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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원 목사님은 일제시대인 1940년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투옥되었습니다. 해방 후 애양원이라는 나환자를 위한 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러다 6·25전쟁 때에 동료와 신도들의 피난 권유를 거절하고, 행동이 부자유한 나환자들과 교회를 지키다가 공산군에 의해 총살당했습니다. 한편 손 목사님의 두 아들이 1948년 여수·순천사건 때에 안재선이라는 사람에 의해 총살당했습니다. 나중에 안재선은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손 목사님이 구명운동을 하여 사면되었습니다. 손 목사님은 안재선을 양아들로 삼았고, 신학교에 보내 목회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손 목사님은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저주하는 대신 축복한 것입니다. 오늘은 축복과 저주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본문 3절을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너를 축복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베풀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릴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아브람을 저주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하나님께서 저주한다는 것은 너무 어색하지 않습니까?
우리말 성경은 똑같이 ‘저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히브리어는 각각 다른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 단어들을 보면 앞의 부분은 저주라는 뜻이 맞고, 뒤의 부분은 심판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을 바르게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심판을 내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없어지겠지요?
예컨대 법원에서 판사는 피고인에게 저주를 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법에 따라 심판합니다. 판사가 피고인을 저주한다면 이는 판사의 자격이 없는 겁니다. 하물며 판사도 그러할진대 하나님께서 저주하시겠습니까? 저주는 사람들끼리 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심판하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을 축복하기도 하고 저주하기도 합니다. 혹시 자신은 한 번도 남을 저주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까? 저주의 기준을 너무 높게 보지 말고 좀 낮춰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주’를 국어사전은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 “몹시 미워하는 상대에게 재앙이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록 빌며 바람” 저주란 간단히 말해서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그가 잘 안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미워하는 마음과 잘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두 요소가 있으면 저주입니다. 일반적으로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대체로 잘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미워하는 마음 없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야구시합에서 내가 어떤 팀이 이기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내가 그 팀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상대 팀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상대 팀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상대 팀이 잘 안 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저주가 아닙니다. 저주에는 반드시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시기심을 가집니다. 국어사전은 시기심을 “남이 잘 되는 것을 샘내고 미워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시기심이 “행복, 성공, 명성 등 가치 있는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의 우월함에 대해 불쾌감과 악의를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현상, 상대방을 경쟁자처럼 느끼는 마음, 타인에 대한 헐뜯기, 헛소문, 연예인에 대한 악성 루머 등이 모두 시기심에서 비롯됩니다.
저주는 시기심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남을 한 번도 저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심지어 우리는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저도 예전에 마음으로 여러 사람 죽였습니다. 극단적 저주입니다. 저주에 대한 이런 이해를 전제로 하여, 여러분은 그동안 축복을 더 많이 하였습니까 저주를 더 많이 하였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A는 저주보다 축복을 더 많이 하였고, B는 축복보다 저주를 더 많이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A유형의 사람이 많을까요, B유형의 사람이 많을까요?
우리 주변을 살펴보겠습니다. 여당 정치인들은 야당 정치인들을 저주하고, 야당 정치인들은 여당 정치인들을 저주할 것입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서로 여당을 하고 싶은 건데, 상대방이 잘 되면 상대방이 여당이 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잘 안 되기를 바라야 합니다. 그게 바로 저주입니다. 요즘 새누리당 안에서도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저주합니다. 민주통합당 안에서도 대권 주자들끼리 서로 저주합니다. 진보당 안에서도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서로 저주합니다. 곧 상대방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미워하는 마음도 갖고 있을 겁니다.
일반 시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갖게 되면, 자신이 반대하는 당이 자동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그때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 잘 되고, 반대하는 당은 잘 안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곧 저주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겁니다. 물론 반대하는 당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저주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결혼한 부부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포악한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부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귀신 뭐하나.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바로 남편을 저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남편 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모진 말을 많이 합니다. 예컨대 이런 말들입니다.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래?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이 바보야 이것도 못해. 꼴도 보기 싫어. 말 안 들을 거면 없어져 버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울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 울면 가위로 입을 찢어버릴 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아이가 크게 상처를 입게 되고, 그 상처는 평생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은 아이를 저주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저주보다 축복을 더 많이 하는 A유형의 사람이 많을까요, 축복보다 저주를 더 많이 하는 B유형의 사람이 많을까요? 다시 여러분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A유형에 속하십니까 아니면 B유형에 속하십니까?
