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배려와 우려의 차이를 아십니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배려가 자칫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때, 우리는 그 상태를 배려가 아닌 우려라고 말합니다. 긍정적 성격을 지닌 배려가 부정적 성격을 지닌 우려로 변한 것입니다.
배려는 영어로 Care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Care라는 영어는 흔히 돌봄으로 번역합니다. 그러니까 배려와 돌봄이 같은 의미입니다. 한편 우려는 영어로 Overcare라고 합니다. 곧 지나친 Care인 것입니다. Care에 상한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으면 우려가 되는 것입니다. 배려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도 유익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우려는 상대방에게 별 도움이 안 되면서 자신도 피폐하게 만듭니다.
우리 몸에는 IgA라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병원균에 대항하는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80년대에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맥클리랜드 박사는 이 IgA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습니다. 한 그룹의 피실험자에게 테레사 수녀에 관한 비디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비디오는 테레사 수녀가 배려와 연민의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이 비디오를 본 후에 피실험자의 IgA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테레사 수녀의 비디오를 시청한 후 그들의 IgA 수치가 17%나 상승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배려와 연민으로 돕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면역체계가 강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후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다른 연구팀에서는, 스스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실험해 보았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1그룹에게는 5분 동안 눈을 감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민의 감정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2그룹에게는 역시 5분 동안 눈을 감고 그들의 삶에서 분노를 느꼈던 상황을 기억하며 그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1그룹은 IgA 수치가 평균 41%나 상승하였습니다. 한 시간 후에 그들의 IgA 수치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후 6시간 동안 천천히 다시 증가하였습니다. 2그룹은 IgA 수치가 18%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시간 후에는 IgA 수치가 실험 시작 전, 곧 화를 내기 전 수치의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후 6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IgA 수치는 처음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은 두 가지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로 IgA 수치가 테레사 수녀의 비디오를 시청하였을 때보다 스스로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가졌을 때 더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배려를 주제로 한 감동적인 영화를 보았을 때 IgA 수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배려의 감정을 가질 때는 그보다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실제가 아닌 기억해 낸 분노도 우리 면역체계에서 무려 6시간 동안이나 손상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자들은 심장병으로 일 년 이상 병원에 입원한 후, 애완동물을 기른 환자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발휘하는 배려심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또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훨씬 높아진다고 합니다.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와 접촉했을 때 그 또한 큰 효과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마이애미 의과대학에 있는 접촉연구소는 그것을 접촉치료가 부릅니다. 접촉치료는 아이들에게 식생활과 수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배려에는 상한선이 있습니다. 그 상한선을 넘으면 약이 독으로 변하게 됩니다. 애완동물을 기를 때도 지나친 배려, 곧 우려는 스트레스로 변하는 것입니다.
우려는 가장 큰 에너지 손실원이라 하겠습니다. 우려는 걱정, 두려움, 우울함 등의 많은 부정적 감정들의 뿌리입니다. 배려와 우려는 같은 정서적 뿌리를 가지고 있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둘 다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정도의 차이에 따라 배려가 되기도 하고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이 둘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돌보는 마음에서 에너지를 얻게 되면 배려이고, 오히려 힘이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우려입니다.
우리는 가끔 “오버하지 마.” 라고 말합니다. 어떤 한계를 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오버하지 마.” 라는 말은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over이고, 우리말로는 지나침이고, 한자로는 過(과)입니다. 과식, 과음, 과욕, 과민, 과잉, 과신, 과속, 과보호, 과대 등 ‘과’자가 들어간 말들은 모두 부정적 의미를 가집니다. 모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남녀 간의 사랑도, 부모의 자식 사랑도 과하면 문제가 됩니다. 우려도 배려가 과한 것입니다. care가 over하여 overcare가 된 것입니다. 이 과함도 역시 멈추지 못함입니다.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IgA 수치가 상승하여 면역력이 강화되고, 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수치가 내려갈 뿐만 아니라 코티솔 같은 나쁜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그러니 배려하되 그 상한선을 넘어 우려로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 방법을 예수님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예수께서 당신은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바리새파 사람들이 “당신 스스로 자신에 대해 증언하지 그 증언은 참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비록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증언하더라도 나의 증언은 참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 후에 지난주에 살펴본 말씀을 하신 겁니다. “너희는 사람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그러나 나는 결코 아무도 판단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무슨 판단을 한다 하더라도 나의 판단은 참되다. 그것은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 스스로 자신에 대해 세상의 빛이라고 증언한 내용, 곧 그 자기 판단이 참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께서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시기 때문이라 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빵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 이러한 모든 예수님의 자신에 대한 증언이,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말한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내가 무엇을 말해야 하고 또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를 친히 나에게 명령해 주셨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이든지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해 주신 대로 말할 뿐이다.”(요12:49-50) 이 말씀을 보면 예수님은 주체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시키는 대로만 말하고 행하는 수동적 존재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혼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한다는 말씀의 의미입니다.
