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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본 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어렸을 적 내가 살았던 시골집 앞에 깊은 샘이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깊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은 수정처럼 맑았고 시원했다. 삼복더위에 땀이 범벅이 될 때도, 물 한 모금만 들이키면 그 시원함에 진저리가 쳐질 정도였다. 장마철 억수 같은 비에 개울이 범람하여 논과 밭이 물바다가 될 때도, 깊은 샘물은 깨끗함을 잃지 않았다. 어쩌다 가뭄이 심해 논과 밭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저수지나 강에 물이 말라도 그 깊은 샘물은 항상 같은 양을 유지하였다. 한여름에 친구들과 저수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역 감다가, 갈증으로 달려와 마시던 샘물의 맛은 달콤했고 온몸이 날 것처럼 개운했다.>
심한 가뭄으로 저수지나 강에 물이 말라도 항상 같은 양을 유지한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글쓴이는 이어지는 글에서 어떤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 선생님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항상 변함없는 넉넉한 마음가짐, 남에 대한 배려와 베풂은 그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만큼이나 청량감을 준다.” 이렇듯 깊은 샘을 무언가에 대한 상징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에도 그런 상징의 말이 나옵니다.
야곱은 아들 12명을 모두 불렀습니다. 그리고 각 사람에게 유언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르우벤과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에 대한 축복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다음은 스볼론, 잇사갈 순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아들의 이름은 아마 여러분이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래서 그런 아들들에 대한 축복의 내용은 생략하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요셉에 관한 축복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22절을 보면 “요셉은 들망아지, 샘 곁에 있는 들망아지, 언덕 위에 있는 들나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역성경이나 공동번역성경을 보면 그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22절을 공동번역성경으로 읽어드리겠습니다. “요셉은 열매가 주렁주렁한 가지, 샘가에 늘어진 열매가 주렁주렁한 가지, 담장 너머 뻗어가는 가지라.” 우리가 보는 표준새번역은 요셉을 들망아지에 비유했는데, 개역성경이나 공동번역성경은 나뭇가지에 비유한 것입니다. 한쪽은 동물에 다른 쪽은 식물에 비유했으니, 이렇게 번역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표준새번역의 주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본문 맨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주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또는 ‘열매가 많은 덩굴, 샘 곁에 있는 열매가 많은 덩굴, 그 가지가 담을 넘는다.’ 히브리어 본문이 불확실함” 개역성경이나 공동번역성경이 ‘가지’나 ‘덩굴’로 번역한 히브리어는 ‘벤’입니다. 그 ‘벤’은 ‘가지’로 번역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들망아지’로 번역될 수 있는지, 뭐가 불확실한지,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가지나 덩굴로 번역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들망아지라고 하면 그게 어떻게 축복의 뜻을 지닐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본문을 공동번역성경의 번역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축복에는 두 가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요셉을 샘 곁에 있는 열매가 많은 가지라고 축복한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나무라는 겁니다. 나무는 열매를 맺는가 맺지 않는가에 따라 유실수와 무실수로 나뉩니다. 유실수에는 사과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등이 있습니다. 무실수에는 단풍나무, 느티나무, 회양목 등이 있습니다. 물론 장미, 철쭉, 라일락, 매화, 목련 등도 열매를 맺지 않지만, 그런 것들은 꽃나무라고 부릅니다. 유실수든 무실수든 혹은 꽃나무든 제각기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실수가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열매가 빈약할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예수님도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비유를 통해 열매 맺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나무가 열매를 잘 맺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걸 두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햇빛과 물입니다. 야곱은 요셉에 대해 샘 곁에 있는 풍성한 나무라고 축복했습니다. 샘 곁에 있으니 충분한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입니다.
