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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는 스데반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스데반을 돌로 쳐 죽였습니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을 사도행전 8장 1절에서 3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울은 스데반이 죽임 당하는 것을 마땅하게 여겼다. 그 날로부터 예루살렘 교회에 큰 박해가 일어났다. 그래서 사도들 이외에는 모두 유대 지방과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 경건한 사람들은 스데반을 장사하고, 그를 생각하며 몹시 통곡하였다. 그런데 사울은 교회를 없애려고 날뛰었다. 그는 집집마다 찾아 들어가서,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끌어내서 감옥에 넘겼다.”
그런데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을 떠난 사람들이 피신한 곳에서 계속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살고 있던 유대인들 중 상당수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사울은 원정 박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사울이 가려고 한 곳은 다마스쿠스였습니다. 다마스쿠스는 현재 시리아의 수도입니다. 예루살렘에서 213km 떨어진 곳입니다. 서울에서 익산까지가 그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 내용을 사도행전 9장 1절에서 2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울은 여전히 주님의 제자들을 위협하면서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대제사장에게 가서, 다마스쿠스에 있는 여러 회당으로 보내는 편지를 써 달라고 하였다. 그는 그 ‘도’를 믿는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묶어서,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려는 것이었다.”
“그 ‘도’를 믿는 사람”이라고 표현을 주목해 봅니다. 여기서 ‘도’라는 말은 헬라어로는 ‘호도스’인데 “길”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 도를 믿는 사람은 예수님의 뒤를 따라 그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예수님의 뒤를 따라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울의 눈에는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습니다. 불의한 짓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그들을 잡아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무지가 원인이었습니다.
잠어 14장 12절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바른 길 같아 보이나, 마침내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 있다.” 참 섬뜩한 말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자신이 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죽음의 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사울이 바로 그랬습니다.
한편 이 말씀을 반대로 표현해 보면 이렇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은 길 같아 보이나, 마침내는 생명에 이르는 길이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이 길을 걸었던 겁니다. 하지만 사울이 보기에 그것은 어리석은 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울에게 직접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눈을 멀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사흘 후에 아나니아라는 사람을 보내 시력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대한 사도로 들어 써 주셨습니다. 사울은 죽음의 길을 걷다가 예수님의 은혜로 생명의 길로 바꿔 걷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길을 걸어갈 때 크게 세 종류의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죽음의 길이고, 둘째는 생명의 길이고, 셋째는 평범한 길입니다. 죽음의 길은 불의와 거짓과 욕망과 절망의 길입니다. 생명의 길은 진리와 사랑과 소망의 길입니다. 평범한 길은 그 중간쯤 되는 길입니다.
사울은 죽음의 길을 걷다가 생명의 길로 바꿔 걸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가룟 유다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생명의 길을 걷다가 나중에 죽음의 길로 바꿔 걸었습니다.
지난 주일 예배 후 우리는 <세 명의 바보들>이라는 인도 영화를 보았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란초이고, 둘째 친구의 이름은 파르한이고, 셋째 친구의 이름은 라주입니다. 이들은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편의상 각각의 이름을 A, B, C라고 하겠습니다. B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하고 또한 재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공학이 적성에 전혀 맞지 않지만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다 친구 A의 도움으로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지만 결국 아들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한편 C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습니다. 그 두려움은 행운을 기원하는 반지가 증명해줍니다. 손가락 수보다 더 많은 반지를 끼고 있는 겁니다. 시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끼고 있는 반지, 집이 가난하여 누나가 시집을 못 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끼고 있는 반지, 취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끼고 있는 반지 등입니다. 그러다 역시 친구 A의 도움으로 취업을 위한 면접을 보러 가는데, 끼고 있던 모든 반지를 버립니다. 그리고는 면접관들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형편을 말합니다. C는 말합니다. “신께 이 직장을 구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삶을 준 것에 감사합니다.” 그러자 면접관은 지나치게 솔직한 태도는 고객을 다루는 데 좋지 않다면서, 그런 태도만 바꾸겠다고 약속하면 취업을 허락하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C는 취업이 안 되더라도 자신의 태도를 바꿀 수는 없다고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그러나 결국 취업에 성공합니다.
B는 적성에 전혀 맞지 않은 길을 걸었고, C는 세상에 두려움으로 겨우 반지들에 의존하는 길을 걸었습니다. 곧 그들은 죽음이 길을 걷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 친구 A의 도움으로 모든 두려움을 걷어 내고 생명의 길로 바꿔 걷게 되었습니다.
