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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에는 두 개의 창조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곧 1장의 창조이야기와 2장의 창조이야기가 있는데, 그 둘의 내용이 매우 다릅니다. 2장의 창조이야기에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첫째로 사람의 코에 하나님의 생명 기운을 불어넣어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따먹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2장의 창조이야기가 증언하는 세 번째 사실은 하나님께서 자유의지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19절을 보면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를 흙으로 빚어 만드시고, 사람에게 그것들의 이름을 지어주게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이름을 붙여 주는 대로 그것들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그 때 다만 뭐라고 이름을 붙여 주는지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셨다고 합니다. “너는 사자야”라고 하면 사자가 되고, “너는 호랑이야”라고 하면 호랑이가 되고, “너는 독수리야”라고 하면 독수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사람을 하나님 창조의 동반자로 삼으셨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생명체를 만드신 것은 하나님입니다. 그러나 그 생명체에게 이름이 없다면 그것은 아직 완전한 존재라 할 수 없습니다. 한 생명체에게 이름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가장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이름이 그 아이의 운명과 밀접한 관계를 지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하나님은 이름을 붙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사람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이름을 붙일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만, 그 일은 사람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분명한 의도를 갖고 말입니다. 그 의도란 사람을 창조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곧 사람은 작은 창조자로 창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맥락에서 자신이 창조자라는 자의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세상을 운행하십니다. 창조의 과정에서 사람을 동반자로 삼으셨듯이 운행의 과정에서도 사람을 동반자로 삼으십니다. 사람의 인생을 하나님께서 운행하신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을 하나님께서 혼자 운행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동반자로 삼아 운행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인생은 하나님과 사람이 공동으로 운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인생이 운행되는 데는 하나님의 몫이 있고 또한 사람의 몫이 있는 겁니다. 그 사람의 몫을 우리는 <자유의지>라 말합니다. 그 자유의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에 자신이 지금 마음에 드는 어떤 상태에 있다고 할 때, 그리 될 수 있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도구가 되었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자신이 오늘 살아 있음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도구가 되었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야 합니다. 그 모든 사람들 덕분에 지금 마음에 드는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고, 그 모든 사람들 덕분에 오늘 내가 살아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거기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선택입니다.
예를 들어 임보하씨는 작년에 신혜영씨의 소개로 우리교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임보하씨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음에 신혜영씨가 도구가 된 것입니다. 임보하씨는 우리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는 일이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임보하씨는 신혜영씨에게 감사할 터입니다. 그런데 신혜영씨가 소개했다 하더라도 우리교회에 안 올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처음에 한두 번 예배에 참석했다가 그만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임보하씨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음은, 신혜영씨가 도구가 된 것과 더불어 임보하씨 자신의 선택이 있었던 것입니다.
인생은 선택의 여정입니다. 선택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좋은 선택, 나쁜 선택, 그리고 그 중간의 평범한 선택입니다. 휴일 아침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리고는 일어났습니다. 일어난 것은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안 일어나고 좀더 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평범한 선택입니다. 세수를 했다면 그것도 평범한 선택입니다. 아침밥을 먹는 것, TV 드라마를 보는 것, 낮잠을 자는 것 등 모두 평범한 선택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한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나쁜 선택은 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입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42년 동안 독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카다피는 나쁜 선택을 반복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하겠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음해하여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도 나쁜 선택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선택은 어떤 경우일까요?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 하고 말하는 것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아라.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 너를 걸어 고소하여 네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마5:38-40)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는 말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구약성경 레위기에 나오는 그 자세한 내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자기 이웃에게 상처를 입혔으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입힌 만큼 그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혀라. 부러뜨린 것은 부러뜨린 것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 상처를 입힌 사람은, 자기도 그만큼 상처를 받아야 한다.>(레24:19-20) 이는 아주 공평한 처사라 하겠습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는 선택은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좋은 선택도 아닙니다. 평범한 선택이라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제시하는 길이 바로 좋은 선택입니다. 누가 자신의 오른쪽 뺨을 치면 왼쪽 뺨마저 돌려 대는 선택, 자신을 고소하여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 내주는 선택, 자신을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하는 선택,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선택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있습니다. 그 상황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합니다. 곧 누가 자신의 오른뺨을 친 상황이 주어졌다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화를 내거나 나도 그의 뺨을 치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누가 자신을 저주하는 상황이 주어졌다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그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상황이 강요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강요된 선택을 하지 말라 하십니다. 그 상황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그 상황의 기운을 거스르는 창조적 선택을 하라 하십니다.
또한 절망적 상황은 우리에게 절망할 것을 강요합니다. 두려운 상황은 우리에게 두려워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런데 절망적 상황에서 넉넉한 소망을 갖는 것, 두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것, 그런 선택 역시 창조적 선택입니다. 좋은 선택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좋은 선택은 사랑, 용기, 지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선택입니다.
한편 자유의지란 아무 선택이나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유의지란 좋은 선택을 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창조적 선택을 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나쁜 선택을 했을 경우 그것은 자유의지를 발휘한 것이라 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상황이 강요하는 선택은 누구나 하게 되는 평범한 선택이고, 더 나아가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주셨고, 또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자유의지가 발휘되는 데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강권하여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 하나님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십니다. 멋진 자유의지를 발휘하기를 원하시지만 일절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는 자유의지를 발휘하도록 하나님께서 나서서 추동하시는 겁니다.
지난 시간에 제가 1984년에 신명교회 목회자가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당시 신명교회 교인들이 제게 신명교회 목회자가 되어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처음에 저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 간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그 간청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신명교회 목회자가 되게끔 많은 분들을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그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신명교회를 맡기로 최종 선택을 한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신길동 예배처소 공사가 끝난 날 저녁, 건물 옥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신명교회를 맡기로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것이 자유의지를 발휘한 일이라 한다면, 당시 제가 스스로 자유의지를 발휘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힘이 저로 하여금 신명교회를 맡을 선택을 하게 하였습니다. 그 힘은 바로 하나님이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곧 하나님께서 강권하여 저로 하여금 신명교회를 맡을 자유의지를 발휘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좋은 선택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온전히 발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연약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하나님께서 강권하여 자유의지를 발휘하도록 이끌어 가십니다.
저는 너무 연약했던지라 하나님께서 강권하여 신명교회를 맡게끔 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보면 제가 스스로 자유의지를 발휘한 경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자유의지를 발휘한 것 같은 경우는 대부분 하나님의 강권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런 하나님을 생각하면 저는 눈물이 납니다. 그러니까 저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그리고 하나님의 강권 덕분에 오늘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저의 남은 인생의 과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의지를 온전히 발휘하는 것입니다.
자유의지를 발휘함에는 두 형태가 있다 하였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발휘하는 경우와 하나님의 강권에 의해 발휘하는 경우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강권에 의해 발휘하는 자유의지는 엄밀하게 보면 자유의지의 발휘가 아니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영혼이 강건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의지를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사랑의 선택, 용기 있는 선택, 지혜로운 선택이 날로 늘어 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 연약하고 부족하여 그런 좋은 선택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까? 안심하십시오. 다만 하나님께 자신을 의탁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강권하여 여러분이 그런 선택을 하게끔 이끌어 주십니다. 바로 저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자유의지를 발휘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운행함에 있어서 진정으로 하나님의 동반자가 되려 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유의지를 발휘해야 비로소 하나님의 동반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주님의 동반자로서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동반자로서 자신의 인생을 운행하는 사람, 그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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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10/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