구약성경 예레미아서를 보면 ‘황야에서 자라는 가시덤불’과 ‘물가에 심은 나무’를 대비하여 설명합니다. 황야에서 자라는 가시덤불은 사람을 의지하며, 사람이 힘이 되어 주려니 하고 믿는 자를 상징합니다. 반면에 물가에 심은 나무는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후자에 관한 말씀만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다. 그는 물가에 심은 나무와 같아서 뿌리를 개울가로 뻗으니, 잎이 언제나 푸르므로, 무더위가 닥쳐와도 걱정이 없고, 가뭄이 심해도 걱정이 없다. 그 나무는 언제나 열매를 맺는다.”(렘17:7-8)
사람을 의지하는 삶과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황야에서 자라는 가시덤불과 같은 인생이 아니라, 물가에 심은 나무와 같은 인생이 될 것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무더위나 가뭄과 같은 시련이 닥쳐와도, 주님의 도움으로 다치지 않고 잘 헤쳐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겁니다. 곧 사랑의 열매, 온유의 열매, 평화의 열매 등을 풍성히 맺는 겁니다. 성경은 그런 것들을 성령의 열매라고 표현합니다.
구약성경 시편에 나오는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시1:3) 이는 하나님께 의지하는 사람은 물질적 혹은 물리적 차원에서도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 잘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서 하나만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야곱은 요셉을 샘 곁에 있는 열매가 많은 가지라고 축복했습니다. 그런데 샘에는 깊은 샘과 얕은 샘이 있습니다. 처음에 깊은 샘에 관한 글을 읽어드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샘이 그 이야기에 나오는 샘처럼 깊은 건 아닙니다. 바가지로 물을 몇 번만 퍼내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는 얕은 샘도 있습니다. 심한 가뭄에는 저수지나 강이 마르기도 하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심한 가뭄에도 항상 같은 양을 유지하는 깊은 샘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늘 마음에 모시고 살아가는 것은, 심한 가뭄에 저수지나 강이 말라도 항상 같은 양을 유지하는 그런 깊은 샘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돌보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존재는 그런 깊은 샘과 성격이 비슷합니다. 아마도 야곱은 그런 깊은 샘을 생각하며 요셉을 축복했을 겁니다. 그러므로 요셉을 깊은 샘 곁에 있는 열매가 많은 가지에 비유하여 축복한 것은 훌륭한 축복이라 하겠습니다.
둘째는 열매가 많은 그 가지가 담을 넘는다고 축복한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담 밖으로 넘어간 가지를 절대로 안으로 거둬들이지 않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포도나무를 키우는데, 가지가 담 밖으로 나갔을 때 주인이 담 밖의 가지에 열린 포도송이를 담 안으로 거둬들이지 않는 겁니다. 그 이유는 지나가는 나그네나 고아, 과부 등이 그 열매를 따 먹게 하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나그네나 고아, 과부 등은 담을 넘어온 열매를 거리낌 없이 따서 먹었습니다.
그러므로 요셉을 축복하면서 열매가 많은 그 덩굴이 담을 넘는다는 축복은, 단순히 담을 넘을 만큼 열매가 많이 열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축복은 담을 넘은 열매를 통해 나그네나 고아, 과부의 굶주림에 도움을 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요셉 자신만 풍성한 열매를 누리는 게 아니라, 이웃에게도 그 열매를 나누어준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 축복은 더욱더 훌륭한 축복이라 하겠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요셉만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고 축복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훌륭한 축복은 되지 못합니다. 그 열매의 혜택을 이웃과 공유하게 된다는 축복이 진정으로 훌륭한 축복이 됩니다.
물론 물질적 차원의 열매만 나누는 게 아닙니다. 내면의 사랑과 온유와 평화의 열매도 공유하는 것입니다. 아니, 사랑과 온유와 평화는 이웃과 공유하지 않으면 그것의 가치가 발휘되지 않습니다. 사랑과 온유와 평화의 열매가 풍성히 맺혔다는 말에는, 이미 그것을 이웃과 공유한다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새 자전거를 닦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소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자전거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자전거 비싸요?” 자전거 주인이 대답했습니다. “사실 난 잘 몰라. 왜냐하면 이 자전거는 내 형님이 내게 선물로 주신 거라서 말이야.” 소년은 몹시 부러운 눈치였습니다. 자전거 주인은 그 소년이 자신도 그런 형이 있어서, 이런 자전거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소년은 뜻밖의 말을 하였습니다. “나도 그런 형이 되면 좋겠어요.” 자전거 주인은 소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하던 일을 멈추고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심장이 약한 동생이 있어요. 그 애는 조금만 뛰어도 숨을 헐떡거려요. 그래서 나도 내 동생에게 언젠가 이런 멋진 자전거를 사 주고 싶어요.” 심장이 약해서 조금만 뛰어도 숨을 헐떡거리는 동생, 그 동생에게 자전거는 그 무엇보다도 귀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자전거를 사 주고 싶은 겁니다. 소년의 마음 안에 가득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며, 자전거 주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이 이야기와 조금 다른 차원에서 사람을 두 유형으로 구분해 봅니다. 하나는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동생과 같은 유형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도움을 주려고 하는 형과 같은 유형의 사람입니다. 동생과 같은 유형의 사람은 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 합니다. 때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인생 전체가 도움을 받으려는 뜻으로 펼쳐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는 더 받지 못한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더 가지려고 타인을 공격하여 뺏기도 합니다.
