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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것을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관련된 교회의 전통적 해석은, 인간의 죄성으로 말미암아 사탄의 유혹에 빠져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벌을 받아 낙원에서 추방당했다는 겁니다. 아담 한 사람이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말씀을 거역한 결과로 인류는 죄인의 신분이 되었지만,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용서를 받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의 이러한 전통적 해석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첫째로 하나님은 선과 악을 알게 되는 나무를 왜 심어 놓으셨을까요? 그 나무를 심어 놓으시고는 그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위험한 나무를 왜 거기다 심어 놓으셨을까요? 안 심어 놓으셨더라면 그 열매를 먹을 일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죄를 범하고 낙원에서 추방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둘째로 하나님은 아담이 그 열매를 먹게 될 것을 모르셨을까요? 예수님도 베드로가 당신을 정확하게 세 번이나 부인할 것을 미리 아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담이 그 열매를 따먹게 될 것을 몰랐다면, 그런 하나님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셋째로 아담이 그 열매를 따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일종의 협박이었을까요? 왜냐하면 아담이 그 열매를 따먹었지만 죽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오히려 나중에 뱀이 한 말에 더 진실성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 4절에서 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하나님은 너희가 그 나무 열매를 먹으면 너희의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왜 죽지도 않는데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하셨을까요? 왜 뱀보다도 못한 말을 하셨을까요?
이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정리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선과 악을 알게 되는 나무의 열매를 아담과 하와가 먹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눈이 밝아져서 선과 악을 구분하여 선한 삶을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열매를 먹으면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입장과 다른 상대방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말씀은 액면 그대로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먹기는 하되 그로 말미암은 어두운 면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뜻이라는 겁니다. 곧 선악과를 먹고 선과 악을 잘 구분하여 선한 삶을 살아가되,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타인에 대한 판단과 비난을 경계하고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과 같은 상태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악과를 따먹은 결과로 말미암은 부정성은, 자신의 입장과 다른 상대방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부정성이 따라왔습니다. 그것은 선악과를 따먹은 그 자체로 말미암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쨌거나 하나님의 말씀을 어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곧 그것은 하나님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8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 남자와 그 아내는 날이 저물고 바람이 서늘할 때에, 주 하나님이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남자와 그 아내는 주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서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으로부터 질책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하나님을 피해 나무 사이에 숨었습니다. 자기네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으로부터 도피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네 삶 속에도 수많은 도피가 있습니다. 아이가 저녁 식사 전까지만 놀고 오겠다고 엄마와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두려움으로 엄마를 피합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어두운 거리를 울면서 배회합니다. 온 식구가 아이를 찾으러 동네방네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시작된 도피행각은, 어른이 되어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재현됩니다. 그 ‘도피처’는 다양합니다. 그것이 술일 수도 있고, 마약이 될 수도 있고,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물건을 잔뜩 사는 것으로, 혹은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도피처로서 혼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도피처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선택은 자살입니다. 그러나 도피는 고통입니다.
지난 1974년 4월 3일 밤 10시에 <대통령 긴급조치 4호>가 발표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간단하게 말해서 반정부활동을 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이미 다음날 교내 시위에 사용할 유인물을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유인물을 뿌리고 경찰의 체포를 피해 도망갔습니다. 당시 저는 2학년이었는데, 또 한 명의 2학년 학생과 3학년 학생 두 명, 총 네 명이 함께 도피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네 명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래 낮 동안 각각 알아서 지내다가 밤에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곳에서 만났습니다. 마치 접선을 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는 여관에 들어가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헤어졌다가 밤이 되면 다시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여학생 한 명이 우리 일행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밤에 만날 때 함께 만나 여관에서 우리의 양말을 걷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네 명의 양말을 빨아서 다음날 아침 여관으로 가져다주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힘든 생활이었습니다. 어디 한 군데 은신처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낮 동안 서울 시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 경찰에 붙잡힐지 모를 두려움을 안고 말입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생활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도피생활에 완전히 지쳤습니다. 매일 수고하는 여학생에게도 미안한 노릇이었고, 집에서 경찰들에게 시달리고 있을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붙잡혔습니다. 우리는 당시 자수 기간이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찰서를 찾아간 그 날이 자수기간의 마지막 날이라는 겁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며칠 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저의 경우는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도피생활은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감옥생활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습니까?
우리는 대체로 현실생활이 힘이 들어 무언가로 도피하게 되는 것인데, 그 도피생활이 기대만큼 편안한 것이 아닙니다. 그 도피생활이 힘들었던 현실생활보다 더 힘이 들기도 합니다. 혹을 떼려다 또 다른 혹을 붙이는 꼴이 됩니다.
