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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엿새 동안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는 쉬셨습니다. 여기서 쉬셨다 함은 피곤하여 쉰 것이 아니라, 엿새 동안 하신 일을 기념하고 축하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그 날은 복되고 거룩한 날이 되었습니다. 유대 사람들은 일주일에 하루 안식일을 지켰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일곱째 되는 날에 쉬셨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또한 출애굽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안식일을 꼭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출31:12-17) 그런 말씀에 근거하여 유대 사람들은 안식일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을 보면 안식일과 관련하여 바리새파 사람들과 예수님 사이에 계속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그 충돌 중에서 네 가지 경우만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 일행이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가 배가 고파 밀 이삭을 잘라서 먹었을 때입니다. 바리새파 사람이 예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밀 이삭을 자른 행위를 비난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예수께서 안식일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 주었을 때입니다. 예수님은 그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에게 양 한 마리가 있다고 하자. 그것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지면 그것을 잡아 끌어올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바리새파 사람들은 안식일에 병을 고쳐 준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예수님을 없앨 모의를 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예수께서 안식일에 허리가 굽은 채로 18년 동안 병마에 시달린 여자를 고쳐 주었을 때입니다.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 것에 분개하여 무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을 해야 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엿새 가운데서 어느 날에든지 와서 고침을 받으시고, 그러나 안식일에는 그렇게 하지 마시오.” 이에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끌고 나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이 여자가 18년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네 번째는 예수께서 안식일에 38년 된 병자를 고쳐 주었을 때입니다. 그 병자가 치유를 받고 평소에 누워 있던 자리를 들고 가는데, 유대 사람들은 그에게 안식일에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비난하였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제까지 일하고 계신다는 것은, 태초에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이래 지금까지 쉼 없이 계속 일하고 계심을 가리킵니다. 좋음과 사랑으로 일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안식일에도 때로는 일하신다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단순히 일을 안 하는 날이 아니라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입니다. 그 기념과 축하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바로 좋음과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은 속성상 사랑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안식일에 일을 하지 않지만, 사랑을 베풀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안식일에도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엄마와 어린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린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곧 죽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하나님께 애타게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 주실 수도 있고 안 들어 주실 수도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는 들어 주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날이 안식일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안식일이 지난 다음에 들어 주겠다고 하시겠습니까? 오늘 안으로 아이는 죽는데 말입니다. 아니, 하나님은 안식일이지만 그 아이를 살려주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스케일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스케일로 자신도 일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는 말씀은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하지만 유대 사람들은 안식일을 잘못 이해하여 곧 문자적으로 이해하여, 안식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일 외에는 사람이 죽어가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였습니다. 배가 고파 밀 이삭을 잘라 먹은 사람에 대해 안식일을 범했다면서 정죄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구약성경 민수기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않는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았더라면, 너희가 죄 없는 사람들을 정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원하는 것은 자비이지 제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사는 예배드리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곧 예배드리는 일보다 자비를 베푸는 일이 더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일을 만났는데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그 일을 외면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유대 사람들은 안식일의 형식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형식주의자들입니다. 하나님은 아주 숭고한 뜻으로 안식일을 제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유대 사람들은 안식일을 죽은 날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예수께서 오셔서 죽은 안식일을 다시 되살리셨습니다. 껍데기만 남아 있는 안식일에서 그 고귀한 내용을 회복시키신 겁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사람, 이러한 예수님을 본받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런데 유대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을 잘못 믿었듯이, 예수님을 잘못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그토록 미워했던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면서도, 삶의 모습에서는 바리새파 사람들을 닮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편의상 A형 그리스도인과 B형 그리스도인으로 구분하여 보겠습니다. A형은 자기중심적이고, 욕심이 많고, 늘 남 탓하고, 근심 걱정에 싸여 살아갑니다. 