반면에 형과 같은 유형의 사람은 가능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합니다. 물론 자신도 때로는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주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겁니다. 그리고 주는 것이 물질적 차원의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니, 마음 차원의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곧 형과 같은 유형의 사람은 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 차원에서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늘 주변 사람들을 마음으로 축복합니다. 또한 그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 친절한 행동, 속 깊은 배려, 온화한 미소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물질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형과 같은 유형의 사람이 가능해지려면, 우선 그가 하나님한테서 사랑과 축복을 받아야 합니다. 그는 하나님한테서 받은 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입니다. 그는 깊은 샘과 같은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깊은 샘과 같은 사람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샘과 같은 하나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하나님한테서 끊임없이 깨끗하고 달콤하고 시원한 샘물을 공급받으며 기뻐하고, 그 샘물을 이웃에게 기쁨으로 전하는 겁니다.
한편 시간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어떤 동작을 표현할 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표현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준다’라는 말을 보겠습니다. 과거형은 ‘주었다’이고 현재형은 ‘준다’이고 미래형은 ‘줄 거다’입니다. 이제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는 준다’라는 말은 현재형입니다. 그렇다면 그 말의 미래형은 무엇일까요? 문법적으로 보면 물론 ‘나는 줄 거다.’입니다. 하지만 문법이 아닌 현실 차원에서 보자면, ‘나는 준다’의 미래형은 ‘나는 받는다’입니다.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면, 미래에 나는 준 대로 받게 되는 겁니다. 지금 준 사람한테서 받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사람한테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준만큼 받을 수도 있고, 준 것보다 훨씬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형과 같은 유형의 사람 곧 깊은 샘과 같은 존재로 사는 것이 복된 길입니다. 그는 이웃에게 끊임없이 좋은 것을 줍니다. 그런데 좋은 것을 주면 마음이 행복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사도행전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주 예수께서 친히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이 있다.’ 하신 말씀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행20:35b) 실제로 그 행복을 경험한 많은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훨씬 크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주고서 감사하는 겁니다. 이렇게 주면 현재에 행복한 건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래에 받게 되어 또다시 행복해집니다. 하나님의 뜻은 우리가 그런 식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야곱이 요셉에게 한 축복이 여러분을 향한 축복이 되기 바랍니다. 곧 깊은 샘가에 늘어진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한 가지, 그리고 그 가지가 담장 너머로 힘차게 뻗어가는 복되고 아름다운 삶 살아가시기를 축원합니다. ❉
주님,
하나님은 우리 영혼의 깊은 샘과 같은 분이십니다.
심한 가뭄에 저수지나 강이 말라도 항상 같은 양의 샘물을 유지하며
우리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주십니다.
우리가 사람을 의지하는 삶이 아니라 그런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우리의 그 선택을 기쁨으로 축복하여 주실 줄로 믿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하나님을 닮아 깊은 샘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항상 변함없는 넉넉한 마음가짐, 이웃에 대한 배려와 베풂이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만큼이나 청량감을 지니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한편 우리는 서로 담을 쌓고 살아갑니다.
담 안에서 각자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며 이기적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깊은 샘과 같은 내면을 지닌 우리는
담 너머의 이웃과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랑의 삶이 되게 하옵소서.
담은 나와 이웃을 분리하는 경계선인데
그 경계선을 지우고 이웃과 하나 되는 거룩한 삶이 되게 하옵소서.
성령의 열매를 풍성히 맺고 그 열매의 혜택을 기쁨으로 이웃과 공유하는
복되고 아름다운 삶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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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