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 주위를 지구를 포함한 9개의 행성이 돌고 있습니다. 각 행성들은 태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원심력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태양은 각 행성들을 자신에게로 잡아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구심력이라고 부릅니다. 아시다시피 원심력과 구심력이 똑같기 때문에, 행성들이 밖으로 벗어나지도 않고 태양으로 끌려가지도 않으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만약원심력과 구심력 중에서 어느 하나가 더 크다면 행성들이 모두 우주로 흩어지든지 아니면 태양으로 끌려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금방 죽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태양이 행성들을 잡아당기는 힘이 더 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고 딱 지금 정도인 것이 참 고마운 일입니다.
4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들은 또 말했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니므롯은 바벨탑을 쌓아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또한 백성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 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에 니므롯은 왜 백성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 하였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백성들을 자기 통제 하에 꽁꽁 묶어 두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백성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 함의 부정적 측면입니다. 백성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 함의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그것은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의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 함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니므롯과 같은 절대군주의 경우에는 나쁜 일이 되지만, 선한 군주의 경우에는 좋은 일이 됩니다.
움켜쥐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시간에 움켜쥐는 것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아니, 손을 움켜쥐는 것과 펴는 것이 함께 필요합니다.
예컨대 어떤 물건을 집으려 하면 손을 움켜쥐어야 합니다. 손을 편 상태로는 집을 수 없습니다. 이를 닦을 때도 칫솔을 움켜쥐어야 하고, 밥을 먹을 때도 수저를 움켜쥐어야 하고, 차를 마실 때도 컵을 움켜쥐어야 하고, 운전을 할 때도 핸들을 움켜쥐어야 하고, 전화를 걸 때도 전화기를 움켜쥐어야 합니다. 움켜쥐지 않으면 우리는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재물을 움켜쥐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저축하는 것은 움켜쥐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을 저축하지 않고 버는 즉시 쓰는 일이 옳을까요? 수입에 여유가 있는데도 통장에 잔고가 늘 텅 비어있는 것이 바른 모습일까요? 우리는 자기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집을 소유하는 것도 움켜쥐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쁜 일입니까? 성 프란치스코처럼 평생 무소유로 사는 것만이 바른 길일까요? 통장에 돈이 있어야 필요한 경우에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때마다 전세금을 올려주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번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더 싼 곳으로 이사를 가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월세인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재물을 움켜쥐고 있으려고만 하는 경우입니다. 거의 손을 펴는 일이 없는 경우입니다. 곧 거의 나누는 일이 없는 경우입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 돈을 사용하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일이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지난 시간에 손을 움켜쥐는 것은 ‘내 뜻’이고, 손을 펴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 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뜻’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에 내맡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도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그 선택에서 ‘내 뜻’이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의 뜻’을 알면 ‘내 뜻’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뜻’을 알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해도, 하나님께서 “내 뜻은 이것이니라.”라고 직접 말씀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중시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뜻’일 거라고 추측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 뜻’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내 뜻’을 가져야만 합니다. 알 수도 없는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며 ‘내 뜻’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런 선택도 행동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예컨대 우리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꿈을 갖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요 아닐까요? 만약 꿈을 갖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어떤 꿈을 갖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요? 죄다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꿈을 가져 보는 겁니다.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은 삶의 질이 다르다고 합니다. 흔히 꿈이 없는 사람은 과녁이 없이 허공에다 활을 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분명한 삶의 목표가 있어야 에너지가 생겨나게 됩니다. 꿈을 갖는다는 것은 ‘내 뜻’을 세우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내 뜻’을 세우는 일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나중에 ‘하나님의 뜻’이 무언지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내 뜻’이 하나님의 뜻과 다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는 ‘내 뜻’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에 내맡기는 겁니다. 그때 ‘내 뜻’을 고집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됩니다.
