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혜원 시인이 지은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잠깐 만나 커피 한잔을
마시고 헤어져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고
꿈과 비전이 통하는 사람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한 사람
눈빛만 보고 있어도
편안해지는 사람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
그 약속이 곧 다가오기를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행복을 주는
다정한 사람이 있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아내로 이런 여인을 구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의 전권을 엘리에셀에게 위임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엘리에셀에게 목숨을 걸고 하란에서 신붓감을 구해서 데려오겠다는 맹세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에셀은 신랑 될 사람의 얼굴도 모르면서 여인이 자기를 따라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이 일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브라함의 믿음이 엘리에셀에게 전이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엘리에셀은 흔쾌히 목숨을 건 맹세를 하였습니다. 곧 엘리에셀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제 엘리에셀이 길을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이 사는 곳에서 하란까지는 직선거리가 700km쯤 됩니다. 그러니까 실제 거리는 800km가 넘을 겁니다. 걸어서 약 20여 일 걸립니다. 엘리에셀은 낙타 열 마리를 끌고 갔습니다. 아브라함이 준 선물, 곧 금은 패물과 옷가지 등을 낙타에 싣고 갔습니다. 그리고 엘리에셀 혼자 가는 게 아닙니다. 다른 종들도 몇 사람 데리고 갔습니다.
엘리에셀이 마침내 하란에 도착했습니다. 낙타를 성 바깥에 있는 우물 곁에서 쉬게 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여인들은 바로 그 시각에 물을 길으러 나옵니다. 낮에는 더우니까 더위가 한풀 꺾인 해 질 녘에 물을 길으러 나오는 겁니다. 그런 사실을 아는 엘리에셀은 곧 이 성의 여인들을 만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때 엘리에셀은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오늘 일이 잘 되게 해 달라고, 아브라함에게 은총을 베풀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 일의 성공이 하나님의 손에 달렸음을 아는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기도가 참 특이합니다. 13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제가 여기 우물 곁에 있다가 마을 사람의 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오면, 제가 그 가운데서 한 소녀에게 ‘물동이를 기울여서 물을 한 모금 마실 수 있게 하여 달라.’ 하겠습니다. 그때에 그 소녀가 ‘드십시오. 낙타들에게도 제가 물을 주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가 바로 주님께서 주님의 종 이삭의 아내로 정하신 여인인 줄로 알겠습니다. 이것으로써 주님께서 저의 주인에게 은총을 베푸신 줄을 알겠습니다.> 이는 기도라기보다는 하나님께 통고하는 형식입니다. 한 소녀가 자신이 세운 기준에 적합한 행동을 하면 그 소녀를 하나님이 정하신 여인으로 생각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기준은 소녀에게 물 한 모금 달라 했는데, 자신뿐만 아니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낙타에게도 물을 주는 것입니다.
엘리에셀은 집을 떠나 하란을 향해 가는 20여 일 동안 어떻게 신붓감을 고를까에 대해 고심했을 겁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정말 막중합니다. 물론 하나님이 도와주시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심 끝에 좋은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것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는 기준입니다. 신붓감의 첫째 기준으로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 마음이 고운 것을 꼽은 것입니다. 엘리에셀은 알고 있었습니다. 한 가정의 여주인이 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고운 마음씨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남편의 아내로서 자식들의 어머니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고운 마음씨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엘리에셀이 터득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고운 마음씨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이 문제입니다. 엘리에셀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할 때, 낙타들에게도 물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낙타도 물을 마실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하지 않았는데 낙타에게도 물을 주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그런 여인이라면 얼마나 속이 깊고 마음이 따스하겠습니까? 엘리에셀은 바로 그 기준을 하나님께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생각에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과연 그런 여인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못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신붓감을 못 데려가면 안 됩니다. 그러면 중간에 기준을 좀 쉬운 걸로 바꿔야 합니까? 하나님께 기껏 기준을 통고해 놓고 그 기준을 바꾸는 것도 마땅치 않은 일입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됩니다. 그러니 그 기준에 합당한 여인을 못 만나면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는 모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엘리에셀은 왜 위험 부담을 안으며 모험을 할까요? 그것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곧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가 아닙니다. 분명히 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방법으로 ‘이삭의 아내 구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브라함의 믿음이, 고스란히 엘리에셀에게 전이된 결과로 보아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만 엘리에셀은 바로 그런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아브라함이 추진한 프로젝트는 성공하게 됩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옳았던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 진행하고 계신다고 말입니다. 곧 고운 마음씨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 것이나 또한 그런 여인을 찾을 아이디어가 엘리에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과정을 하나님께서 도와주셨다는 겁니다.
하나님은 하란에서 사는 일흔다섯 살 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복의 근원이 되게 해 주겠다시며 가나안 땅으로 이끄셨습니다. 그 후 65년 동안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많은 복을 베푸셨습니다. 그중에서 이삭이라는 아들을 낳게 해 주신 일과 또 마음씨가 아주 고운 여인을 이삭의 아내로 주신 일을 가장 소중한 복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씨가 아주 고운 여인을 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복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를 뒤집어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음씨가 고운 사람은 하나님의 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복의 통로라는 말은 나를 통해 하나님의 복이 흘러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복을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입니다. 문제는 내가 복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통해 복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내가 받고 싶은 복은 어떻게 합니까? 그 답은 이렇습니다. 내가 복의 통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복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불행한데 다른 사람에게 복을 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복의 통로가 된다는 것은 이미 내가 하나님의 복을 받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 하나님의 복을 받고, 또한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님의 복의 통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때론 지루하고 외로운 길이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때론 즐거움에 웃음 짓는 나날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때론 지루하고 외로운 길이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행복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대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생길은 험하고 먼 걸입니다. 때로 지루하고 외로운 길입니다. 그때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사람이 꼭 연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행복을 주는 그 사람은 자신이 지금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데 내게 행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나의 바람이 거기서 그쳐야 할까요? 내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려는 꿈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그 꿈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앞에서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 하나님의 복을 받고, 또한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님의 복의 통로가 된다고 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은 내가 하나님의 복의 통로가 된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고운 마음씨를 지니면 하나님의 복을 받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려는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 시간이었습니다. 빌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먹구름이 일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도로 위의 사람들은 비를 피하려고 허둥지둥 뛰었습니다.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청년이 뛰어들었습니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청년 옆으로 들어섰습니다. 다음으로 중년 아저씨가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아주머니가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처마 밑은 만원 버스처럼 사람들로 꽉 차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멀뚱멀뚱 빗줄기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주머니가 뛰어 오더니,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끼어들었습니다.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했던가요.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엉덩이를 들이밀면서 대열에 끼어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밀려났습니다.
졸지에 빗속에 내몰린 청년이 처마 밑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다들 멋쩍은 표정으로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하였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한마디 했습니다. “젊은이,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 허허허.” 청년은 길 저쪽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한 사오 분 지났을까요? 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우산 네 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하나씩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청년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나의 에고는 내가 고운 마음씨로 살아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러니 성령께 나를 내맡겨서 성령의 도움으로 에고의 방해를 물리쳐야 합니다. 여러분이 성령의 도움으로 고운 마음씨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의 ‘그대’가 바로 여러분 자신이 되시기 바랍니다. ❉
|
772, 
2/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