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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이집트 왕궁에서 바로왕의 딸의 양자로서 자라났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습니다. 그래 이집트 왕궁에는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모세는 이집트의 왕자로서 온갖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산 것입니다. 그렇게 화려한 생활을 한 모세는 하나님을 보고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이 너무나 많은 왕궁 생활에서, 굳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볼 필요를 못 느낀 것입니다.
모세는 화려한 왕궁에서 왕자로 40년 동안 생활하다가, 본의 아니게 황량한 광야에서 도망자로 살아야 하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때의 심경이 자신의 첫 아들의 이름에 배어 있습니다. 게르솜, 곧 처량한 나그네라는 뜻입니다. 왕궁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이 너무나 많았음에 비해, 광야는 눈에 보이는 것이 그저 황량한 들판과 하늘뿐이었습니다. 왕궁과 광야의 눈에 보이는 것의 비율이 1000:1쯤 된다고나 할까요? 눈에 보이는 것이 별로 없자 모세는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모세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 때의 심경이 둘째 아들의 이름에 배어 있습니다. 엘리에셀, 곧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신다는 뜻입니다. 그 후 모세는 엘리에셀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거친 광야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광야 생활을 40년 동안 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너무나 많은 왕궁 생활 40년 동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지 못하였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광야 생활 40년 동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보고 만나는 데는 외적 조건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까요? 누구라도 눈에 보이는 것이 많으면 하나님을 보기 어렵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면 하나님을 보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세의 경우는 그랬지만 안 그런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그 날도 모세는 양 떼를 몰고 호렙산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하나님을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집트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엘리에셀 하나님만을 믿고 의지하는 모세를 장기간 확인하신 하나님의 선택이었습니다.
모세는 다시 이집트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왕 바로와 옥신각신 끝에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였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해 광야를 가로질러 진군하였습니다. 모세의 광야 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으로 송아지 상을 만들어 그것 앞에서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모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인도로 백성들을 이끌고 있었는데, 백성들은 눈에 보이는 하나님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닙니다.
광야에 두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백성들이 지향한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모세가 지향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길입니다. 백성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어쩌면 큰 의미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광야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더욱 절실히 필요했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눈에 보이는 것은 확실한 것일까요?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커다란 지하 동굴 속에 몇 사람의 죄수들이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두 팔과 다리가 묶인 채로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목도 결박당해 있기 때문에 머리를 좌우로도 뒤로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들의 뒤에는 그들이 앉아 있는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른 높은 지대가 있습니다. 이 높은 지대에는 물건들을 나르면서 앞뒤로 걷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나르는 물건들은 나무와 돌과 그 밖의 다양한 물질들로 만들어진 동물과 인간의 상(像)들입니다. 이 걷고 있는 사람들의 뒤에는 횃불이 있고, 그 보다 훨씬 뒤에 동굴의 입구가 있습니다. 족쇄에 묶여 있는 죄수들은 단지 동굴의 앞쪽 벽만을 볼 수 있을 뿐, 서로를 보거나 그들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횃불을 볼 수 없습니다. 죄수들이 보게 되는 것은 앞쪽 벽에 비친 그림자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그들 뒤에 있는 사람들이 횃불 앞을 걸을 때 비친 것입니다. 그들이 그림자를 보며 어떤 사람의 음성을 들을 때, 그 소리가 그림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뒤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은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 죄수들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 말합니다. 그리하여 족쇄를 풀고 뒤로 올라가서 자신이 보았던 그림자의 실상인 횃불과 사람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동굴 밖으로 가서 태양이 빛나고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실제 세계를 온전히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것이 실상인 줄 알고 그것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모세에게 끊임없이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았고, 틈만 나면 이집트로 돌아가겠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아무도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가시광선이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을 가진 광선을 의미하는데, 그 범위는 그리 넓지 못합니다. 사람은 꿀벌이나 새보다 볼 수 있는 범위가 좁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는, 물질의 파동이 만든 정보 가운데서 극히 일부분만을 의식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재조립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인생은 도대체 어떤 가치를 지니겠습니까?
플라톤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현상계라 하고, 그와 대비하여 실재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현상계는 동굴 안의 죄수가 보고 있는 그림자의 세계이고, 실재계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동굴 밖의 찬란한 세계입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현상계는 가짜 세계이고,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진짜 세계, 곧 실재계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길을 걸어야 하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길은 코스모스의 예쁜 꽃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울립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길은 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울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 꽃 안에 계신 하나님을 보며 미소를 머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반가워요 하나님! 감사해요 하나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길은 보이는 것을 무시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며 충만감을 갖게 되지만, 한편 예쁜 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울리기도 하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예쁜 꽃만을 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나면서 눈에 보이는 예쁜 꽃을 보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시겠습니까? 전자에서 비롯되는 탄성과 후자에서 비롯되는 탄성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집니다. 그것은 깜깜한 동굴에 갇힌 죄수가 그림자를 보며 울리는 탄성과, 자유인이 되어 동굴 밖에서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빛나는 삼라만상을 보며 울리는 탄성의 차이와 같다 하겠습니다.
