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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두 기둥은 유비와 조조입니다. 유비의 부하 중에 서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서서 때문에 조조는 곤혹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서서가 효자라는 것을 알고, 서서의 어머니를 이용해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하여 자기 나라에 살고 있는 서서의 모친인 위부인의 글씨체를 흉내 내어 서서에게 가짜 편지를 보냅니다. 위부인은 학식이 풍부하고 글을 많이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은 서서는, 그것이 가짜 편지인 줄 모르고 유비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조조에게 옵니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위부인은, 자기가 글을 아는 것이 자식의 앞길을 망치게 했다고 한탄합니다. 이때 나온 말이 ‘여자식자우환’(女子識字憂患)입니다. 곧 여자가 글자를 아는 것이 우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식자우환’이라는 말은 바로 ‘여자식자우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을 사게 한다, 모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식자우환의 예를 일상에서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안다고 하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 된 경우 말입니다. 그래서 그 옛날 최고로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존경을 받았던 소크라테스는 그 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다.”
식자우환 현상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안다는 것은 무조건 악일까요? 무식이 선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알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배움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하나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모름의 길을 걸었던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진정한 앎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매우 무거운 주제입니다. 안다는 것이 우환을 초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환을 두려워하여 배우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우환에 초점을 맞춰 모르는 상태로 사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른 길이 아닙니다. 예컨대 과학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극단적인 예는 바로 원자폭탄의 처참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과학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학 발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과학 발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면 반드시 고통이 따릅니다. 그리하여 아이의 마음에는 없던 번뇌가 어른의 마음에 생겨나게 됩니다. 그 번뇌가 깊으면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결코 자살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이렇듯 고통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상태로 계속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이런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성장에는 반드시 어두운 면이 동반된다는 것입니다. 성장은 좋은 일이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개인도 성장해야 하고, 사회도 성장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분야에서 성장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발전 혹은 진화라고 표현합니다. 우주 삼라만상은 진화해야 하고, 또한 진화의 길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성장, 발전, 진화는 좋은 일입니다만, 거기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어두운 면이 함께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필연입니다. 그러나 그 어두운 면의 폐해 때문에 성장, 발전, 진화를 부정하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닙니다.
이런 현상을 <성장통(成長痛)>이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모든 성장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뜻입니다. 개인의 영혼이 성장하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 반드시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그 성장통을 잘 견디며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만약 성장통을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성장이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두려워하여 성장, 발전, 진화를 나쁜 일로 생각하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중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선과 악입니다. 선은 좋은 일이고 악은 나쁜 일인 줄 알고, 그리고 선과 악을 잘 구분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선한 일인지 악한 일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는 자주 악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합니다. 악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나쁜 일인 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큰 차이를 지니는 것인데, 그는 자신의 행동이 나쁜 일인 줄 모릅니다. 여러분은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으십니까? 하나님은 여러분이 그런 사람으로 살기를 원하시겠습니까?
선악과를 따먹고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바로 선은 좋은 일이고 악은 나쁜 일인 줄 알게 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선한 일인지 악한 일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아직 선과 악을 알지 못하는 무분별의 상태에 있다면, 선악과를 따먹으시겠습니까 안 따먹으시겠습니까? 하나님은 여러분이 선악과를 따먹기를 바라실까요 안 따먹기를 바라실까요?
하지만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 그런 긍정성만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성을 함께 지닙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입장과 다른 상대방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타인에 대해 판단과 비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안 좋은 일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죽음과 같은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선악과를 안 따먹어야 하겠습니까? 식자의 우환이 두려워 식자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하겠습니까? 과학의 폐해가 크다고 과학 발전을 접어야 하겠습니까? 어른이 되면 고통이 따른다고 평생 아이의 상태로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선악과를 따먹게 하셨습니다. 대신 그 부정성을 늘 경계하며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이라 하셨습니다. 이것이 선악과를 따먹은 문제에 대한 바른 이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악과를 따먹은 부정성은 또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피의 문제였습니다.
