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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이 지은 <꽃>이라는 시의 앞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나의 몸짓이란 무슨 뜻일까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라는 뜻일 거 같습니다. 예컨대 내가 길을 걸어가는데 많은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 나는 어떤 일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그 일을 깊이 생각하며 걸어가기에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누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심지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우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뜻입니다. 상대방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그는 나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되고, 내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사람이 됩니다. 단순히 알아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에게 사랑과 지지를 표현하는 것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는 하나의 몸짓에서 꽃이 된다고 합니다. 빛깔과 향기를 지닌 고운 꽃이 된다고 합니다. 이제 그는 나에게 귀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귀한 가치를 지니는 존재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상대방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내게도 좋은 일이 됩니다. 내가 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는 향기로운 꽃들에 에워싸여 살게 되니 말입니다. 오늘 그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야곱은 손자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들을 축복합니다. 축복의 내용을 줄여서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주시고, 자기 이름과 할아버지의 이름 아브라함과 아버지의 이름 이삭이 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게 해주시고, 이 아이들의 자손이 이 땅에서 크게 불어나게 해주시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내용인 자기 이름과 할아버지의 이름 아브라함과 아버지의 이름 이삭이 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게 해주시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야곱과 이삭과 아브라함이 그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와 고조할아버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조상입니다. 조상들의 이름이 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게 해달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살아 있는 것의 반대는 죽은 것입니다. 조상들의 이름이 이 아이들에게 죽어 있다는 것은, 이 아이들이 조상들의 이름을 모르는 것을 뜻할 겁니다. 곧 조상들의 이름이 이 아이들에게 잊힌 겁니다. 그리고 이름이 잊힌 것은 존재가 잊힌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들이 조상들을 잊고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상들의 이름이 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게 해달라는 것은, 이 아이들이 조상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게 해달라는 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이 지녔던 삶의 정신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상들이 지녔던 삶의 정신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하나님 중심적 삶입니다. 그러므로 야곱은 이 아이들이 조상들이 지녔던 삶의 정신을 계승하여, 하나님 중심적 삶을 살아가게 해달라고 청하는 거라고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이름이 우리 안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중심적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삶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됩니다. 그리고 그 삶을 위한 좋은 방법이 수시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롬10:13) 주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예수님은 <기적수업>이라는 책에서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 너는 네가 서 있는 땅을 감싸줄 천사를 부르는 것이다. 그들은 날개를 펼쳐 너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 하나님의 이름을 천천히 부르고 다시 부르라. 다른 일들은 다 잊으라. 모든 생각의 닻을 여기에 내리라. 이제는 하나님의 이름이 우리의 유일한 생각이요, 유일한 언어이며, 우리 마음을 차지하는 유일한 것이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염원이다... 우리는 절대로 거절될 수 없는 초대를 하니, 하나님이 친히 초대에 응하시리라... 하나님의 이름을 다시 부르라. 그러면 너는 하나님을 실재의 유일 창조주로 인정하는 것이다. 조용히 앉아, 하나님의 이름이 너의 마음을 완전히 차지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관념이 되게 하라... 너의 해방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에 의지하라. 그러면 네게 해방이 주어진다. 그것 말고는 아무 기도도 필요 없다. 하나님의 이름에 네 모든 기도가 다 들어 있다.”
이 말씀 중에서 몇 개만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우리가 서 있는 땅을 감싸줄 천사를 부르는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천사들은 날개를 펼쳐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천천히 부르고 다시 부르라고 하십니다. 천천히 반복해서 부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일들을 완전히 잊고 오직 하나님만을 생각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다른 기도는 필요 없다고 하십니다. 그것이 모든 기도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에 하나님은 응답하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자기가 편한 대로 부르면 됩니다. ‘하나님’이라고 불러도 되고, ‘주님’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혹은 ‘아버지’라고 불러도 됩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으로 불러도 되고, 소리를 내어 불러도 됩니다. 다만 입으로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여 불러야 합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하나님을 부르는 순간, 하나님이 나의 마음을 완전히 차지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불러야 합니다. 완전히 의지하는 마음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불러야 합니다.
