 그리하여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랬었는데 왜 지금 야곱은 다시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일까요?
전의 그것은 그의 내면에 있는 돌멩이 중 두어 개 혹은 서너 개를 걷어낸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야곱의 내면에는 여전히 걷어내지 못한 돌멩이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위급한 상황을 만나자 다시 자기중심성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에서와 헤어져 세겜에서 산 칠팔 년 동안 더는 돌멩이를 걷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 야곱이 아버지와 형을 교묘하게 속인 일을 아는데, 에서와 상봉하는 모습을 보면 ‘야곱이 참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다시 자기중심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안 변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야곱이 안 변한 건 아닙니다. 전에 돌멩이를 몇 개 걷어냈지만, 그 후 더 걷어내지 못하여 아직 돌멩이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돌멩이를 꾸준히 걷어내어 자기중심성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지난 주간에 ‘초인종 의인’이라고 불리는, 올해 스물여덟 살 고 안치범 군의 이야기로 매스컴이 뜨거웠습니다. 지난 9월 9일 새벽 4시 20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에 불이 났습니다. 이 오피스텔에 사는 여자와 애인인 남자가 있는데, 그가 여자의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 나서 불을 지른 것입니다. 안 군은 이 오피스텔 4층에 살고 있었는데, 불이 난 걸 알고 재빨리 건물 밖으로 나와 119에 화재 신고를 했습니다. 화재 신고 후 잠시 망설이던 안 군은 연기가 자욱한 오피스텔 건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방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사람들을 깨웠습니다. 오피스텔에는 21개의 방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잠자던 20여 명의 사람이 뛰어나와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안 군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5층 계단에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져 있다가 소방관에 의해 구출되었습니다. 귀와 코가 그을리고 손바닥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뜨거워진 방문들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것입니다. 그러나 10여 일 만인 9월 20일 새벽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안 군의 어머니는 언젠가 아들과 TV를 보다가 나눈 대화를 전했습니다. “치범아, 저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꼭 네 목숨을 살려야 해.” 그랬더니 안 군은 “엄마, 도와주면서 살아야지, 나만 살려고 하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빈소에서 울면서 말했습니다. “갈 때는 칭찬해줬어요. 잘했다고.”
성우를 지망하던 안 군은 성우 시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안 군은 그동안 꾸준히 장애인 봉사활동을 했는데,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봉사활동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 군에게 도움을 받았던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빈소를 찾았을 때 유족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안 군의 아버지는 “내 자식의 선행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안 군은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장애인들을 최근까지도 챙겼습니다. 한 장애인 학생은 “불이 나기 전 3일 전에도 선생님이 ‘잘살고 있느냐’며 연락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 군의 동년배들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챙기고 있을 때, 안 군은 부모도 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챙겼던 겁니다.
안 군의 어머니는 TV를 보다가 안 군에게 자기중심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안 군은 어머니에게 자기중심적 삶을 살면 안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기 생각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안 군의 이야기를 보며 자기중심적 삶을 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 군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삶, 곧 하나님 중심적인 삶이 늘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중심적 삶은 두려움을 뿌리로 한 것이고 그 결과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죄책감으로 말미암아 다양한 형태로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그래서 길게 볼 때 자기중심적 삶은 자신에게 유익이 되지 않고, 하나님 중심적 삶이 자신에게 진정한 유익이 됩니다. 또한 자기중심적 삶은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고, 하나님 중심적 삶은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춰줍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성을 가집니다. 그 자기중심성을 하나님 중심성으로 바꾸는 것이 모든 사람의 과제입니다. 그러자면 꾸준히 내면의 돌멩이를 걷어내야 합니다. 내면의 돌멩이를 많이 걷어내면 걷어낼수록 자기중심성이 약해집니다. 곧 타인과 이익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깊어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됩니다.
처음에 우리는 사람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모두 변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나를 잘 알던 사람들과 몇십 년 만에 만나서 4박 5일 일정으로 여행을 갔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순간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인사를 하면서 한편 나를 속으로 평가합니다. 평가받는 나는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유형을 편의상 A와 B라고 하겠습니다. A 유형인 나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람 정말 하나도 안 변했어. 그저 나이만 먹었군.’ 예전에 나한테서 보았던 부정적인 모습을 이번 여행에서 고스란히 다시 보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약간 어두운 마음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B 유형인 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람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변했지. 비결이 뭔지 궁금해.’ 그래서 놀라워하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A 유형이 B 유형보다 훨씬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현재는 어느 유형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자신이 A 유형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어도, 다수 중 하나이니 크게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기왕에 한 인생 사는 거 B 유형으로서 살면 좋지 않겠습니까? 비슷한 조건이라면 B 유형이 A 유형보다 훨씬 행복할 테니까요. 더 나아가 조건은 A 유형이 훨씬 나은데도 B 유형이 더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를 변화시키는 궁극의 주체는 예수님입니다. 내가 꾸준히 좋은 방법을 사용하여 나를 변화시킬 때도 예수님의 도움을 받으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집니다. 또한 상담과 같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나를 변화시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 드라마는 매회마다 제목을 붙입니다. 지난 화요일에 방영된 것의 제목은 “믿음은 그대로 운명이 된다”였습니다. 저는 제목의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자신을 죄인이라고 믿으면 죄인의 운명이 될 것이고, 자신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고 믿으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운명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고 믿으면서 타인은 몹쓸 죄인이라고 믿으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복을 받고 타인은 벌을 받는 운명이 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준다’는 원리에 따라, 타인을 몹쓸 죄인이라고 믿으면 내가 몹쓸 죄인이라고 믿게 되는 겁니다. 그 믿음 앞에서 내가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는 믿음은 힘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고 믿은 것 같지만 실은 몹쓸 죄인이라고 믿은 결과가 되어, 그 믿음에 따른 운명이 됩니다. 어쨌든 이러든 저러든 믿음은 그대로 운명이 됩니다.
여러분이 통 변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변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가지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 믿음을 바탕으로 하여 예수님의 도움을 받아, 내면에 있는 돌멩이를 하나씩 걷어내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20개를 걷어내고 30개를 걷어내기 바랍니다. 또 그 이상도 걷어내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사람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변했지. 도대체 비결이 뭐야.’라는 말을 듣게 되기 바랍니다.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대로 운명이 되기 바랍니다. 그 운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된 운명입니다. 그 어떤 운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복된 운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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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박하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