본문 7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눈이 밝아져서 자기들이 벗은 몸인 걸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엮어서 몸을 가렸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가 눈이 밝아져서 자기들이 벗은 몸인 걸 알게 되고, 그리하여 치마를 만들어 생식기 부분을 가린 것, 이게 나쁜 행동입니까? 갓난아이들은 자신이 벗은 몸인 걸 자각하지 못합니다. 짐승도 역시 자기가 벗는 몸인 걸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낮은 의식 상태입니다. 평생 갓난아이나 짐승의 의식 수준으로 살아야 하겠습니까? 벗은 몸인 걸 자각하고 생식기 부분을 가리는 것은 의식이 성장했음을 보여 주는 행동입니다. 어둡던 눈이 밝아졌다는 것은 의식이 성장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만들었다니 이는 얼마나 지혜로운 모습입니까? 이러한 창조적 행위도 의식의 성장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선악과를 따먹은 긍정적 결과입니다.
하지만 성장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따르는 것인데, 아담과 하와도 성장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동산을 거니는 소리를 들은 그들은 하나님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 것입니다. 9절과 10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주 하나님이 그 남자를 부르시며 물으셨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하나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제가 들었습니다. 저는 벗은 몸인 것이 두려워서 숨었습니다.> 벗은 몸인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눈이 밝아져서 벗은 몸인 것을 알게 됨은 의식이 성장했다는 뜻으로서, 그것은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니 그것은 부정적인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서 무지의 상태에서 식자의 상태에 이르자 우환이 생겨난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성장은 좋은 일이지만 성장통을 겪을 때 그것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지금 성장통을 겪으며 그것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그들이 두려움을 느꼈을 때 하나님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도피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잘못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도피한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의 도피는 더 많은 도피를 낳았습니다.
독일 태생의 미국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1941년에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그 책에서 에리히 프롬이 말하려는 바를 간단하게 줄이면 이런 겁니다. 인간은 과거 노예상태에서 자유를 원했습니다. 그러다 역사가 발전하여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유는 많은 책임을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유는 불안한 자유였고 두려운 자유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런 자유를 버리고, 다시 노예상태가 되더라도 마음이 편할 것 같은 곳으로 도피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그런 현상을 ‘퇴행’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인류가 근대사회에 이르러 자유를 얻게 된 것은 위대한 성장입니다. 그런데 그 성장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그리하여 자유를 버리고 속박으로 도피하려 합니다. <성장통>의 문제가 자유라는 주제에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자유의 성장통을 잘 견디며 극복해 나가지 못하고 속박으로 도피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진리 역시 어두운 면을 지닙니다. 자신이 진리의 길에 접어들게 되면 불편한 일이 생기는 겁니다. 진리는 비수처럼 자신의 양심을 찌릅니다.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가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나무랍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진리로부터 거짓으로 도피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리를 말하기 때문에 너희는 나를 믿지 않는다.>(요8:45) 예수님은 진리 그 자체이셨기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배척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진리를 외면하고 진리로부터 거짓으로 도피한 것입니다. <성장통>의 문제가 진리라는 주제에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진리의 성장통을 잘 견디며 극복해 나가지 못하고 거짓으로 도피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도피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진리로부터의 도피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도피는 모든 죄와 불행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으로부터의 도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부인하고 눈에 보이는 세계만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에만 집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 도피의 길을 걷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단지 자신의 물질적 풍요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진리로부터 거짓으로 도피합니다. 하나님 안에서의 참 영적 자유로부터 물질적 속박으로 도피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걸어가야 합니다. 영혼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유의 길, 진리의 길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하지만 그 때 성장통이 나타납니다. 두려움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 때 도피하면 안 됩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오늘의 우리가 될 수 있도록 귀한 가르침을 주신 모든 스승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하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은 연약한 우리를 당신의 제자로 삼아주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로서 인생을 산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행운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제자이기에 언제나 든든하고, 우리가 그분의 제자이기에 의식이 나날이 성장하고, 우리가 그분의 제자이기에 진리의 길을 걸을 수 있고, 우리가 그분의 제자이기에 영혼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우리가 그분의 제자이기에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늘 스승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의 말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게 될 것이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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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