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남자가 인터넷에 올린 이야기입니다. 그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웁니다. 그런데 그 강아지가 어떻게 시간을 아는지, 매일 밤 9시 20분쯤이면 볼일 보러 나가자고 보채는 겁니다. 그날도 그래서 강아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볼일을 다 본 강아지가 지나가는 일흔 살쯤 돼 보이는 노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이 발로 강아지를 걷어차고 가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언짢은 마음이 들어서, 노인의 등을 향해 “왜 강아지를 걷어찹니까!” 하고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강아지에게 “집에 들어가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꼬리를 내리고 슬슬 피하는 겁니다. 노인에게 걷어차이고는 몹시 주눅이 든 것입니다. 그 모습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노인을 쫓아갔습니다. 골목 입구에서 노인을 불러 세우고는 닦달을 해댔습니다. 한참을 당하던 노인은 그냥 갈 길로 갔습니다. 그렇게 화풀이를 하고 나서야 남자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노인에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영 찜찜한 겁니다. 그래서 그 다음 날부터 다시 노인을 길에서 만나기를 바랐지만 못 만났습니다. 그러기를 열흘째입니다. 마침내 아내에게 열흘 전에 있었던 사건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 노인을 만나려는데 통 안 만나지네.” 아내가 말했습니다. “만나서 뭐하게요?” “그냥, 그날 내가 너무 무례했다고 사과하려는 거지.” 그랬더니 아내는 말했습니다. “그 양반은 벌써 잊어버렸을 텐데요.” 그때 남자에게 속담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맞은 놈은 발 뻗고 자고, 때린 놈은 발 뻗고 자지 못한다.>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오늘 밤에 또 기대해볼 거다. 그 노인은 혹 잊었더라도 내 마음 편하려고 사과할 기회 만나기를.’
때린 놈이 왜 발 뻗고 편히 못 자게 될까요? 남자의 이야기처럼 미안한 마음이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보복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공격당하면 자신도 보복 공격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을 때렸다는 것은 공격했다는 것인데, 그래서 자신이 상대방을 공격하면 자신도 상대방한테 공격받게 될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 생각은 두려움을 가져오고, 그 두려움 때문에 편히 못 자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 이 속담이 생각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삭이 그랄에 살 때 농사가 잘되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랄 사람들이 이삭을 시기하여 우물을 흙으로 메워 버렸습니다. 그리고서 아비멜렉이 이삭에게 그랄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삭은 그랄에서 쫓겨나 그랄 골짜기로 옮겨 우물을 팠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래 이삭은 또 옮겼습니다. 그렇게 세 차례나 옮겨 다니며 비로소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더는 시비를 걸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풍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삭은 블레셋 땅은 근본적으로 불안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 물질적 풍요를 버리고 브엘세바로 옮겼습니다.
그즈음에 블레셋의 왕인 아비멜렉이 자기 친구와 군사령관을 데리고 그랄에서 브엘세바로 이삭을 찾아왔습니다. 이삭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이 나를 미워하여 이렇게 쫓아내고서 무슨 일로 나에게 왔습니까?”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러자 아비멜렉은 이삭에게 평화조약을 맺자고 제안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건드리지 않고 당신을 잘 대하여 당신을 평안히 가게 한 것처럼, 당신도 우리를 해롭게 하지 마십시오.” 이삭을 건드리지 않고, 잘 대해주고, 평안히 가게 했다는 아비멜렉의 말은 거짓말입니다. 세 차례나 시비를 걸고, 우물을 흙으로 메워 버리고, 우물을 뺐었습니다. 아비멜렉은 뻔한 거짓말을 하며 이삭에게 자기네를 해치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아비멜렉은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평화조약을 맺으려는 걸까요? 바로 때린 놈은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는 심리 때문입니다. 곧 이삭을 공격했으니 이삭한테서 공격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곧 보복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자기네를 해치지 말아 달라고 하는 말 속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격받은 사람이 보복하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아비멜렉이 이삭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다면, 이삭에게 보복할 만한 힘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삭은 블레셋 사람들이 시비를 걸면 세 차례나 피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모습은 힘이 없는 약자의 모습입니다. 그런 이삭에게 아비멜렉은 어떻게 보복할 힘이 있다고 판단했을까요? 28절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심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당신 사이에 평화조약을 맺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우리와 당신 사이에 언약을 맺읍시다.> 주님이 이삭과 함께 계심을 똑똑히 보았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평화조약을 맺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비멜렉은 주님이 이삭과 함께 계심을 똑똑히 보고, 그것을 이삭이 큰 힘을 가진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무엇을 보고 주님이 이삭과 함께 계신 것으로 이해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주님이 함께하는 사람은 큰 힘을 가진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협정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삭은 아비멜렉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서로 맹세하였습니다. 평화조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아비멜렉 일행은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로써 블레셋과 이삭 간의 오랜 갈등이 해소되었습니다.
