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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하나님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아주 큰 존재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 대단히 큰 그물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향해 그물을 던졌습니다. 하나님은 그물 안에 갇혔습니다. 그 때 하나님은 자신을 그물보다 훨씬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그러자 그물이 찢어지면서 하나님은 그물을 빠져나왔습니다. 잠자리채로 코끼리를 잡으려 한 꼴이 된 것입니다.
낭패를 당한 그는 그물을 이전보다 더 크게 만들어 하나님을 향해 던졌습니다. 하나님은 다시 그물 안에 갇혔습니다. 그 때 하나님은 자신을 그물코보다 더 작은 존재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래 그물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잠자리채로 바람을 잡으려 한 꼴이 된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 하나님을 잡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을 알 수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 많은 연구를 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에 대해 이러저러한 추측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추측들에 갇히지 않는 존재라는 겁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이성 너머에 존재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뭔가를 안다 하더라도, 그건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불확실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곧 우리는 하나님에 대해 <모를 뿐>입니다.
“모름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땅히, 반드시, 그런 뜻을 지닙니다. 영어로 하면 should입니다. 예컨대 “모름지기 사람은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라고 하면, 자신의 의무를 반드시 다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어떤 분이 이 말을 이렇게 풀이하였습니다. 이 말은 모름과 지기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모름은 모른다는 뜻이고, 지기는 지킨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모름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되겠지요. 무엇에 대해서? 하나님에 대해서요. 곧 하나님에 대해서 인간은 모를 뿐이라는 자세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인간의 유한성을 자각하며 겸손한 자세로 하나님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하나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거기에 하나를 추가해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해서 한 가지 확실히 안다.”입니다. 곧 하나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안다는 뜻입니다. 그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바로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정리해 볼까요? 머리 차원에서 하나님은 모름입니다. 곧 이성적 차원에서는 하나님에 대해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슴 차원에서 하나님은 앎입니다. 곧 직관 차원에서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분명히 아는 겁니다. 이러한 머리 차원의 모름과 가슴 차원의 앎이 자신 안에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여기서 <모름>이라는 말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모름>이라는 말은 사용되는 문맥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되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불행이 올지 모르겠다.” 라는 말과 “행운이 올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음미해 보십시오. 앞의 말에서는 <모름>에 불안이 깃들어 있고, 뒤의 말에서는 <모름>에 소망이 깃들어 있지 않습니까?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것이 풍기는 기운이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미래를 모릅니다. 여기서 갈림길에 놓이게 됩니다. 왼쪽 길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길입니다. 그리하여 현재를 두려움으로 걸어갑니다. 오른쪽 길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소망을 느끼는 길입니다. 그리하여 현재를 든든함으로 걸어갑니다.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왼쪽 길은 불행을 떠올립니다. 그래 “불행이 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믿는 대로 경험한다> 혹은 <생각이 현실을 창조한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불행을 끌어당깁니다. 반면에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오른쪽 길은 행운을 떠올립니다. 그래 “행운이 올지 모를 일이지.” 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는 행운을 끌어당기지 않을까요?
그런데 미래에 대한 소망이란 행운만을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행운만 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약 인생이 행운으로만 이어진다면, 그건 은총이 아니라 저주라 하겠습니다. 그건 마치 매일 맑은 날만 찾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가뭄으로 인한 생명계의 파멸입니다. 비가 오는 날도, 번개와 벼락이 치는 날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행운만을 기대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불가능한 일이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자기 파멸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셈이니까요.
소망은 행운만을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도 찾아올 줄 압니다. 하지만 그 불행이 먼 훗날의 은총의 씨앗이 될 줄을 아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래에 대해 소망을 갖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소망으로 말미암아 현재를 든든함과 넉넉함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행보다는 행운을 더 많이 맞게 될 터입니다.
우리는 모두 오른쪽 길을 걷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길로 접어들게 될까요? 바로 머리 차원의 모름과 가슴 차원의 앎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사는 겁니다. 여기서 가슴 차원의 앎이 중요합니다. 곧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분명히 아는 겁니다. 믿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이 내게 매일 울 일만 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내게 웃을 일을 많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더러 울 일도 주시겠지만, 그러나 그 일에 내가 순하게 반응함으로 말미암아, 그 일도 먼 훗날에는 은총의 씨앗이 되리가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 미래에 벌어질 일을 구체적으로는 조금도 모르지만, 그러나 큰 흐름에 대해 소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머리의 모름과 가슴의 앎이 조화를 이루는 삶이란, 유한한 존재로서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으로 겸허함을 지님이고, 또한 하나님 사랑에 대한 신뢰로 든든함을 지님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지식을 초월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빕니다.” 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지식을 초월한 내용이라 합니다. 우리의 이성을 초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건 알 수 없는 영역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걸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알 수 없는 걸 알아야 한다니, 논리적으로 모순이라 하겠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문제에 대한 앎을 가질 때 머리를 통합니다. 그런데 머리가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서도 앎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바로 가슴이라는 통로입니다. 가슴을 통한 앎은 머리를 통한 앎과는 그 성격이 사뭇 다릅니다. 직관적 앎과 이성적 앎은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머리를 통해서는 알 수 없으나, 가슴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기 바란다는 겁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성 너머의 존재이십니다. 곧 알 수 없는 존재이십니다. 미지수 X라고나 할까요? 그분의 핵심 속성인 사랑도 역시 우리가 머리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슴으로 그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가슴을 통해 그 사랑을 아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요. 사랑의 수평적인 측면과 수직적인 측면을 모두 헤아리게 되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이지요.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다.”고 하였습니다. 서로 충돌할 것 같은 이 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사람이 소크라테스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 모른다. 그분이 우주를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어떻게 우주를 운행하시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그분에 대해 약간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건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 하나를 만지며 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안다. 그분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그 한 가지만으로 나는 든든하다. 그분의 사랑으로 감싸여 있는 나를 신뢰한다. 그분의 사랑으로 이어질 내 인생을 신뢰한다.”
이제 감당키 어려운 일이 찾아왔을 때도, “이게 내 인생을 망칠 일일지 누가 알겠어? 그거야 모를 일이지. 아니, 나는 알아. 이게 내 인생을 꽃피울 은총의 씨앗임을. All is well.”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아파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한편 묘한 미소를 머금습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행복의 꽃다발을 안고 찾아와 주시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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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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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