그래 주변 사람들이 A를 보면 교회 다니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A의 삶의 모습에서 교회 다니는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다니나 안 다니나 삶의 질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B형은 늘 감사하고, 어려움을 만나도 낙관하고, 내면에 평화가 흐르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성심껏 도우려 하고, 착하게 살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 주변 사람들이 B를 보면 교회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자신도 교회 다니면 B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B처럼 사는 것에 대해 부러움을 갖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제가 지하철을 타고 갈 때의 일입니다. 어떤 여자가 지하철 안에서 전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큰 소리로 예수 믿고 구원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자리에 앉아 있던 어떤 할아버지가 그 여자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예수가 무슨 구원자냐, 교회 다녀 봐야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화가 잔뜩 난 여자는 고함을 지르고 할아버지에게 심한 욕도 퍼붓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참으로 민망하였습니다.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은 그 여자의 행태를 보며 아무도 교회 다니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여자는 A형일 겁니다. 전도를 열심히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의 평소의 삶을 모습을 보며 교회 나가고픈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전도는 말로 하는 것보다 삶의 모습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설령 B가 전도를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그의 평소의 모습을 보며 교회에 나가고픈 마음이 들 것입니다. B가 제대로 전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A형 그리스도인과 B형 그리스도인은 같은 하나님과 같은 예수님을 믿지만 삶의 모습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여러분은 A형 그리스도인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B형 그리스도인에 가깝습니까?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을 볼 때 A형 그리스도인으로 보나요, 아니면 B형 그리스도인으로 보나요? 간단하게 말해서 주변의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이 여러분의 삶의 모습을 보며 교회 다니고픈 마음이 들겠습니까 안 들겠습니까?
B형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는 언제나 예수님을 자신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예수님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셨을까요?
예수님의 제자에는 비천한 어부, 더럽다고 손가락질 받는 창녀, 가난한 과부, 지체 높은 산헤드린 의원, 큰 부자, 혈세를 받아 로마에 바치는 세리, 혁명을 외치는 열혈당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총망라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표현대로 하면 수구파와 보수파와 진보파와 급진파가 모두 있는 겁니다. 예수님은 이들을 모두 포용하며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면서도, 당신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모든 것들 위에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진보적 관점으로 사회를 보십니까? 좋습니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는 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보수적 관점으로 사회를 보십니까?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는 되지 마십시오. 어떤 ‘주의자’가 되어서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습니다. ‘주의자’가 많을수록 그 사회에는 갈등이 많게 됩니다. ‘주의자’는 자신의 이념과 입장만을 고집하고, 자신과 이념이 다른 사람을 마치 원수를 대하듯이 배타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과 같은 ‘주의자’이면 함께 어울리고, 아무리 선한 사람이 하더라도 자신과 다른 ‘주의자’이면 상종하지 않으려 합니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보기에는 자신의 입장만이 절대로 선한 것 같지만,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 예수님을 진보주의자라고 믿는 그리스도인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을 보수주의자라고 믿는 그리스도인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각각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성경구절만 보고 그렇지 않은 성경구절은 외면합니다. 그리고 서로 싸웁니다. 과연 예수님이 진보주의자거나 아니면 보수주의자일까요?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며 한 생을 사신 분이었는데, 그렇다면 하나님이 진보주의자일까요 보수주의자일까요? 우주를 운행하시는 하나님이 특정 이념의 ‘주의자’일 수 없고, 하나님의 뜻대로만 사신 예수님이 특정 이념의 ‘주의자’일 수 없습니다. 특정 이념에 편중되어서는 결코 참 사랑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 하나님의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사랑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많이 배운 사람과 적게 배운 사람, ‘주의자’는 아니면서 진보적으로 사회를 보는 사람과 보수적으로 사회를 보는 사람 등이 함께 잘 어우러지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른 예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B형 그리스도인은 특정 이념의 시각이 아닌 예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스케일로, 하나님의 스케일로 일하며 살아갑니다. 그래 엿새 동안 좋음과 사랑으로 일하고, 일곱째 날에는 엿새 동한 한 일을 예배를 통해 기념하고 축하합니다. 일곱째 날을 복되고 거룩한 날로 맞이합니다. 그러나 일곱째 날에도 고통당하는 이웃을 만나게 되면, 하나님께서 제사보다는 자비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우선 그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줍니다. 그의 삶은 복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부러움의 뿌리가 예수님과 하나님인 걸 알고, 자신들도 예수님과 하나님을 맞이하려 합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B형 그리스도인, 그것이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꿈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차근차근 이루어져 가는 복된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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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