도피는 숨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숨는 동산 나무는 무엇입니까? 숨는 행위는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그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일뿐입니다.
타조는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타조는 두려운 존재가 나타났을 때 땅에 머리를 처박습니다. 자기 눈에 안 보이면 그 두려운 존재가 없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잡혀먹습니다. 타조의 이런 모습이 바로 도피입니다. 타조의 비극은 바로 도피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타조에게 필요한 것은, 다만 자신이 말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그렇듯 사람도 도피가 아닌 맞부딪침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 안에 하나님이 주신 신성한 능력이 있음을 알고 맞부딪쳐야 합니다. 숨지 말고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 나아갈 때 하나님이 부여하신 능력이 발현됩니다.
연못에는 흐름이 없습니다. 연못은 결코 바다에 이르지 못합니다. 바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강이 되어 앞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연못이 되는 것은 안전하고 편해 보입니다. 그러나 연못의 선택은 바로 도피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연못은 점점 더러워지고 부패하지만, 강은 깨끗함을 유지합니다. 흐름은 강물을 젊고 청결하게 지켜 줍니다. 그러므로 강이 되어야 합니다. 도피가 아니라 흘러가는 겁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흘러갈 때, 자유의 바다, 평화의 바다, 행복의 바다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도피는 바른 길이 아닙니다. 도피는 고통입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부득이 도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쟁이 났을 때와 같은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피난처로 도피합니다. 1950년에 6․25전쟁이 났을 때 저희 부모님은 천안에서 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대구로 피난을 가셨습니다. 대구는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당신들을 지켜줄 도피처였던 것입니다. 그렇듯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도피가 꼭 필요한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도피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도피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6․25전쟁 때 바른 도피처는 경상도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서울에 살던 사람이 충청도나 강원도로 피난을 갔다면 그것은 현명한 도피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도피를 해야 합니다. 그 현명한 도피는 바로 하나님께 가는 것입니다. 도피처를 세상에서 찾지 말고 하나님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가장 안전한 도피처입니다.
찬송가 가사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446장) “오 놀라운 구세주 예수 내 주 참 능력의 주시로다. 큰 바위 밑 샘솟는 그곳으로 내 영혼을 숨기시네.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나 피곤치 아니하며, 저 위험한 곳 내가 이를 때면 큰 바위에 숨기시고 주 손으로 덮으시네.” 주님께서 나를 헤치려는 어떤 세력으로부터 큰 바위 밑 샘솟는 곳에 숨겨주신다는 겁니다. 주님의 손으로 나를 덮으셔서, 나를 헤치려는 세력이 나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하신다는 겁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나를 헤치려는 세력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 세력의 내용는 다양합니다. 그것은 내게 악감정을 품고 보복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큰 실수를 범해 몹시 두려운 위기에 처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주님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신다는 겁니다. 그럴 때 주님은 안전한 도피처가 되어 주신다는 겁니다.
그러나 주님을 도피처로 삼고 계속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도피는 일시적인 것이 되어야 합니다.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갔다가 전쟁이 끝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듯이, 주님께 도피했다가 다시금 현실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고여 있는 연못이 아니라 강물이 되어 흘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물이 되어 하나님과 더불어 흘러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흘러갈 때 하나님은 몹시 어려울 때 도피처가 되어 주시기도 하고, 그리고 현실과 맞부딪칠 수 있는 힘을 주시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에 음양의 조화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음이 되시기도 하고 양이 되시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음이 필요할 때가 있고, 양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곧 도피처가 필요할 때는 음이 필요한 상황이고, 현실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할 때는 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나님은 때로는 도피처가 되어 주심으로, 때로는 현실을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힘을 주심으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하나님은 음과 양으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우리에게 가장 안전한 도피처 역할을 해 주셨고, 또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부모님은 음양으로 우리를 도와주신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오늘의 내가 어떻게 존재하겠습니까? 부모님의 과보다는 공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부모님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고, 부모님께 효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우리는 부모님을 떠나야 합니다. 부모님 대신 더 안전한 도피처가 되어 주시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더 큰 힘을 주시는 하나님께 의탁하여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적인 어버이가 되셔서 우리를 영원토록 음양으로 도와주십니다. 그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흐르는 강물이 되어 자유와 평화와 행복의 바다로 굽이굽이 흘러가지 않으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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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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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황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