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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순실 씨와 관련된 여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합니다. 그런데 지난 24일에 박 대통령은 뜬금없이 임기 내에 개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헌은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씨 의혹을 덮기 위해 개헌이라는 카드를 이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러자 결국 박 대통령은 다음 날인 25일 오후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취임 전과 취임 후에 최순실 씨에게 연설과 홍보에 관한 의견을 물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취임 후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최순실 씨가 계속 청와대 일에 광범위하게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사과는 전혀 진정성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뉘우치는 일입니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과 관련하여 두 가지 단어를 사용합니다. 회한과 회개입니다. 회한은 뉘우치고 한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개는 회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입니다. 곧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입니다.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한자로 보면 뉘우칠 회(悔), 고칠 개(改)입니다. 그래서 회한과 회개는 비슷한 말이지만 고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회한과 같은 뜻을 지닌 단어가 후회입니다. 후회는 고침이 빠진 뉘우침이니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뉘우침에는 후회와 회개가 있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입니다. 오늘 본문에 야곱이 진정으로 회개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의 통치자인 세겜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분노하여 잔인하고 끔찍한 복수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야곱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야곱은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을 겁니다. 에서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베델로 올라가 거기에서 살아라. 네가 너의 형 에서 앞에서 피해 도망칠 때에, 너에게 나타난 그 하나님께 제단을 쌓아서 바쳐라.” 칠팔 년 전 야곱이 라반의 집에서 살 때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베델로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베델보다는 세겜이 더 살기 좋아 보여서 세겜에서 칠팔 년째 살고 있습니다. 세겜에서 사는 칠팔 년 동안 하나님은 야곱을 지켜만 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야곱이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자 나타나셔서 다시 베델로 가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야곱은 아마도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세겜에서 산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였을 겁니다. 세겜에서 살면 훨씬 행복해질 줄로 알았는데, 행복은커녕 온 가족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으니 말입니다. 야곱은 자신의 선택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마침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베델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자기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을 안고 비로소 베델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야곱은 가족과 모든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습니다. “너희가 가지고 있는 이방 신상들을 다 버려라.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어라.” 이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곳을 떠나서 베델로 올라간다. 거기에서 나는, 내가 고생할 때에 나의 간구를 들어주시고, 내가 가는 길 어디에서나 나와 함께 다니면서 보살펴주신, 그 하나님께 제단을 쌓아서 바치고자 한다.” 하나님이 자기가 고생할 때 도와주셨고, 늘 함께하시며 보살펴주셨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지난 칠팔 년 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겁니다. 하지만 야곱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완전히 회복한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가지고 있던 모든 이방 신상과 귀에 걸고 있는 귀고리를 가져 왔습니다. 귀고리는 패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을 뜻합니다. 부적을 귀고리로 만들어 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야곱은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밑에 묻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길을 떠났습니다. 베델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참으로 가벼웠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사방에 있는 모든 성읍 사람들을 두려워 떨게 하셨으므로, 아무도 야곱 일행을 건드리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것의 구체적인 모습은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야곱 일행은 무사히 베델에 도착하여 거기에 제단을 쌓았습니다. 에서를 피해서 외삼촌의 집으로 가다가 베델에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지 이십 칠팔 년 만에, 베델로 돌아와 다시 제단을 쌓은 것입니다. 제단을 쌓았다는 것은 예배를 드렸다는 뜻입니다.
