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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며칠마다 꾸준히 내렸습니다. 논밭에 비가 내리자 씨앗들은 싹을 틔웠습니다. 과수원에 비가 내리자 가지마다 새움이 터졌습니다. 언덕에 비가 내리자 푸른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소와 양떼가 몰려다녔습니다. 연못에 비가 내리니 물고기들이 우글거리고, 개구리가 밤낮으로 풍요로운 대지를 노래하였습니다.
한편 사막에도 비가 내렸으나 사막은 빗물을 빨아들이기만 하고 그냥 막막한 사막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빗물을 관리하는 비의 신이 사막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사막, 그 많은 빗물을 당신은 모두 어디에 두었소?” 그랬더니 사막은 “다 빨아들였지요.” 라고 덤덤하게 대답했습니다. “빗물을 빨아들여서는 뭘 하오?” “뭘 하느냐고요?” 사막은 도리어 비의 신의 물음을 아주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난 빗물을 가장 순수하게 받아들이지요. 뭐 어디 잘못된 데라도 있나요?” 비의 신이 말했습니다. “좀 물어 봅시다. 비가 내리면 그 덕으로 이 드넓은 대지 어디라도 끝없이 번창하는데, 당신은 대관절 뭘 하고 있는 거요?” 그랬더니 사막은 눈만 껌뻑 껌뻑거렸습니다. 대꾸할 말을 한 마디도 찾지 못했습니다.
받기만 할 뿐 내보내지 못하는 자는 언제나 더 메말라 있습니다. 받기만 하고 감사할 줄 모를 때, 우리의 가슴도 메마르지 않을까요?
미국의 코넬대학교는 2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들을 배출한 명문대학입니다. 그 대학의 교수인 엘리슨 아이젠 박사는 어떤 실험을 하였습니다. 의사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진단용 자료와 함께 사탕바구니를 주었습니다. 사탕바구니에는 사탕 열 개가 감사 메모와 함께 빨간 끈으로 묶인 채 들어 있었습니다. 반면 다른 그룹의 의사들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고 “실험에 참여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만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차이는 컸습니다. 사탕을 받은 의사들은 결론을 서둘러 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비교적 빨리 판단했고 그 판단이 옳았지만, 새로운 정보에 대한 분석을 계속했습니다.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세심하게 분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사탕을 받지 못한 의사들은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주어진 정보를 왜곡하거나, 미리 정해 놓은 가설에 맞지 않은 사실이 나타날 경우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아이젠 박사는 감사의 표현을 전달받은 의사들은 좀더 자세하게 증상을 살펴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정확하게 진단하면서도 자기들이 무조건 옳다는 고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탕을 받지 못한 의사들에 비해 환자 차트를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고, 병의 원인에 대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데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겁니다.
아이젠 박사가 세운 가설은 이렇습니다. 선물을 받았을 때의 좋은 기분이 전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는 겁니다. 선물이 비록 사탕바구니나 감사 인사와 같은 작은 것일지라도 도파민을 분비토록 한다는 겁니다. 전뇌는 복합적인 사고를 하고 해결책을 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도파민은 전뇌의 기능을 촉진시킵니다. 기분이 좋을 때일수록 명석한 사고가 이뤄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입니다.
아이젠 박사의 실험은 누군가로부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듣거나,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이라도 받게 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명석하고 현명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주는 것은 그를 돕는 일이 됩니다.
한편 감사를 표현하는 당사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어떤 일에 대해, 혹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경우 말입니다. 그러니까 A가 B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준다면, B는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A는 어떨까요? 당연히 A도 B와 같은 상태가 되지 않겠습니까?
한 번 생각해 보지요.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몹시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때를 말입니다. 혹은 누군가로부터 큰 은혜를 입어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때를 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건대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감사할 일이나 감사할 사람을 많이 만나는 만큼 우리는 행복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감사를 느끼는 마음이 매우 주관적이라는 겁니다. 곧 동일한 사건에 대해 어떤 사람은 감사를 느끼는데, 또 어떤 사람은 전혀 감사를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앞의 사막이야기가 바로 그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논밭이나 과수원이나 언덕이나 연못은 비를 받아 각각 무언가를 내놓습니다. 그런데 사막은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내놓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받기만 하고 감사가 없는 겁니다. 곧 동일한 조건에서 어떤 사람은 감사를 느끼는데, 또 어떤 사람은 전혀 감사를 느끼지 못합니다.
감사한 마음은 논밭, 과수원, 언덕, 연못이 결실과 번창을 내놓는 것과 같습니다. 감사를 느끼고 감사를 표현하면 우리는 그렇게 풍요로워집니다. 하지만 감사를 느끼지 못하면 사막처럼 메마른 인생이 됩니다. 그런데 그 감사라는 것이 주관적이라는 겁니다. 곧 감사란 상황의 문제라기보다는 자기 마음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감사에 예민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 예민한 마음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근본적으로는 존재가 자라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가능합니다.
에먼스 교수라는 사람이 이런 실험을 하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을 받아 그들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종류의 일로 구분하고, 각각 그 중 하나에 일주일 동안 집중토록 하였습니다. 세 가지 종류의 말과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기분 나쁜 일, 둘째는 감사할 일, 셋째는 평범한 일입니다. A그룹은 기분 나쁜 말과 행동에 집중토록 하였습니다. B그룹에게는 고마움을 드러내는 데 집중토록 하였습니다. C그룹은 일상적인 말과 행동에 집중토록 하였습니다.
일주일 후, 그들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B그룹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실험 기간 동안 좀더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두통이나 감기를 앓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B그룹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전보다 삶을 즐겼고, 낙천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에먼스 교수는 이 연구 기간을 좀더 장기화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생 가운데 자원자를 뽑아 1년 동안 매일 그런 일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1년 후, 감사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 실험 참가자들의 삶에 현격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에먼스 교수는 그들의 주요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낙천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결단력이 강해졌다. 유머 감각이 생겼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숙면을 취하게 되었으며 더 건강해졌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해 시기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일을 체계적으로 하게 되었다. 보다 창조적으로, 그리고 열린 시각으로 상황을 보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가족 관계가 원만해졌다. 신앙심이 깊어졌다.>
그러니까 감사에 예민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막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좀처럼 감사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도 B그룹 사람들의 눈으로 사물을 대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변하게 됩니다. 마침내 무미건조해 보이던 삶이, 혹은 고통스럽기만 하던 삶이 행복한 삶으로 바뀌게 됩니다. 외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차츰 상황도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는 사람에게, 주변사람들도 호감을 갖고 대할 테니 말입니다. 또한 그런 사람은 하늘도 도울 것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또 자신에게 좋게 대해 주는 사람에게만 좋게 대한다면 무슨 가치가 있겠냐고 하십니다.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고, 자신에게 나쁘게 대해 주는 사람도 좋게 대할 때 가치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를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 봅니다. “큰 은혜를 입었을 때만 감사한다면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 시련을 당했을 때도 감사를 느낄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 은혜를 입어도 감사를 느끼지 못하는 사막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과, 시련을 당해도 감사를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큰 차이를 지닙니까?
감사에 예민한 마음을 갖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마침내 좋은 일 나쁜 일 어떤 일을 만나도 감사하는 존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감사로 인생을 행복으로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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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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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