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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6년쯤 전의 일입니다. 제가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은 내면의 만족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미술 작품이 지니는 아름다움입니다. 미술가 대부분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려고 할 터입니다. 물론 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미술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려면 미술가의 내면에 만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문장이 마음에 깊게 들어와서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천재적인 미술가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도, 그의 내면에 만족이 없다면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책을 지은 사람의 그러한 관점에 깊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그 관점을 저의 삶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저는 청년 시절부터 아름다운 삶을 추구했습니다. 아름다움은 제게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제가 민주화운동이나 가난한 교회에서 헌신하는 삶을 선택한 것은, 그런 삶을 살면 아름다운 삶이 될 거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름다움은 내면의 만족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 책이 말하는 아름다움과 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성격은 아주 다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문장은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나는 만족하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 삶에서 보람을 느끼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만족을 물을 때는 ‘yes’라고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렇다면 지금 내 삶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름다운 삶을 살려고 애썼건만 아름다운 삶이 못 되었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 생각은 제가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때로부터 내면의 만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면의 만족을 누릴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여러 방법을 통해 내면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일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성령께서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주신 일로 받아들입니다. 오늘 내면의 만족이라는 주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본문을 보겠습니다. 바로를 만난 야곱은 그를 축복했습니다. 그러자 바로는 야곱에게 나이를 물었습니다. 야곱은 130살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로는 단지 나이만을 물었던 겁니다. 험악한 세월이었다는 것을 덧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나이를 밝힐 때도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130년이었다는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물론 유목민이니 한곳에서 정착하여 살지 않고 돌아다닌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떠돌아다녔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단어에서 부정적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묻지도 않았는데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말한 거나, 떠돌아다녔다는 부정적 느낌의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마도 무의식적 반응이었을 겁니다. 나이를 생각하는 순간, 무의식 속에 배어있는 고통스러웠던 세월에 대한 한이 튀어나온 거로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이 험악한 세월을 보낸 건 사실입니다. 그 내용을 다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떤 마음 상태일까요? 만족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불만족스러운 마음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부정적 표현이 튀어나오는 걸 보니, 불만으로 가득한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곱에게 험악한 사건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셔서 그를 위로하고 인생의 방향을 안내하셨습니다. 마침내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주시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그렇게 두려워했던 형으로부터 아주 쉽게 용서를 받았습니다.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 요셉을 22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가 당한 시련이 결국은 모두 은혜로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은혜에 대한 부분을 잊고 있는 것입니다. 시련에 대한 부분만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만으로 가득한 것입니다.
지지난 주일에 야곱이 바로를 축복하는 모습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주시는 사건을 계기로, 남의 복을 빼앗아 복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하나님의 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바로 같은 사람도 축복할 수 있는 당당한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미진합니다. 아직은 과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온전히 하나님이 계시는 현재에 마음이 머물지 못하는 겁니다. 곧 바로를 축복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현재에 머물다가, 바로가 나이를 묻는 순간 마음이 과거로 가버린 것입니다.
야곱은 나이를 묻는 바로에게 이렇게 말하면 좋았을 것입니다. “제 나이가 130살인데 하나님의 은혜로 이어진 감사의 세월이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사실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까? 험악한 세월을 산 것도 사실이고, 은혜로 이어진 감사의 세월을 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둘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는 자신의 자유의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야곱이 후자를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성장이 미진했습니다. 그래서 전자를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과거에 험악한 내용도 많았고, 하나님의 은혜로 감사한 일도 많았습니다. 이제 어느 쪽을 더 많이 선택하며 살아가는가의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전자를 선택하면 불만이 많은 삶을 살 것이고, 후자를 선택하면 만족이 많은 삶을 살 것입니다. 이것이 선택의 문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후자를 더 많이 선택할 수 있을까요?
