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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습니다. 그 놀이터에는 미끄럼틀이 여러 개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은 최근에 아프리카에서 온 아이들이고, 다른 그룹은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입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겐 왼쪽 끝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놀게 하고, 한국 아이들에게는 오른쪽 끝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놀게 하였습니다. 1시간쯤 지난 후에 아이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지칠 때로 지쳐서 나타났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기분이 아주 상쾌해져서 나타났고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놀았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한국 아이들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기분 좋게 미끄러지면서 내려왔습니다. 미끄럼틀을 제대로 논 것이죠. 그런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그 과정을 거꾸로 한 것입니다. 곧 미끄러지는 쪽을 미끄러지면서 힘겹게 올라가서,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는 겁니다. 한 번도 미끄럼틀에서 놀아 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똑같은 사물이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만듭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놀이기구를 어떻게 이 따위로 만들었담. 놀이기구를 만든 사람들은 멍청하든지, 아니면 심술꾸러기일 거야.” 그 얘기를 들으면 한국 아이들은 웃을 거고요.
하지만 이게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니까요. 같은 상황을 맞아 어떤 사람은 지치고, 어떤 사람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친 사람은 상황을 탓할 겁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말이죠. 아니, 상황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미끄럼틀이 아무 문제가 없듯이요. 언제나 상황은 완벽합니다. 현실은 늘 완벽합니다. 일어나야 될 일이 일어납니다. 모든 현실은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하나님이 완전하시듯, 하나님의 작품인 현실 또한 완전합니다.
문제는 현실을 풀어갈 방법을 모르는 자신에게 있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현실을 풀어갈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모든 현실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이 아직 현실을 풀어가는 방법이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부정하면 할수록, 그만큼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겁니다. 이건 외통수입니다.
예컨대 지난 주일에 비가 왔습니다. 그 날 우리는 야외예배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야외예배를 드리는데, 하필 그 날 비가 온 것입니다. 섭섭한 마음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오늘 비가 내리는 거야.” 하며 짜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내리는 비를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여러 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혼이 지치게 됩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겁니다.
물론 기쁘기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하늘이 하신 일이니 기꺼이 받아들이는 겁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주께서 하신다.”(잠16:1)는 성경말씀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비가 오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누리는 겁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 날 계획에 없던 좋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부침개도 맛있게 부쳐 먹었고요.
현실을 풀어가는 방법이랄까, 인생의 실력이랄까, 그것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세부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 차원에서 생각하면 상황을 기꺼이 수용하는 것입니다. 곧 자신의 계획이 어긋난 상황이 찾아왔을 때,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저항과 수용의 갈림길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 때 저항하는 마음이 들면 실력이 부족한 것이고, 수용하는 마음이 들면 실력이 높은 겁니다. 그런데 늘 수용하는 마음이 들기란 참 어렵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애착관계에 있는 사람이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가 그렇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열흘쯤 전에 감기에 걸리셨습니다. 기침을 심하게 하시는 겁니다. 병원에서 약을 지어 복용하는데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셨습니다. 결국 콧물까지 흐르는 상태가 되셨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은 어느 교회 노인대학에서 소풍을 가는 날입니다. 그런데 그 날 아침에 제가 보니까 도저히 거길 갈 몸 상태가 안 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가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좀 짜증스런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 순간 저항과 수용의 갈림길 앞에서 저항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래 마음을 가다듬고 방향을 수용 쪽으로 바꿨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불편한 몸인데도 가려고 하시는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 기왕에 가시는 거 편한 마음으로 다녀오시게 하자.” 잠시 후 제가 그 상황을 수용하고 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자식을 갖지 않아서 경험이 없지만, 여러분은 자식을 키우면서 자주 저항하는 마음이 되실 겁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면 저항하는 마음이 될 리 없습니다. 