처음에 소개해드린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그’를 ‘하나님’으로 바꿔서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하나님은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니지 않았다. 내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 하나님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요 창조주로 인정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니 무신론자는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곧 그분들에게는 하나님이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일이 별로 없다면 역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완전히 의지하는 마음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비로소 찬란한 꽃이 되어 주십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하나님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바른 마음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바른 마음 상태가 되는 매우 좋은 방법이 하나님을 부르는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조용히 앉아서 불러도 되고, 길을 걸으면서 불러도 됩니다. 운전하면서도 불러도 되고, 지하철 안에서 불러도 됩니다. 마음이 편안할 때 불러도 되고, 마음이 힘들 때 불러도 됩니다. 또한 단순히 ‘주님!’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되고,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해도 됩니다. 혹은 이어서 무언가를 요청해도 됩니다. 무언가를 요청할 때도 우선 하나님을 불러 하나님과 하나 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시시때때로 하나님을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2학기 때 친구 한 명과 함께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교내 시위와 관련된 조치였습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청계천 판자촌에 작은 방을 구해 살았습니다. 식사 때가 되면 친구가 밥을 했습니다. 저는 친구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았습니다. 밥을 다 먹으면 설거지해야 하는데 설거지도 친구가 하였습니다. 적어도 설거지는 제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친구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저는 방에 누워 있으며 고통을 겪었습니다. 정말로 설거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가책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겁니다. 친구는 시골에서 성장하며 노동하는 일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교에서 엘리트 의식을 주입받으며 자랐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 따로 몸 따로 놀았습니다. 그렇게 석 달 정도 식사 때마다 고통을 겪다가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군대에서는 사역이라고 부르는 노동이 일상이었습니다. 삽질도 하고 곡괭이로 땅을 파기도 하였습니다. 난생처음 해보는 그런 일들은 몹시 힘들었습니다. 훈련을 받을 때는 일과가 끝나면 밤늦게까지 사역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행정병이 되었지만 그래도 사역하는 일은 많았습니다. 그렇게 3년 가까운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하였습니다. 이제 고된 사역을 하지 않아도 되니 무척 기뻤습니다.
학교에 복학하여 3년 후배들과 생활했습니다. 하루는 후배들과 학교 부근에 있는 수락산에 등산을 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제가 후배들을 제치고 설거지를 하는 겁니다. 그 일을 후배들에게 맡겨도 되는데 제가 하는 겁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몸이 움직이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크게 기뻤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 의식과 군에서 강제로 사역을 한 것이 합해져서 그런 변화가 생긴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던 군 생활에 깊이 감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는 제 모습은 계속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여럿이 식당에 가면 제가 먼저 수저를 사람들 앞에 놓아주는 겁니다. 무언가를 정리해야 할 상황이 되면 제가 하는 겁니다.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았는데, 아무리 늦어도 꼭 양말을 빨았습니다. 속옷이나 겉옷도 모두 제 손으로 빨았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모두 어머니께서 빨아주셨는데 말입니다. 결혼해서는 처의 속옷을 제가 빠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청계천 판잣집에서 친구가 설거지하는 시간에 방에서 괴로워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깊은 감사를 느꼈습니다. 또한 민중적 삶을 지향하던 제게 육체적 노동이 자연스럽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습관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몸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습관에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습관으로 바뀐 것입니다. 습관에 대해 백과사전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며 선천적이기보다는 후천적인 행동을 가리킨다. 먹고 자는 것에서부터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동이든 습관이 될 수 있다. 습관은 강화와 반복을 통해 발전한다. 어떤 행동이 반복될수록 더욱 자동적이 된다.”
나쁜 습관과 좋은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또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새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습관을 지니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습관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습관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그 일환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시시때때로 부릅니다. 그것은 훈련이라고 말해도 됩니다. 습관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하나님을 부르는 일이 완전한 습관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여러분도 하나님을 부르는 훈련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습관으로 차츰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 습관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위한 가장 귀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기 원하는 돈, 명예, 건강 등 그 무엇도 그 습관만큼 여러분을 행복으로 이끌지 못합니다. 그 습관으로 여러분이 하나님을 그저 하나의 몸짓으로 만나지 않고, 생명의 빛을 발하는 찬란한 꽃으로 만나게 되시기 바랍니다. 늘 그 꽃향기를 맡으며 환한 미소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깜깜한 길을 걸어갑니다.
무언가에 부딪히기도 하고 웅덩이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몸은 상처투성이고 열심히 걸어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그때 길에 설치되어 있던 수많은 가로등에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그러자 곱게 물든 단풍과 아름다운 가을꽃들이 보입니다.
탄성을 지르며 천국의 고향을 향해 유유히 걸어갑니다.
문제는 길에 설치된 전등을 켜는 것입니다.
전등의 스위치는 내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스위치를 켜는 방법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 하나님과 하나 될 때 전등이 켜져 길이 환하게 빛나게 되고
하나님과 분리되는 순간 전등이 꺼져 길이 깜깜하게 됩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요.
우리는 하나님을 부르는 소중한 습관을 만들기 원합니다.
그 습관으로 늘 감사하고 감격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 과정을 눈부신 은총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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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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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