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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막내아들은 항상 뛰어다니거나 장난을 칩니다. 조용하다 싶으면 꼭 무언가 일을 저질러 놓곤 합니다. 한번은 식용유를 방바닥에 잔뜩 쏟아 놓고 트위스트 춤을 추다가 벌렁 자빠졌는데,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아내가 겨우 건져내어 씻기고 청소를 했지만, 한동안 식용유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미워 보인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아무리 보아도 내 사랑’입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사랑인데, 철부지 아들이 그 사랑을 아나 봅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길을 가다가 무서운 개를 만나면 발길질을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아버지가 옆에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렇게 신뢰합니다.>
어떤 아버지가 쓴 글입니다. 만약 자기 혼자 길에서 무서운 개를 만났다면 두려움으로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곁에 있으니 발길질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신뢰하는 아버지가 곁에 있으면 두려움을 모르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만약 자신에게 지금 두려움이 있다면 하나님 아버지가 곁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혹은 하나님 아버지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 아버지를 신뢰하고 그 아버지와 동행한다면, 우리는 두려움 없이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시험을 내리시는 이야기입니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번제란 제물을 완전히 태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백 살이 되었을 때 주셨던 귀한 아들을 이제 죽여서 제물로 바치라는 겁니다. 너무 잔인한 시험이 아닙니까? 자신에게 이런 시험이 왔다면 우리 대부분은 반발할 겁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 시험을 받아들였습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번제에 쓸 장작을 쪼개는 등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삭과 두 종을 데리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모리아 땅의 어떤 산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의 이런 모습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함께 4절과 5절을 읽겠습니다. <사흘 만에 아브라함은 고개를 들어서 멀리 그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자기 종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 아이와 함께 저리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너희에게로 함께 돌아올 터이니, 그동안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아브라함이 사흘 만에 산 입구에 도착한 것입니다. 거기서 아브라함의 한 말에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곧 “너희에게로 함께 돌아올 터이니”라고 한 부분입니다. 종들은 두고 이삭만 데리고 가서 예배를 드리고, 이삭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니, 이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면 이삭은 죽습니다. 그러면 돌아올 때는 아브라함 혼자입니다. 그런데 이삭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히브리어 성경에도 ‘함께’를 뜻하는 단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개역성경은 이 부분을 “우리가 너희에게 돌아오리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영어성경은 “We will come back.”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내’가 돌아오지 어떻게 ‘우리’가 돌아올 수 있습니까? 둘이 함께 돌아오겠다고 하는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는 이삭이 죽지 않으리라고 아브라함이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것 말고는 달리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해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삭을 불로 태워 죽여서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순순히 받아들여 놓고, 이삭이 죽지 않을 거로 알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맨 처음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큰 민족을 이루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가 안 생기자 아브라함은 엘리에셀이라는 종을 상속자고 삼으면 되겠느냐고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기다렸는데도 아이가 안 생기자, 아내의 여종을 통해 이스마엘이라는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후에 하나님은 본처인 사라를 통해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다시 약속하셨습니다. 결국 아브라함의 나이 백 살에 이삭을 낳은 것입니다. 이제 아브라함은 이삭을 통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손을 거느리게 될 것을 확실히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분명 이삭을 통해 하늘을 별처럼 많은 자손을 거느리게 되리라는 약속의 말씀과 이삭을 불에 태워 죽여서 번제물로 바치라는 말씀은 충돌합니다. 이 두 말씀은 모순관계입니다. 그때 아브라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브라함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을 철저히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들을 죽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그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은 크게 당황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순종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어떤 신뢰입니까? 약속을 저버리시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입니다. 결코 약속을 저버리시지 않을 거면서도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아브라함은 생각했을 겁니다. 가능한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시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번제물을 예비하시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이삭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 둘 중 어느 것이라도 돌아올 때는 이삭과 함께 오게 됩니다.