우리도 평화를 원합니다. 평화를 얻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평화를 얻으려면 공격받지 않아야 합니다. 본문에서 아비멜렉은 하나님이 이삭과 함께하심을 느끼며 평화협정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 때 공격받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공격받지 않으려면 내가 타인을 공격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공격을 멈추었는데도 나에 대한 공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과거에 공격한 것이 때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니 당분간 잘 견디면 됩니다. 그러니까 평화를 얻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것과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은 물리적 공격뿐만 아니라 판단, 비난, 정죄 등이 모두 포함합니다.
여기서 타인을 공격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욕심입니다. 하지만 욕심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내면의 상처도 주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욕심은 결핍감에서 비롯되는데, 결핍감과 내면의 상처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타인을 공격하지 않으려면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격은 타인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도 가해집니다. 자신에게 가하는 공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892년 프로이드에게 동료 의사가 한 처녀 환자에 대한 치료를 의뢰했습니다. 그 아가씨는 다리가 몹시 아픕니다.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통증이 심합니다. 그런데 내과적으로나 외과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 집에는 딸이 셋 있고 이 아가씨는 막내딸입니다. 언니 둘은 모두 출가했습니다.
한번은 두 언니네 가족과 함께 휴양지로 놀러 갔습니다. 그런데 작은 언니는 몸이 퍽 약했습니다. 그래서 산책을 작은 형부와 단둘이 하게 되었습니다. 큰 형부는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싫어했는데, 다정다감한 작은 형부에 대해서는 호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전 동안 산책을 하면서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언니는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 나도 이렇게 멋있는 남자와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삼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갑자기 다리가 끊어지게 아파졌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온천에 가서 요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작은 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언니는 죽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부터 아가씨는 작은 형부를 끔찍이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약한 언니에게 임신을 시켜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이드는 아가씨의 다리 통증 증상을 ‘전환 히스테리’라고 하였습니다. 전환 히스테리란 심리적 갈등이 신체적 통증으로 표출되는 것을 말합니다. 곧 형부에게 이성적 감정을 갖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깊은 죄책감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형부에 대한 사랑 감정을 철저히 억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 죄책감을 다리 통증으로 전환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곧 죄책감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신체적 증상을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또 언니가 죽은 후 형부를 격렬하게 증오한 것은 ‘반동형성’이라고 합니다. 곧 형부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증오하는 것입니다. 임신한 언니의 죽음이라는 구실을 통해서 말입니다. 프로이드는 결국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프로이드의 분석을 제가 좀 다르게 표현하자면, 죄책감으로 자신을 공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죄책감을 가지면 자기 처벌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처벌의 수단으로 다리 통증을 선택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리를 공격하여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된 것입니다. 죄책감으로 말미암은 자기 처벌성 자기 공격은 우리가 모두 늘 하는 일입니다. 물론 죄책감은 타인 공격으로도 나타납니다.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형부를 격렬하게 증오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신의 죄책감을 형부에게 투사하여 형부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죄책감으로 말미암은 타인 공격 역시 우리가 모두 늘 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공격이든 자신에 대한 공격이든, 내면의 상처나 죄책감이 주요 원인이 됩니다. 그러니 평화를 위해서 공격하지 않아야 하는데, 내면에 상처나 죄책감이 깊다면 공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상처나 죄책감이 치유되어야 공격을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평화를 얻으려면 치유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치유를 위해 하나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치유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직접 치유하시기도 하고, 또한 치유의 길로 잘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그 치유의 길이 좋은 상담가를 만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그밖에 다양한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움으로 치유가 깊어지면 타인이나 자신을 공격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이 함께 계심에서 비롯되는 힘을 사람들이 느끼며 그들로부터 공격받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힘으로 더러 공격을 받았을 때도, 보복 공격을 하지 않고 축복하는 경지에 점점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이렇게 공격이 줄어들게 되면 공격받는 일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평화가 내면에 점점 깊이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그 평화의 길을 주님의 손을 꼭 잡고 잘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
|
772, 
4/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