죽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 앞에서 두려움 때문에 불의에 타협하고, 바른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육신의 연약함으로 거짓된 길을 걷고,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것의 노예가 되고,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영적 장님이 되어 소망 대신 절망으로 신음하고, 자신의 상처로 말미암아 타인을 미워하며 분노를 터뜨리고, 수많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대신 갖지 못한 것만을 보며 불평을 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길만을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록 그 수가 많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이 생명의 길을 걷는 존재입니다. 그는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삶을 살아갑니다. 어떤 조건에서도 소망과 감사로 살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세 길이 우리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비유적으로 죽음의 길은 1차선이고, 생명의 길은 2차선이고, 평범한 길은 3차선이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차를 운전해 갈 때 세 개의 차선을 모두 이용하듯이, 대체로 우리는 세 개의 길을 모두 걷습니다. 생명의 길을 잘 걷다가고, 어떤 문제 앞에서는 죽음의 길을 걷고, 또 어떤 때는 평범한 길을 걷는 것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죽음의 길을 걷던 사울이 회심하고 생명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본문에서 고백합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 주겠습니까?” 바울의 유명한 이 고백은 첫째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태를 표현한 것인지, 바울 자신의 문제인지 명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둘째로 자신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가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의 모습인지, 만난 이후의 모습인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셋째로 예수님을 만난 이후라 하더라도 단지 그런 충동을 느꼈다는 건지, 실제로 원하지 않는 일을 행하였다는 건지 명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걸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이것을 자신의 문제로 전적으로 수긍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의 길을 걷다가도 언제라도 죽음의 길로 바꿔 걸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길을 가장 많이 걷고 있습니까? 죽음의 길, 곧 1차선을 주로 걷는 사람은 아마도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주로 생명의 길, 곧 2차선을 걷고 있습니까? 혹 죽음의 길도 생명의 길도 아닌 평범한 길, 곧 3차선을 주고 걷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면서 가끔 2차선을 걷고, 그러다 또 어떤 때는 1차선도 걷고 있지는 않습니까?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생명의 길을 걷는 존재라고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은 구원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2차선의 길을 올곧게 걷는 그리스도인보다, 1차선이나 3차선을 걷는 그리스도인이 더 많지는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감히 단언합니다. 나는 날마다 죽습니다!”(고전15:31상) 앞의 바울의 고백이 현재의 실제 자신의 모습인지, 아니면 그저 충동인지 혹은 과거의 모습인지 혹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였습니다. 설령 바울의 고백이 현재의 실제 자신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자신을 죽이는 바울은 위대합니다. 날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자신을 못 박고 거듭나는 바울은 위대합니다. 그 결과 바울은 생명의 길을 온전히 걸은 위대한 사도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날마다 자신을 죽이는 것입니다. 때로 1차선을 걷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날마다 자신을 죽인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용납하십니다.
자신을 죽인다, 혹은 십자가에 자신을 못 박는다는 것은, 자신의 뜻이나 욕망을 모두 버리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맡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하나님의 뜻대로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 기도는 자신을 죽이는 최고의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죽음의 길을 걷는다 할 때 자신만 그 길을 걷는 게 아닙니다. 많은 경우 타인을 그 길로 끌고 갑니다. 불의와 거짓과 욕망으로 타인을 끌고 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타인도 죄를 짓게 만듭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렇게 경고하셨습니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차라리 그 목에 큰 맷돌을 달고 바다에 빠지는 편이 낫다.”(막9:42) 타인을 죄짓게 만드는 일은 이처럼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의 길을 걷는 것은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또한 타인을 죄짓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나쁜 일이 됩니다.
이제 생명의 길을 걷는 사람은 타인을 그 길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진실된 삶을 살게끔 도움을 주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소망을 갖게 해 주고, 무지로 말미암아 그릇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인생의 바른 길을 깨우쳐 주는 것입니다.
영화 <세 명의 바보들>에서 주인공 란초, 곧 A는 바로 그런 길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두 친구들이 그릇된 길을 걷고 있었는데 바른 길로 이끌었던 겁니다. 두 친구뿐만 아니라 그 영화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리 하였습니다. 또한 그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에게도 그런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불의에 타협하지 마십시오. 거짓된 삶을 거부하십시오. 욕망을 물리치려 애를 쓰십시오. 절망을 이겨내십시오. 다만 진리의 길, 생명의 길, 소망의 길, 사랑의 길을 걸으십시오. 그리하면 여러분을 따라 타인도 그 길을 걷게 됩니다. 여러분의 자녀를 비롯한 가족이, 여러분의 친구가, 여러분의 이웃이 그 길을 걷게 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그것은 얼마나 보람되고 흐뭇한 일입니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일입니다.
하지만 육신이 연약하여 그 길에서 이탈할 때가 있습니까? 그 때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자신을 못 박으십시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가 다시금 생명의 길을 걷게끔 인도하여 주십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세 길 중에서 어느 길을 가장 많이 걸으셨습니까? 지금은 어느 길 위에 서 계십니까? 여러분이 예수 그리스도를 가슴의 중심에 모시고 생명의 길을 온전히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빛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복되고 아름다운 인생 여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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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