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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사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인부들이 모여 앉아 각자 집에서 싸 온 밥을 먹습니다. 거기 샘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도시락을 열면서 투덜댑니다. “이런 망할! 또 땅콩버터와 잼이야. 난 땅콩버터와 잼이라면 딱 질색이야.” 샘은 매일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를 싸 옵니다. 그리고 그걸 먹을 때마다 그렇게 투덜댑니다. 그 날은 보다 못한 다른 인부가 말합니다. “제발 부탁인데 말이야 샘, 그렇게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가 싫으면, 당신 마누라한테 좀 다른 걸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잖아?” 샘이 말합니다. “마누라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결혼하지 않았어. 샌드위치는 내가 싸는 거야.”
자기가 매일 똑같은 메뉴의 도시락을 싸 오면서 지겹다고 투덜댑니다. 다른 메뉴로 바꿔 싸 오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매일 투덜댑니다. 웃기는 얘기죠?
그런데 우리네 삶의 모습이 바로 이렇다는 겁니다. 불행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자면 행복을 위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해지는 행동을 합니다. 불행해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도 그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우주가 뿌린 대로 거두는 원리로 운행되기 때문입니다. 65억 인류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행복한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불행해지는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불행에 대해 투덜댑니다. 앞의 이야기의 샘과 같이 말입니다.
작년 여름휴양회 때 <시크릿>을 함께 보았습니다. 거기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주는 자석과 같이 운행된다고 말입니다. 자석의 플러스극이 마이너스극을 끌어당기듯, 자신의 부정적 생각이 불행을 끌어당긴다는 것이죠. 모두가 행복을 바라지만 실제로 행복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살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부정적 생각에는 두려움, 근심, 낙심, 원망, 미움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미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남을 미워하면 자기가 손해를 입습니다. 우선 미워하면 자기 내면의 평화가 깨집니다. 그리고 미워하는 상대방도 자신을 미워하기 마련입니다. 그가 아주 훌륭한 사람이 아닌 이상은 말입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 그것이 불행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움이라는 부정적 생각이 불행을 끌어당기는 겁니다. 물론 자신은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는데, 상대방은 자신을 미워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 문제는 오늘의 주제를 벗어나기에 넘어갑니다.
아무튼 미워하면 내가 손해를 입는 원리를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미워합니다. 실은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미워하면 자신이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미워하면 됩니다. 곧 행복을 원하지만, 그 행복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미워하면 됩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입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미워하십시오. 그런 미움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미워하겠다는 겁니다. 미워하면서 동시에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겁니다. 부정적 생각은 불행을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하고 미워하겠다는 겁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실은 미워하는 순간에는 그 원리를 새까맣게 까먹습니다. 무명(無明)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갑니다.
더 나아가 사실은 미워하면서도 미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워하는 게 아니라 다만 그의 행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을 속이는 겁니다. 이런 경우가 더 문제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미워하면 자신이 손해를 입는 원리를 알면서도 여러 형태로 계속 미워합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행복을 바라면서, 왜 그토록 집요하게 불행을 끌어당기는 행동을 하게 될까요?
<임진강가에 서서>라는 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 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에 고단한 먼지, 때, 얼룩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후략)
시인의 통찰을 보십시오.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에 고단한 먼지, 때, 얼룩이 아니었을까?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겉에 드러난 먼지와 때와 얼룩이 더럽다고 찡그리고 미워하지만, 실상 그것은 인생이 힘들어 생긴 그의 아픔이요 상처입니다. 인생이 힘들어 아파하는 사람, 상처로 신음하는 사람, 그이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고 싶지 않습니까? 그이의 겉모습만 보고 미워한다면, 낮은 수준의 삶을 사는 게 아닐까요? 행복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그런 낮은 수준의 삶을 살아야 할까요?