A는 왕궁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지 않습니다. B는 광야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별로 없어 눈에 보이는 것을 집요하게 추구합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자리는 차이가 크지만, 삶의 내용에 있어서는 같은 것입니다. 한편 C는 왕궁에 있든 광야에 있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납니다.
A는 지금 삶의 형편이 좋은 겁니다.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무관한 행복, 그 행복은 한계를 지닙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행복입니다. 모세가 이집트 왕궁에서 그런 행복을 40년 동안 누리다 하루아침에 게르솜과 같은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B는 지금 삶의 형편이 안 좋은 겁니다. 그래 눈에 보이는 행복을 추구합니다. 욕망의 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이스라엘 백성처럼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그 앞에서 먹고 마시며 흥청거리며 뛰놉니다. 그러면서도 불평과 불만, 투정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광야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한편 C는 삶의 형편이 좋든 좋지 않든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납니다. 형편이 안 좋을 때도 엘리에셀 하나님을 보고 만나며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저 탄성을 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을 보고 만나며 감사합니다. 산을 뒤덮고 있는 장엄한 운무를 볼 때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곱디고운 저녁노을을 볼 때도, 보름달을 초대하여 축제를 벌이는 별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산까치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때도, 빗소리를 들을 때도, 천둥소리를 들을 때도 하나님의 신비가 말 걸어오는 음성을 함께 듣습니다. 향내를 맡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지를 때도 하나님의 임재를 느낍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와 화산 폭발로 사망자만도 4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 참사 현장에서 신음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보고 만납니다. 하나님의 눈물이 C의 눈을 통해 흘러내립니다. 문득 괘씸하고 미운 마음밖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생각났을 때, 금방 그이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며 그를 위해 호오포노포노 기도를 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들을 때, 그이 안에서 “너무 괘념치 말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그 비난에 물들지 않습니다. 또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들을 때, 그이 안에서 “고요하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담담한 마음으로 칭찬의 소리를 듣습니다.
5감으로 지각되는 현상계는 실재계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와 원망의 생각으로 지어내는 현상계 역시 실재계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나는 세계만이 실재계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삼라만상의 모습과 현상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합니다. 무엇보다도 예배와 말씀과 기도와 찬양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합니다. 과거는 history이고 미래는 mystery이고 현재만이 present, 곧 선물임을 깨달아, 현재의 순간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충만한 은혜에 흠뻑 취해 살아갑니다. 이러한 C의 모습이 여러분 자신의 이야기이고 싶지 않으십니까?
본문을 보십시오. “보아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는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지금 주님이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 밖에 있는 존재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보아라”고 하십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라 하십니다. 한편 “보아라”고 하는 이 단어는 헬라어로는 “이두”입니다. “이두”는 본다는 뜻을 지닌 “에이도”의 명령형입니다. 다시 말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라고 명령하시는 겁니다. 권면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하시겠습니까? 거절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시겠습니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 하였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그림자일 뿐이라 하였습니다. 주님의 명령을 외면하고 그림자만 보는 인생을 사시겠습니까? 깜깜한 동굴에 갇혀 그림자만 보는 인생을 사시겠습니까? 주님은 동굴 밖으로 나가서 태양이 빛나는 찬란한 실재계를 보라고 명령하십니다. 그 명령은 구속이 아니라 은총입니다. 동굴에 갇힌 죄수의 신분에서 동굴 밖의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는 자유인으로 이끄는 은총입니다.
이제 문을 열어 드리면 주님이 내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먹는다 하십니다. 먹을 음식은 누가 준비하는 겁니까? 혹 내가 가난하여 주님 드실 음식을 장만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가 굶주리는 아프리카의 아이처럼 음식을 장만할 여유가 조금도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말씀은 음식을 장만할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일까요? 음식을 준비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무조건 함께 먹는다 하시니, 혹 주님이 음식을 장만하여 오시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것 같아 보입니다. 주님께서 손수 장만하신 음식, 주님의 성찬,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준비한 음식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풍성한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은혜입니다. 자유인이 누릴 은혜입니다. 우리가 단지 주님을 보는 것만으로 거저 누리게 될 은혜입니다.
여러분,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남으로, 죄수의 신분에서 자유인으로 해방되어, 주님이 손수 마련하신 풍성한 은혜의 향연을 주님과 함께 누리는 복된 인생을 살아가지 않으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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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