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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백만장자인 카네기는 경제 불황이 닥쳤을 때 그의 기업도 도산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자살을 결심하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강물에 몸을 던져 죽으려고 집을 나왔습니다. 강 쪽으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한 남자가 그를 소리쳐 불렀습니다. 뒤돌아보니 두 다리를 잃은 사람이 바퀴 달린 판자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보나마나 아주 불행한 처지에 놓인 사람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카네기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연필 몇 자루만 사 주시겠습니까?” 카네기는 남자가 내미는 연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1달러를 꺼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다시 강을 향해 걸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카네기를 따라오며 소리쳤습니다. “선생님 연필을 가져가셔야지요!” 카네기는 그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그냥 두시오. 난 이제 연필이 필요 없는 사람이오.” 하지만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두 블록이나 따라오면서, 연필을 가져가든지 아니면 돈을 가져가라고 말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러는 동안 내내 그 남자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마침내 연필 몇 자루를 받아든 카네기는, 자신이 더 이상 자살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두 다리가 없어서 바퀴 달린 판자를 탄 남자, 그러나 그런 처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카네기에게 새로운 삶의 용기를 불어넣은 것입니다. 그의 미소는 죽으려던 한 사람을 살린 생명의 기운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그 남자의 입장에서 재현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곧 카네기가 강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필을 팔려는 생각만으로 그를 불렀습니다. 그에게 다가가서 연필을 팔아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연필은 받지 않고 1달러만 주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카네기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필을 안 사겠다고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돈만 주고 그냥 가버리니까요. 또한 얼굴 표정이 몹시 어두운 것이, 어쩌면 강으로 자살하러 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는 심각한 경제 불황으로 그렇게 자살하는 사람이 가끔 있었으니까요. 이제 연필 팔려는 처음의 목적은 내려놓았습니다. 다만 이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새로운 목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카네기에게 일종의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연필을 가져가라면서 말입니다. 카네기가 연필이 필요 없다고 하자, 연필을 가져가든지 돈을 도로 가져가라면서 계속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 사이에 내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겁니다. 꾸민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런 미소 말입니다. 카네기에게 자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음을 압니다. 그냥 자신의 밝은 기운을, 생명의 기운을 카네기에게 전하는 겁니다. 마침내 그 기운을 받은 카네기는 자살을 접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의 남자는 두 다리를 잃고 연필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아주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감사로 사는 사람입니다. 항상 미소로 사는 사람입니다. 더 나아가 절망에 빠진 사람을 알아보고, 그를 되살리는 생명의 기운을 구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도 처음에 두 다리를 잃었을 때 절망으로 괴로워했을 겁니다. 아마 자살을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자신처럼 불행을 경험하는 사람을 예민하게 알아보며, 그에게 생명의 기운을 전하는 능력을 구비하게 되었을 겁니다. 이른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된 것이지요.
“상처 입은 치유자”라 하면, 우리는 그 전형을 바로 예수님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이사야서의 말씀은 그분이 입은 상처를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으셨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찔리고 상처를 받고 징계를 받고 매를 맞았습니다. 그분은 굴욕과 고문을 당했으며,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같았습니다.
그분 스스로도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마8:20)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나는 악인들 중의 하나로 몰려 죽으리라.”(눅22:37)고 말씀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참으로 불행한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삶이었기에 그분은 가장 위대한 치유자가 되셨습니다. 그분의 그 상처가, 불행스러워 보이는 그 삶이 오히려 위대한 치유자가 되는 조건이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치유자의 능력을 타고 났다고만 생각하면 부족합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그런 능력을 타고 나셨을 겁니다. 하지만 타고 난 능력만으로는 진정한 치유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 상처 입지 않은 치유자와 상처 입은 치유자의 차이를 아십니까? A는 상처를 입어 본 경험이 없는 치유자입니다. 그리고 B는 상처를 입은 치유자입니다. 둘은 큰 차이를 지닙니다. A가 제아무리 뛰어난 치유의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B와는 뭔가 다릅니다. A와 B를 함께 경험해 본 사람들은 차츰 B를 선호할 터입니다. A에게서 느끼기 어려운 편안함, 따스함을 B에게서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치유의 타고 난 능력이 있었겠지만, 거기에 상처 입은 경험을 함께 지닌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진정한 치유자가 되기 위해 일부러 깊은 상처를 입는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셨을 겁니다.
그러므로 시련을 당할 때, 그래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을 때, 그런 운명을 원망하는 것은 부족한 모습입니다. 그 시련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그 고통이 자신을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촉매제가 됨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한편 아파하면서도, 다른 한편 좋은 기회를 만났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 알아차림은 인생에서 대단히 소중한 것입니다. 인생의 시련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이지만, 이 알아차림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알아차림을 갖고 사는 사람과 이 알아차림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은 큰 차이를 지니게 됩니다. 이 알아차림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겪는 고통의 무게도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그는 날로 영혼이 자라나고, 인생의 실력이 높아가고,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을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상처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상처만 입고 인생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상처 입은 치유자로 자신의 존재를 승화시킬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곧 시련의 와중에서 그것이 은총의 도구임을 알아차리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알아차림을 지금 갖고 있습니까, 안 갖고 있습니까?
우리가 그 알아차림으로 살아, 어떤 역경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치유의 손길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환한 미소로 전하는 생명의 기운을 온전히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상처에서 생명의 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리한 눈매를 가진 시인 윤동주는, 상처투성이의 예수님을 “행복했던 사나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행복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은은히 내뿜는 작은 그리스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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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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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