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자 동 로 그 인 :

772,

2/39

노희담

허물을 덮어 주는 사람 (창9:18-29)

    갑돌이가 회사에서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0만원이 더 들어 있는 겁니다. 아마도 경리가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는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 월급을 받고 보니, 거꾸로 10만원이 모자라지 뭡니까. 그는 즉시 경리에게 달려가서 따졌습니다. 그러자 경리가 말했습니다. “여보게. 자네는 지난달에 10만원이 더 갔을 때는 아무 말도 않더니, 지금 10만원이 덜 갔다고 따지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우리의 갑돌이, 얼마나 무안했겠습니까? 그러나 갑돌이는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이것 보시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해요. 그런데 당신은 벌써 두 번이나 실수를 했소. 한 번 실수한 것은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실수가 이어지니 할 수 없이 지적하는 거요.”

    갑돌이와 같은 모습을 ‘견강부회’라고 합니다. 곧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대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치나 조건을 맞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준다면, 그는 두 번째 실수도 눈감아 주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렇게 큰 창피를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실수란 언제나 덮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시간에 흠이 없는 사람이었던 노아가 큰 실수를 한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곧 꼭지가 돌 정도로 술을 마시고 떡이 될 정도로 취한 것입니다. 인사불성 상태가 되어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채로 잠에 곯아떨어진 것입니다. 노아에게는 매우 불미스런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인 함이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형과 동생에게 알렸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형제들은 겉옷을 가지고 들어가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덮어 드렸습니다. 아버지의 실수에 대해 함과 다른 형제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응하였습니다. 함의 모습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함은 아버지의 실수를 즐겼습니다. “함이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보았다”고 할 때, 이 ‘보다’라는 동사는 히브리어로 ‘라아’입니다. 이는 지나가다 흘깃 보는 정도의 의미가 아닙니다. 이는 흥미를 가지고 계속하여 주목한다는 의미입니다. 포르노 영화를 보듯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함은 우연히 벌거벗은 아버지의 몸을 보고 놀라서 후다닥 뛰어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주도면밀하게 즐기듯이 보았던 겁니다.

    함의 모습은 타인의 실수나 허물을 즐기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자신의 경쟁 상대이거나,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혹은 미운 감정이 있는 사람의 실수나 허물은, 자신의 에고에게 만족을 안겨 주는 좋은 소재가 됩니다. 건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실수나 허물은,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소재가 됩니다.

    그러므로 남의 실수나 허물을 은근히 즐기는 자신을 만나게 되면, 정신을 차리고 그러한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건조한 삶이 남의 실수나 허물을 통해서 자양분을 공급받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런 자신에 대해 슬피 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대방의 실수나 허물에 대해 즐겨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후에 그런 자신에 대해 슬피 울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함은 아버지의 실수를 떠벌렸습니다. 함은 아버지가 벌거벗은 몸으로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형제들에게 알렸습니다. 만약에 아버지가 어떤 사고를 당해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면 형제들에게 빨리 가서 알리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도록 가려 드려야 했습니다. 나중에 여러 사람이 자신의 벗은 몸을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노아는 몹시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수치심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그런데 덮어 드리지는 않고 그걸 동네방네 떠들고 돌아다닌 셈이니, 참 몹쓸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 또한 우리들에게 있지 않습니까? 상대방의 어떤 실수나 허물에 대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은근히 알리는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나쁜 마음에서 그렇게 합니다. 경쟁 상대이거나,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혹은 미운 감정을 지닌 사람에 대해서는, 나쁜 마음으로 그의 실수나 허물을 퍼뜨립니다. 혹은 나쁜 마음은 아니지만 그렇게 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별없는 행동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실수나 허물을 알려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그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셈과 야벳, 곧 첫째와 셋째는 아버지에게 가서 벌거벗은 몸을 덮어 드렸습니다. 게다가 벌거벗은 상태를 보지 않으려고 뒷걸음 쳐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아버지가 벌거벗은 상태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이 때 아버지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덮어 드리는 것과, 애써 보지 않고 덮어 드리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A와 B가 있습니다. A는 타인의 실수나 허물을 즐기고 떠벌립니다. 더 나아가 A유형의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사실보다 더 부풀려서 떠벌립니다. 심지어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편 B는 타인의 실수나 허물을 덮어 줍니다. 경쟁 상대이거나,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혹은 미운 감정이 있는 사람의 실수나 허물조차 덮어 줍니다.

    우리 주변에 A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를 멀리하고 싶을 겁니다. 그로부터 종종 타인의 실수나 허물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의 실수나 허물도 얘기할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주변에 B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와는 친하게 지내고 싶을 겁니다. 믿음직스럽게 여겨질 겁니다.

    앞에서 우리에게 A와 같은 모습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서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에게 A와 같은 모습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A와 같은 행동을 하였을 때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슬피 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B와 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수나 허물은 타인이 가진 부정적 모습입니다. 그런데 타인에게는 분명히 긍정적 모습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타인이 가진 긍정적 모습을 많이 보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타인이 가진 부정적 모습을 억지로 안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가진 긍정적 모습을 더 많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타인이 가진 부정적 모습을 억지로 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가진 긍정적 모습을 더 많이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흔히 단점을 고치려는 것보다 장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합니다. 그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타인의 부정적 모습을 말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 보다는, 타인의 긍정적 모습을 말하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면 목표는 타인의 실수나 허물을 덮어 주는 B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러 타인의 실수나 허물을 말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좋은 점이나 멋진 모습을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차츰 B의 모습을 구비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이 50살에 명예퇴직을 당하였습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집안일이나 돕겠다면서 아내를 도왔습니다. 그러다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완전히 입을 다물고 두문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상태는 참으로 심각했습니다. 마침 그 가정은 온 식구가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는 더 이상 교회도 나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내와 대학 2학년인 딸, 그리고 고등학생인 아들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그가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매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그의 51번째 생일 날, 식구들은 억지로 그를 데리고 평창동에 있는 전통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선물을 펴 보니 남편의 51가지 장점과 고마운 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다 훑어 본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딸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선물을 펴 보니 아빠의 51가지 좋은 점과 고마운 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다 읽은 그의 눈에 비로소 눈물이 맺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선물을 펴 보니 역시 아빠의 51가지 좋은 점과 고마운 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다 읽은 그는 마침내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물론 가족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그는 한참을 울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이제 포장마차라도 할 거야.”

    이처럼 타인의 좋은 점을 말해 주는 것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타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타인의 좋은 점을 많이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A와 같은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실수나 허물은 덮어 주고 좋은 점과 멋진 모습을 많이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여러 명 있으면 나는 참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내 옆에 가급적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뤄지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A와 같은 사람이면서 그런 사람이 내 곁에 많기를 바란다면 그 바람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물론 타인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때로는 타인의 부족한 점을 조심스럽게 일깨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가급적 타인이 요청할 때에 행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타인의 부족한 점을 일깨워 주는 것과, 타인의 실수나 허물을 즐기는 차원에서 떠벌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타인의 실수나 허물은 덮어 주고 좋은 점과 멋진 모습을 많이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선 가정에서 자신의 남편에게 그런 아내가 되십시오. 자신의 아내에게 그런 남편이 되십시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 그리고 부하직원에게 그런 사람이 되십시오. 또한 친구들이나 주변사람에게 그런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하면 여러분은 그런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참으로 든든하고 신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하나님은 흐뭇한 마음으로 하늘의 은혜를 풍성하게 내려 주실 겁니다.

    우리가 서로서로에게 그런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공동체가 그런 그리스도인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내린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나누며, 우리 모두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