자식을 사랑하기에, 자식이 여러분께서 원치 않는 행동을 할 때, 혹은 자식이 어려운 형편에 처했을 때, 그 상황에 대해 저항하는 마음이 될 겁니다. 그런데 실력이 높은 부모는 그런 상황을 수용하게 됩니다. 자식을 사랑하지만, 부모인 나보다 내 자식을 더 잘 아시고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대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새가 숲에서 놀다가 사냥꾼에게 잡혔습니다. 새가 사냥꾼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그냥 놔주면 세 가지 조언을 해 드리겠어요.” 사냥꾼에게 어떤 조언을 준다는 새는 처음이었습니다. 새야 또 잡으면 되니까, 새의 말에 응하기로 하였습니다. 사냥꾼이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냐?” 새가 말합니다. “당신 손 안에 있을 때 첫 번째 조언을 줄게요. 나를 놔주면 가까운 나무에 가서 두 번째 조언을 줄게요. 산으로 멀리 갔을 때 나머지를 줄게요.” 아주 치밀합니다. 사냥꾼이 그렇게 하자고 하였습니다. 새가 첫 번째 조언을 합니다. “당신에게 아주 소중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잃은 다음에는 잊어버리세요.” 그 말을 들은 사냥꾼은 약속대로 새를 놔주었습니다. 새가 날아가서 가까운 나무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직접 체험하여 확인하지 않은 것은 믿지 마세요.” 새는 이제 멀리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새가 비로소 생기를 회복한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나를 놔준 건 큰 잘못이에요. 내 속에 금덩이가 두 개나 들어 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사냥꾼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습니다. 그러다 금방 새한테 들은 말을 떠올리며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저 작은 몸에 금덩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또한 아까 새를 손에 쥐고 있을 때 금덩이가 안에 들어 있는 무게가 아니었던 것 같아. 내가 확인하지 않은 일이니 새의 말을 믿지 말자.’ 두 번째 조언을 적용한 것입니다. 이어 생각했습니다. ‘설령 금덩이가 새 속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지난 일이니 깨끗이 잊자.’ 첫 번째 조언을 적용한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습니다. 사냥꾼은 새로부터 큰 가르침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새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고맙다.”
금덩이가 자기 몸속에 두 개나 들어 있다는 새의 말은 사실일까요 거짓일까요?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사냥꾼은 금덩이보다 더 소중한 깨달음을 체험하였습니까요. 화가 난 상태에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상태로 전환하는 체험은, 금덩이를 주고서라도 해 볼만 한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사냥꾼은 저항하는 사람에서 수용하는 사람으로 큰 진전을 이룬 것입니다. 머리로 수용의 중요성을 아는 것보다, 직접 그런 체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의 세 번째 말은 그런 체험을 유도한 셈이 되었습니다.
만약 새의 세 번째 말이 거짓이었다면, 새는 변장한 천사일까요? 일부러 거짓을 말하여, 사냥꾼으로 하여금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앞에 다가오는 모든 어려운 상황은 모두 “수용의 기회”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나타나는 모든 어려운 상황 속에는 하나님의 숨은 은총이 배어 있는 것일까요?
본문을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시련을 허락하신다고 합니다. 또한 시련과 함께 벗어날 길도 마련하여 주셔서, 그 시련을 견딜 수 있게 하신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체벌을 가한다 할 때, 학생의 수준에 맞게 할 것입니다. 초등학생에게 가하는 체벌의 내용과 고등학생에게 가하는 체벌의 내용은 사뭇 다를 겁니다. 고등학생에게 가할 수 있는 체벌을 초등학생에게 내리는 선생님은 없을 겁니다. 또 여학생과 남학생에게 가하는 체벌의 내용도 수준이 다를 겁니다. 아마도 가장 힘든 체벌은 군인에게 가해지는 체벌일 겁니다. 그러니까 군인에게 가하는 체벌을 초등학교 여자 아이에게 내리는 선생님은 없을 겁니다.
학생들이 받는 체벌과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시련은 그 성격이 아주 다릅니다. 그러나 힘든 일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우리도 학생들이 자신의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체벌을 가하는데, 하나님께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내리실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시련을 만났을 때, 우선 감당할 수 있는 일임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련과 함께 벗어날 길도 함께 마련해 주신다 합니다. 벗어날 길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요? 시련을 만나면 저항과 수용의 갈림길 앞에 놓인다고 했습니다. 그 때 수용을 하게 되면 벗어날 길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는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그리고 수용이 반복되다 보면, 수용하는 일이 나날이 쉬워집니다. 수용하는 힘이 자라나는 겁니다. 종당에는 수용한다는 의식도 없이, 그저 주어지는 상황과 하나가 되어 함께 흘러가게 됩니다.
끝으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에 아프리카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거꾸로 사용하여 몸이 녹초가 되었습니다. 수용이라 할 때, 녹초가 된 상황을 수용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틀린 길을 걷고, 그 결과로 나타난 힘든 상황을 수용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선 바른 길을 걸어야지요. 미끄럼틀을 바로 사용하여야지요. 그 문제는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났을 때, 혹 저항하는 마음이 아닌지를 알아차리시기 바랍니다. 만약 저항하는 마음이라면 수용으로 전환하는 일을 반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내면의 평화가 나날이 깊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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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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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