만족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 종류는 세상에서 비롯된 만족입니다. 그것은 고통의 대가를 치르는 만족입니다. 곧 피나는 노력을 대가로 치러야 얻게 되는 만족입니다. 물론 피나는 노력을 대가로 치러도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어쨌든 고통을 대가로 하여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혹은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얻는 만족입니다. 그런데 이런 만족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다시 불만 상태가 되고, 다시 만족을 얻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간은 대부분 그런 만족을 얻기 위해 고통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두 번째 종류는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만족입니다. 물론 그 만족을 얻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종류의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두 번째 종류의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은 그저 현재에 깨어 있으려는 노력입니다. 현재에 깨어 있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려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이 만족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불만보다 만족이 많은 삶을 살려면, 현재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는 노력을 기울이면 됩니다. 그것을 내면의 만족이라고 부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빌4:11b-12) 바울이 말하는 만족은 첫 번째 종류의 만족이 아닙니다. 비천하거나 굶주리거나 궁핍할 때도 만족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곧 두 번째 종류의 만족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게 내면에서 만족하는 것입니다.
어느 목사님이 교인 집에 심방을 갔습니다. 13평짜리 아파트였습니다. 방이 두 개인데 여러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큰딸이 옷을 갈아입을 때는, 다른 식구가 방에서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가족은 화기애애하게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그 집 심방을 마치고 다른 교인 집에 심방을 갔습니다. 그 집은 방이 6개나 있는 아주 큰 부잣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방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불만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가족끼리 자주 다툰다는 것입니다.
두 가정이 같은 교회에 다니지만 신앙의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신앙의 힘은 외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앞의 집은 높은 신앙의 힘으로 인해, 열악한 조건에서도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바울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아름다운 삶과 내면의 만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만족의 중요성을 깨달은 저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꾸준히 내면의 만족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번 주 설교를 준비하면서, ‘지금 나는 어느 정도나 만족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0점을 만점으로 한다면 7~8점쯤 되는 거 같았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제가 처한 외적 조건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평생을 노력했지만 교회는 여전히 작고 가난합니다. 당연히 저의 재정 형편도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육체 건강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런 외적 조건이지만 내면의 만족도는 7~8쯤 되는 겁니다. 처한 조건에 비해 보면 제법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처한 조건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렇게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실로 감사한 것입니다. 이러한 만족과 감사의 원인은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바른 신앙이 원인입니다. 물론 저는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이를 날을 목표로 하여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계속 그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만족과 감사 외에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 희망은 만족이 점점 더 깊어갈 것에 대한 희망입니다. 그 희망은 지금 처한 좋지 않은 조건을 무력화하는 힘을 지닙니다. 물론 그 희망의 원인은 하나님이 미래를 인도하시리라는 확신입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그동안의 경험과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여러분의 내면에 만족과 감사, 그리고 희망이 날로 깊어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시 한 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모든 것을 얻었으나
당신을 얻지 못하였으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얻은 것입니까?
당신을 얻지 못하였는데
내 노동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게 당신을 얻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그리고 당신 한 분을 얻었는데
내게 얻지 못한 게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나는 바다도 육지도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천국도 당신의 것이 아니라면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렵니다.
만족의 유일한 근원이신 주여> ❉
주님,
불만은 언짢거나 불쾌한 마음이니 불행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만족은 흡족한 마음이니 행복한 상태입니다.
세상에서 많은 걸 가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많이 가져도 불만이 큰 사람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걸 가지려는 길은 고생은 많이 하면서도 행복해지기 어렵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진 게 적어도 꽤 만족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어떤 형편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바울이 걸었던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만족은 감사로 이어지고 또한 희망으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 안에 있는 것을 형제에게 준다고 하니
만족과 감사와 희망의 삶은 좋은 것을 형제에게 줄 터입니다.
곧 형제를 사랑하고 축복하는 삶을 살기가 쉽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입니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내면의 만족이 날로 깊어가서
우리가 점점 아름다운 삶을 살게 도와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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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