혼자서 산다는 것은 하나님 없이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내 안이 나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함께 한다는 것은, 내 안에서 나는 사라지고 대신 하나님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 되면 주체성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님이 나를 사는 귀한 삶이 됩니다. 예수님은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수준은 거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내 안에 나와 하나님이 공존합니다. 내 안에 나로만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가 있습니다. 그러다 하나님이 내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러면 내 안의 나와 하나님의 비율이 이를테면 8:2가 됩니다. 이어서 5:5가 되기도 하고, 2:8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내 안의 하나님 수치”라고 표현해 봅니다. 그 수치가 0일 때도 있고, 5일 때도 있고, 8일 때도 있습니다. 이 수치가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수치가 높을수록 우리는 자비로운 마음과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이 수치가 5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난 시간에 판단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반드시 멈추어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라 하였습니다. 곧 하나님 수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나님 수치를 높여 하나님의 눈으로 문제를 다시 보는 겁니다. 그러면 판단 대신 이해와 허용과 배려로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해야 할 일은 판단이 아니라 배려와 돌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함께 함이 필수적입니다. 하나님 수치를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또한 하나님과 함께 함은 우려로 빠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배려가 우려로 오버하는 것은 세상이 워낙 험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금 누군가가 곤경에 빠졌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의 곤경을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가집니다. 돌보는 마음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의 곤경이 점점 더 깊어갈 것 같아 보입니다. 이 때 우려하는 마음이 됩니다. 지나치게 걱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함께 하면 배려가 우려로 빠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문제의 해결책이 쉽게 나타날 것 같지 않아 보일 때, 그의 곤경이 점점 더 깊어갈 것 같아 보일 때,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맡기기 때문입니다.
내맡김은 이웃의 문제에 대해 외면하며 처음부터 하나님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배려의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합니다. 물론 그 배려의 마음도 하나님의 마음에 물든 결과입니다. 그러다 상황이 점점 어려워져서 우려가 생길 수 있는 무렵에 내맡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이웃을 보살피고, 그 너머의 부분은 하나님께 내맡기는 겁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함께 함은 진정한 배려의 뿌리요, 우려로 빠지지 않게 하는 힘이 됩니다.
여기 A와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당연히 공기 중에서 살아갑니다. 공기란 우리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A는 자신이 공기 중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의 가치를 못 느낍니다. 물론 공기가 없으면 금방 죽는다는 사실을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앎이 그의 삶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곧 그토록 소중한 공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합니다. 그래 원치 않는 일을 만나게 되면 다만 온갖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고통당합니다. 한편 B는 공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도 원치 않는 일을 만났을 때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지만, 그 순간 멈춰서 숨을 들이마시며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A와 B는 공기 중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같습니다만, 두 사람의 삶의 모습은 아주 다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A는 공기의 혜택을 하나만 받고, B는 두 개의 혜택을 받는다고 말입니다. 곧 A는 공기로 말미암은 생존의 혜택만을 받습니다. 그런데 B는 생존의 혜택에 더하여, 그 공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니 그 또한 혜택이라 하겠습니다.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안에서 살아갑니다. 하나님과 분리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A는 그런 하나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B는 인지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입니다. 거기에 주관적 인지가 보태져야 합니다.A는 주관적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것이고, B는 주관적 인지를 하는 것입니다. 앞의 공기 문제에서도 우리 모두가 공기 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A는 공기에 대한 주관적 인지를 못하고 B는 주관적 인지를 하듯이 말입니다. 하나님에 대해 주관적 인지를 못 할 때 하나님의 영향력은 그에게 아주 제한됩니다. 반대로 주관적 인지가 깊어가는 만큼 하나님의 영향력은 확장됩니다.
예수님은 B유형 삶의 전형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체성이 없어 보일 정도로 철저히 하나님을 당신 안에 모시고 사셨습니다. 마침내 그분은 세상의 빛이 되셨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아 B유형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가급적 높은 하나님 수치를 유지하며, 하나님의 마음에 물들어 이웃에게 따스한 배려를 하지만, 결코 우려에 빠지지는 않는 삶입니다.
여러분, 배려와 우려의 차이를 아십니까? 그 차이 속에 담겨 있은 깊은 의미를 아십니까? ◈
|
772, 
4/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