아브라함이 종들을 남겨두고 이삭과 둘이서 산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번제에 쓸 장작은 이삭에게 지우고, 아브라함은 불과 칼을 가지고 가는 겁니다. 그래서 이삭의 나이가 적어도 15살은 되었을 거로 추측합니다. 장작을 지고 가면서 이삭이 아브라함에게 물었습니다. “불과 장작은 여기에 있습니다마는,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연한 물음입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대답합니다.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것이다.” 아브라함은 아직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배를 드리고 이삭과 함께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은 확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첫 번째 가능한 길에 대해 이삭에게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그것이 아닐 수 있음을 아브라함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로 이삭이 죽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 그만큼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는 겁니다. 아브라함은 이미 전능하신 하나님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신뢰가 가능합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칼로 찔러 죽이려 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다른 대안을 예비하여 주실 줄 알고 그냥 시늉만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진짜로 찔러 죽이려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시늉만 한다면 그런 상태를 하나님이 모르실 리 없습니다. 그랬다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찔러 죽이려 한 순간에 아브라함은, 다른 대안을 예비하여 주시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신 이삭이 죽지만 다시 살아나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아무튼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기 때문에 기꺼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는 겁니다. 분명히 약속과 순종은 모순관계이지만, 하나님에 대한 절대 신뢰로 말미암아 아브라함에게 모순으로 안 여겨지는 겁니다. 자세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면서도 이삭과 함께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터무니없는 믿음이라 부르는 게 합당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원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어떤 시험을 당하더라도 하나님의 약속을 믿으면 그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뉴욕 센트럴 역의 시계가 6시 6분 전을 가리키고 있을 때, 키가 크고 젊은 한 공군 중위가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6분 후에 한 여인을 거기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그 여인은 지난 13개월 동안 그의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입니다.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편지로 그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여인의 이름은 홀리스 메이넬이고, 나이는 30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사진을 보내달라는 그의 간청을 계속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붉은 장미꽃을 달고 나오기로 했습니다. 남자의 심장은 그의 비행기보다 더 높이 뛰었습니다.
6시 정각이 되자 젊은 여인이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여인은 키가 크고 늘씬했으며, 금발의 곱슬머리가 귓가에 찰랑거리고 있었습니다. 눈은 마치 꽃과 같이 푸르렀고, 입술과 뺨은 부드럽고 아름다웠습니다. 연초록의 정장을 입은 여인은 마치 봄이 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남자는 그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여인의 가슴엔 붉은 장미가 꽂혀 있지 않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여인은 매혹적인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속삭였습니다. “저랑 같이 가실래요, 군인 아저씨?” 남자는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한 걸음 더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여인의 바로 뒤에 서 있는 다른 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40살이 훨씬 넘어 보였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닳아빠진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꽤 뚱뚱했습니다. 그러나 구겨진 갈색 외투의 옷깃 위에 붉은 장미꽃이 선명하게 꽂혀 있었습니다. 그녀가 바로 홀리스 메이넬이었던 겁니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연초록의 정장을 입은 여인은 재빨리 저쪽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남자는 마음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의 욕망은 사라져가는 여인의 뒤를 쫓고 있었지만, 그러나 자신 앞에는 지난 13개월 동안 자신의 정신적 동반자로서 언제나 힘이 되어준 홀리스 메이넬이 서 있는 것입니다. 그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그녀를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녀의 통통한 얼굴은 다정해 보였습니다. 회색 빛깔의 눈은 따뜻했고 친절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사랑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떤 특별한 것이며, 어쩌면 사랑 그 이상의 우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마워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고마워해야 할 그런 우정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넓은 어깨를 똑바로 하고는, 실망의 아픔에 목이 잠기는 걸 느끼면서 여인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는 존 블랜포드 중위입니다. 당신은 메이넬씨죠? 당신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저랑 저녁을 함께하실까요?”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직 도통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우. 방금 지나간 초록 빛깔의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나에게 부탁했어요. 이 장미꽃을 내 옷에 꽂아달라고 말이지. 그리고 만일 당신이 내게 데이트를 신청하면, 길 건너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해달라더군요. 뭐, 일종의 시험(test)과도 같은 거라나.”
<사랑의 약속>이라는 단편소설의 내용입니다. 여인은 남자를 시험한 것입니다. 소설 제목이 가리키듯 얼마나 약속을 잘 지키는지를 말입니다. 곧 남자의 신실함을 시험해 본 것입니다. 붉은 장미꽃을 단 여인을 만나러 와서 그녀의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하여, 마침 훨씬 예쁘고 젊은 여인을 발견하고 그녀를 쫓아가는 남자라면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겠지요. 남자는 시험에 통과하였습니다. 잠시 깊은 갈등을 느끼긴 하였지만 붉은 장미꽃을 단 여인과 한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심리학은 부모에 대한 이미지가 자신에 대한 이미지로 연결되고, 그것은 다시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미지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만약 부모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다면 자신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이 되고, 다시 타인과 세상에 대한 자세도 긍정적이 됩니다.
그런 매커니즘 속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약속을 철저히 믿는 사람은 자신도 타인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그 결과 이 이야기와 같은 시험에서 통과하여 행복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요?
맨 처음에 아이가 자기 곁에 아버지가 있으면 무서운 개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신뢰하며 그분과 동행하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약속을 굳게 믿는 것입니다. 그럴 때 시험을 당해도 무사히 통과하고, 또한 그 시험을 통해 단련되어 강한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 돌아올 터이니”, 이런 자세로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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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3/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