흔히 이기적인 삶을 벗어나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그런 정도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이타주의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욕구를 억압한 이타주의,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기 위한 이타주의, 타인을 돌보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삼는 이타주의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불건강한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시지 않고,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씀을 정확히 표현하면 이런 겁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되, 너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하라.” 곧 이웃을 사랑하는 기준이 있는 겁니다. 곧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만약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웃을 사랑할 기준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기준이 없으면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호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자기 자신을 사랑함이 전제가 되는 말씀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온전히 이행할 길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웃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받게 되면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받아도 내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그렇게 흡족해진 마음으로 이제 이웃을 사랑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웃에게 질 좋은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반면에 나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마음이 궁핍하게 됩니다. 그렇게 궁핍한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은 질이 아주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곧 건강한 자기중심성이 세워져야 합니다. 그 기반에서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건강한 이기주의와 건강한 이타주의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태양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구심력과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똑같기 때문에, 지구가 태양으로 끌려가지도 않고 밖으로 벗어나지도 않으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했습니다. 곧 구심력과 원심력이 똑같기 때문에 지구에서 우리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 이는 우리네 삶의 여러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손을 움켜쥐는 것과 손을 펴는 것의 균형, ‘내 뜻’을 펼치는 것과 ‘하나님의 뜻’에 내맡김의 균형, 건강한 이기주의와 건강한 이타주의의 균형이 모든 같은 문제인 것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균형을 맞추어가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조금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면을 보기가 싫은 겁니다. 예컨대 미움, 질투, 시기심, 분노와 같은 것들입니다. 자신 안에 그런 것들이 있음을 인정하기가 싫은 겁니다. 그리하여 긍정적인 면만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면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하여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무의식 깊은 창고 안에 그것들을 숨겨놓고 견고한 자물쇠로 잠급니다. 그리고는 자기 눈에 안 보이니 그것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들이 다른 사람들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현상을 심리학은 ‘투사’라고 말합니다. 곧 투사란 ‘스스로 인정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자신의 욕망, 생각,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놓는 방어기제’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우기며 상대방을 혐오하고, 경멸하고, 비난하고, 분노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은 대체로 투사일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의 이기적인 면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은 대체로 이타적인 사람이겠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도 억압당한 이기심이 들어 있게 마련입니다.
자, 정리해보겠습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면만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면은 외면하는 겁니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모습과 똑같은 것입니다. 이는 자신과 타인에게 큰 폐해를 가져다줍니다. 우선 자신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부정적인 면을 숨기고 억압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낭비가 초래됩니다. 에너지가 낭비되는 만큼 행복과 성장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또한 엉뚱하게 타인을 혐오하고 비난하고 분노하여 관계를 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기분이 나빠진 상대방으로부터 똑같은 것을 되돌려 받게 되니 역시 내가 손해를 입게 됩니다.
긍정적인 면만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면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긍정적인 것은 선이고 부정적인 것은 악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여기서 이분법적 사고가 생겨납니다. 그리하여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눠서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선이라 여기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악이라 여깁니다. 기독교인들이 불교를 사탄이라고 여기는 것,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악이라고 여기는 것 등이 모두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자신 안의 부정적인 면을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더 배타적인 사람이 됩니다. 나와 다른 것을 모두 배타하는 겁니다. 나와 다른 것은 모두 악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갈등과 싸움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므로 자신 안의 부정적인 면을 긍정해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외면하고 억압한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알아차리고 그것들이 자신의 것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그것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마치 돌아온 탕자를 아버지가 껴안고 입을 맞추듯이 말입니다. 그것이 바르게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정적인 면들이 내게 해를 끼치지 않게 됩니다. 나로부터 사랑받는 모든 것은 내 편이 되어 주는 원리입니다. 그리 될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행복과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평화로워지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억압해 두었던 자신의 부정적인 면들을 다 끄집어낸 후 이제 그것들에 빠져 열등감에 시달리는 겁니다. 곧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안 보는 겁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만나고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곧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사랑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둘을 하나로 통합하는 겁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하나로 통합될 때 우리는 온전한 인격체가 됩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깊이 배려하고, 자신의 욕구를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표출하면서도 집착하지 않고, 용기 있으면서도 외경심으로 겸손하고, 성실하면서도 헐렁하고, 지혜로우면서도 바보 같고, 날 선 검처럼 예리하면서도 솜털처럼 부드럽고, 열정적이면서도 고요합니다. 곧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다양한 가치들을 온전히 발현하고 누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여러분. 그런 멋지고 신명나는 삶을 소망하지 않으시렵니까?◈
|
772, 
10/39 
노희담
싹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