시인의 통찰은 더 이어집니다. “(그것은)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내 안의 상처로 말미암아 그가 더럽다고 한 것입니다. 내 안의 상처를 투사하여 찡그린 것입니다. 미움의 근본 원인은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 아프면서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처와 상대방의 상처가 미움의 원인이라고 말입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주일학교의 어린아이도 아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부모인 사람들이,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 미워하고 할퀴면서 서로의 상처를 더 크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Oh my God!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교회 옥상 나무에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길을 가다가 개나리가 핀 모습을 보고, 멈춰 서서 환희로운 마음으로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예쁜 꽃들이 피어날 겁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들에 다시금 생명이 약동하고 아름다움이 피어오릅니다. 봄은 생명과 아름다움의 계절입니다.
그런데 그 생명과 아름다움은 햇빛에서 비롯됩니다. 햇빛의 열기는 위대합니다. 생명과 아름다움을 창조하기에 말입니다. 생명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따스한 햇빛은 위대한 사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부활절은 춘분으로부터 첫 번째 보름, 그리고 그 보름으로부터 첫 번째 주일입니다. 지난 목요일이 춘분이었고, 이틀 후가 보름이었고, 하루 지난 오늘이 부활절입니다. 그래 올해 부활절은 유난히 빠릅니다. 아무튼 부활절은 필연적으로 봄에 찾아옵니다. 죽음을 벗고 다시 살아나는 게 부활인데, 부활절이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 다시금 생명이 피어오르는 봄에 배치된 일은 우연일까요? 예수님은 그런 계산을 하고 봄에 부활하셨을까요? 모를 일이죠. 하지만 여름의 부활, 가을의 부활, 게다가 겨울의 부활은 얼마나 어색합니까? 봄과 부활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 하였습니다. 새로이 생명과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때문에 말이죠. 봄을 닮은 부활, 새로이 생명을 되찾는 부활도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의 작품입니다. 햇빛을 통해 사랑의 계절인 봄을 만드신 그분이,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또다시 사랑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님을 위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우리를 위한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그저 우리를 위한 하나님 사랑의 도구로 쓰임을 받았을 뿐입니다.
나와 너의 상처로 말미암아 우리는 서로 미워한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행복을 간절히 원하면서 불행을 창조한다 하였습니다. 미움은 앙상한 나뭇가지입니다. 미움은 황량한 마음입니다. 미움은 차가운 겨울바람입니다. 미움은 죽음입니다.
거기 새로이 생명이 깃들어야 합니다. 미움이 봄을 맞아야 합니다. 부활이 일어나야 합니다. 부활은 봄입니다. 부활은 생명이요 아름다움입니다. 부활은 사랑입니다.
자신의 상처를 깊은 눈으로 보고, 상대방의 상처를 영혼의 눈으로 보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일, 그것이 부활의 몸짓입니다. 그리하여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 그것이 부활입니다. 서로가 사랑하는 일, 그것이 부활입니다. 아니, 상대방은 나를 미워하더라도 나는 그를 사랑하는 일, 그것은 아름다운 부활입니다.
처음에 매일 자기가 똑같은 메뉴의 도시락을 싸 오면서 투덜대는 샘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샘의 안에 아픔과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아픔과 상처를 가진 자신을 사랑하여야 합니다. 사랑으로 상처가 치유되면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의 도시락을 싸게 될 겁니다. 도시락을 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겁니다.
또한 상대방의 허물도 그의 안에 있는 아픔과 상처가 원인입니다. 미움 대신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싶지 않습니까? 그것은 나의 행복을 위한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 그것은 부활의 몸짓입니다. 내 안에서 미움이 죽고 사랑이 살아나는 것은 나의 부활입니다.
본문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반복하여 평화를 기원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가장 큰 바람이 우리의 평화라는 사실을 헤아리게 됩니다. 그런데 내 안에서 미움이 죽고 사랑이 살아나면 평화가 찾아옵니다. 나의 부활을 이룰 때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부활을 기원하신다고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랑으로 부활할 때 부활하신 예수님이 미소 지으십니다. 또한 나의 부활과 예수님의 부활이 하나로 되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이 미소 지으십니다. 이 거룩한 여정을, 생명이 약동하고 아름다움이 피어오르는 이 봄에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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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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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