오늘 야곱의 이야기를 통해 주목하는 것은 이방 신상들을 모두 버린 일입니다. 하나님은 베델로 가라는 말씀만 하셨지 이방 신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야곱 스스로 이방 신상들을 버린 것입니다. 그것들을 땅에 묻었을 뿐만 아니라,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하였습니다. 몸을 깨끗이 씻게 했다는 것은, 이방 신상에 의존하여 살았던 삶을 더러운 일로 여겼다는 뜻입니다. 또한 새 옷으로 갈아입게 했다는 것은 완전히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뜻입니다. “새 술은 세 부대에”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를 통해 야곱이 세겜에서 산 잘못을 크게 뉘우쳤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뉘우침은 후회가 아니라 회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내용을 완전히 뜯어고치려는 것 혹은 완전히 바꾸려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리니까 몰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후회했을 것이고, 베델로 가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후에는 회개한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의 은혜로 외삼촌 집에서 20년을 잘 견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외삼촌의 방해를 받지 않고 떠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게나 두려워했던 형의 복수 문제가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잘못된 판단으로 자기와 형을 비교하여 하나님을 불신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재물에 눈이 어두워 세겜에서 살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야곱이 모든 사람에게 이방 신상을 버리게 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이방 신상과 부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야곱이 알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니, 야곱도 이방 신상을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시간에 야곱이 자기와 에서를 비교하여,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봤자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않는 사람보다 못하게 되니, 하나님의 뜻대로 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세겜에서 살면서 야곱은 세겜의 이방 신을 섬겼을 겁니다. 그러면 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야곱이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방 신을 섬긴 것입니다. 곧 야곱을 위시하여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 이방 신에 의존하여 살았던 겁니다. 어쩌면 하나님과 이방 신을 동시에 섬겼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보험을 들어두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한 재앙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 일에 대해 꾸짖지 않으시고 그저 베델로 가라고만 말씀하신 겁니다. 야곱은 정말 하나님께 부끄러웠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했을 겁니다. 그리하여 잘못을 완전히 뉘우친 것입니다. 그래서 베델로 가기 전에 우선 모든 이방 신상과 부적을 땅에 묻은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오직 하나님만 섬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이는 진정한 회개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른 마음과 바른 마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른 마음에는 여우가 한 마리 있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그 여우의 이름은 에고입니다. 그러니까 그른 마음에는 에고가 있고, 바른 마음에는 성령이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른 마음에 있는 에고의 목소리와 바른 마음에 있는 성령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살아갑니다. 여우 에고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험한 세상에서 이기적으로 살라고, 남을 돕게 되더라도 어떤 상한선은 절대 넘으면 안 된다고, 너와 같은 뜻을 갖지 않은 사람을 미워하고 정죄하라고, 또한 아무 쓸모 없는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세상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하나님을 떠나기 어려우면 하나님과 우상을 함께 섬기라고, 그 밖에도 수많은 종류의 말을 속삭이며 우리가 그른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부추깁니다. 그런데 그 여우 에고의 말을 듣고 따를 때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야곱이 그 여우 에고의 말을 듣고 따랐다가 큰 잘못을 저질렀던 것인데, 우리도 서로 형태나 성격은 달라도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습니다.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진심으로 뉘우치면 됩니다. 곧 잘못을 저지른 것은 여우 에고의 말을 따랐기 때문인데, 이제 바른 마음 안에 있는 성령의 말을 듣고 따르겠다고 다짐하면 됩니다. 그것이 회개입니다. 그른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물론 여우 에고가 가만있지 않고 또 우리를 꾀고 그래서 우리가 그 꾐에 넘어가 다시 잘못을 저지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성령을 마음에 모시고 성령께 자신을 내맡기면 됩니다.
나영자 시인이 지은 <염색>이라는 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냥 주님으로 푹 물이 들면 좋겠습니다. 물감이 천에 물을 들이듯 주님으로 제가 물이 들면 좋겠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사는 것 따로 있고 아는 것과 행하는 것 따로 있으며 깨달음과 실천이 따로가 아니라, 주님의 삶이 내 몸에 배어버려서 그냥 사는 것이 예수님을 닮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주님의 말씀 줄줄 외우지 못해도, 조리 있게 진리를 변증하지 못해도, 그냥 사는 것이 말씀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님으로 푹 물이 들어 버리면 참 좋겠습니다.>
주님의 삶이 내 몸에 배어서, 주님으로 푹 물들면 참 좋겠다고 합니다. 주님과 완전히 하나 되어 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르치는 것과 사는 것, 아는 것과 행하는 것, 깨달음과 실천이 따로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주님이 나를 사시는 겁니다. 이는 바른 마음의 상태와 같습니다. 만약 야곱이 이 시를 들었다면 참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뉘우치고 베델에서 하나님께 다시 제단을 쌓는 야곱의 마음과 이 시는 참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는 하나님과 우상을 함께 섬기고 있습니다. 우상은 비단 이방 신상이나 부적 같은 것만이 아닙니다. 네 잎 클로버와 같은 행운의 마스코트,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비는 것,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우상입니다. 부모나 배우자나 자식에게 깊이 의존하는 것도 우상입니다. 모든 의존과 집착과 중독은 우상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하나님의 뜻과 다른 생각은 모두 우상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다른 것은 모두 우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네 삶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우상이 있습니다. 그런 우상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상을 버리려고 하는 대신, 성령께 자신을 내맡기는 바른 마음으로 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님으로 푹 물들어 살려고 하면 우상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풍으로 곱게 물든 세상을 보기 때문일 겁니다.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든 단풍을 보는 일은 행복감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주님으로 푹 물든 사람은 고운 단풍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흔히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무조건 사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그른 마음으로 우상을 섬기는 사람이 아름다울 리 없습니다. 주님께 푹 물든 사람만이 꽃보다, 단풍보다 아름다운 겁니다.
여러분이 주님으로 푹 물들어 살려는 뜻을 세우기 바랍니다. 주님과 하나 되어 살려는 뜻을 세우기 바랍니다. 내가 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사는 뜻을 세우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단풍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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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