우리는 A유형이 되기를 바랍니다. 곧 저주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축복하는 일은 점점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축복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인물이 잘난 사람이 많습니다. 나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많습니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많습니다.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많습니다.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내 시기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겠습니까? 축복이란 말 그대로 복을 빌어주는 일인데, 복을 적게 받은 사람이 복을 많이 받은 사람에게 복을 더 받으라고 빌 수 있겠습니까?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때 속으로는 시기심을 가지면서 겉으로는 축복한다면, 이게 무슨 가치를 지니겠습니까? 이는 자신을 속이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이런 때 우선 필요한 것은 시기심을 안 갖는 것입니다. 곧 저주하는 마음을 안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 혹은 나보다 부족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축복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또한 영혼이 성장하여 자존감이 높아갈수록 축복의 대상이 점점 늘어나기도 합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보다 복을 더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는 축복하는 마음을 안 갖는 겁니다. 그게 자신에게 솔직한 일입니다. 대신 그들을 저주하는 마음을 잘 알아차리며, 그 마음을 차츰 줄여가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또한 나보다 부족해 보이는 사람 중에서도 내게 해를 입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향해 일어나는 저주하는 마음 역시 잘 알아차리며, 그 마음을 차츰 줄여가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해 보이거나 나보다 부족해 보이는 사람, 그들을 위해 축복하는 마음을 가지려 하는 겁니다. 또한 영혼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여, 그 결과 축복의 대상이 점점 늘어나도록 하는 겁니다. 마침내 손양원 목사님처럼 자식을 죽인 원수를 축복하는 수준에 이르는 겁니다.
어떤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탔습니다. 아이는 6살쯤 되어 보였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이 차를 타니까 향기가 나요.” 엄마가 보니까 모과향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택시 기사가 아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어, 그래. 이 차를 타니까 향기가 난다고? 아저씨는 네가 타니까 향기가 나는걸.” 택시 기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저씨가 말이야,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 중에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었어. 그리고 향기가 나는 사람들은 모두 훌륭한 일을 하며 살더구나. 너도 아마 훌륭한 사람이 될 거 같아.” 아이는 엄마의 눈을 쳐다보면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엄마도 매우 값진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택시 기사의 말이 참 향기롭습니다. 아이에게 “네가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빈다.”라고 말하면 그게 바로 축복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택시 기사의 말은 최고의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축복이란 상대가 잘 되기를 빌며 바라는 일이고, 저주는 상대가 잘 안 되기를 빌며 바라는 일입니다. 곧 마음의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도 축복과 저주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앞에서 열거한 것과 같은 저주가 되는 말을 하기도 하고, 택시 기사처럼 축복이 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배우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밖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은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이 중요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말의 뿌리는 마음에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저주하면서 말로만 축복한다면 그 가치는 없습니다. 또한 마음으로 축복하면서 말로 저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따라서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는 존재의 문제입니다. 타인을 위해 축복하는 마음을 갖는 향기로운 존재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시기심을 가득 안고, 더 나아가 마음으로 타인을 죽이기조차 하는 인간이 향기로운 존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향기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힘으로는 어렵고, 자신 안에 향기가 나는 무언가를 구비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앞의 택시 이야기에서 처음에 아이는 택시 안에서 향기를 느꼈습니다. 그것은 택시 자체가 내는 향기가 아니었습니다. 택시 안에 아마도 모과향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듯 내 안에 향기가 나는 무언가를 구비할 때 가능해집니다. 무엇이 가장 좋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 그것은 하나님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에는 향기가 납니까? 제가 알고 있는 제 마음에서는 향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제 마음에는 욕망과 시기심과 두려움과 불안과 분노 등이 있습니다. 그것들 때문에 제 마음에서 향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제 마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무의식입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악취가 나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만의 힘으로는 결코 향기로운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향기로운 존재로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제 안에 모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주에서 가장 향기로운 존재이시라고 제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향기의 근원이시라고 제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의 마음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안에 계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하여 향기로운 존재로서 살고 싶은 것이 저의 꿈입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향기로운 존재가 되어, 저주보다는 축복을 더 많이 하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향기로운 마음으로 축복하는 삶을 살아갈 때 하나님은 복을 베푸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여러분이 향기롭고 복된 존재로서 멋진 인생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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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