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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여름의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먼지로 뒤덮인 버스는 화덕처럼 뜨거웠습니다. 한참을 달리는데 가로수 그늘 밑에서 한 젊은 군인이 손을 들었습니다. 버스는 그 앞에 섰습니다. 군인은 커다란 배낭을 안고 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버스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안 떠나느냐고 승객들이 소리쳤습니다. 기사는 “저~어기” 하면서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기사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서 어떤 여인이 열심히 논둑을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향해 손짓까지 하는 모습에서 버스를 놓치지 않겠다는 간절한 뜻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도착하려면 5분쯤은 족히 걸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승객들은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더운 버스에서 내려 바람을 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개울가로 가서 세수도 하였습니다. 마침내 여인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버스에 타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빨리 타라고 소리쳤습니다. 여인은 맨 앞 좌석에 앉은 젊은 군인에게로 가서 창밖으로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몸 성히 잘 가이소”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군인도 “걱정 마래이” 하며 여인의 손을 아쉬운 듯 놓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본 승객들은 너나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버스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여인을 뒤로 남겨둔 채,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로수 사이로 멀어져 갔습니다.
승객들은 5분 정도를 기다렸습니다. 별생각 없이 기다렸지만, 나중에 그 기다림이 참 따뜻한 것이었음을 알고 마음이 즐거워졌을 겁니다. 자신들이 경험했던 수많은 기다림 중에서 제법 보람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으로 입가에 엷은 미소가 머금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셉은 형들이 자기를 이곳에 팔아넘기긴 했지만, 실제로 자기를 이곳에 보낸 것은 형들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고향으로 가서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이 전하라고 말했습니다. 곧 요셉이 죽지 않고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으니 지체하지 말고 이리로 오시라고, 앞으로도 흉년이 다섯 해나 더 계속되어 그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온 가족과 모든 재산을 가지고 오시라고, 이제부터는 자기가 아버지를 모시며 아버지와 온 가족이 아쉬울 것이 없도록 해드리겠다고 말입니다.
요셉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왔을 때 아버지가 몹시 그리웠을 겁니다. 또한 하나님을 사랑하며 바른 마음 상태인 속사람으로서 살려고 애쓴 그였기에, 연로한 아버지에 대한 효심도 깊었을 겁니다. 그래서 형들이 처음 이집트로 곡식을 사러 왔을 때 당장 자신이 요셉임을 밝히며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형들에게 필요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을 꾹 참고, 형들에게 시련을 안겨주며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도록 유도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형들이 진심으로 뉘우쳤음을 확인하자 비로소 아버지를 빨리 모셔오라고 한 것입니다. 지금은 흉년이 든 지 2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형들이 처음 이집트로 곡식을 사러 온 것은 흉년 든 지 1년쯤 되었을 때였을 겁니다. 따라서 요셉은 1년 정도를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기다렸던 것입니다. 물론 그 전부터 아버지를 보고 싶었지만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렸을 겁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아버지를 빨리 모셔오라고 말한 다음에 비로소 아우 베냐민의 목을 얼싸안고 울었습니다. 형들과도 하나하나 입을 맞추고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형들은 그제야 요셉과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형들은 처음에 몹시 놀라서 입이 얼어붙었지만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한 요셉이 자신들을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죄책감에서 벗어나 편한 마음으로 요셉과 이야기를 나누는 겁니다. 요셉이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겠습니까? 그리운 아버지를 만날 날에 대한 기다림, 또한 형들과 뜻깊은 해후를 위한 기다림, 요셉의 이 기다림이 참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요셉은 그 전에 이와는 성격이 다른 기다림의 기간을 경험했습니다. 곧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동안, 또한 몹시 열악한 조건의 감옥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요셉은 기다렸습니다. 그 13년 동안 그 시련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은총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마침내 그 기다림이 끝나고 꿈에도 생각 못 했던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을 때, 자기가 희망을 품고 기다린 것이 옳았음을 확인했을 겁니다.
기다림의 성공 경험이라고 할까요 그런 기다림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이나 형들을 기다리는 일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더욱 확실한 믿음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이번에도 성공한 것입니다.
기다림에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믿음입니다. 믿음이 없다면 그 기다림은 매우 힘든 여정이 될 것입니다. 믿음이 있을 때 희망을 안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둘째는 내맡김입니다. 내맡기지 못하면 기다리는 과정에서 계속 자기 힘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용쓰게 되어, 역시 기다림이 힘겨운 여정이 됩니다. 사실 믿음과 내맡김은 동전의 양면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건한 믿음이 있으면 쉽게 내맡길 수 있고, 내맡기려면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의 믿음이 연약해서 내맡김도 온전히 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믿음을 강화하는 일과 온전히 내맡기는 일을 훈련해야 합니다. 물론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이고 내맡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기다림을 경험합니다. 맨 처음에 소개해 드린 이야기에서 나오는 바와 같은 미소가 머금어지는 기다림도 있고, 시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릴 때와 같은 애간장이 타는 기다림도 있고, 감옥에 갇혀서 석방될 날짜를 손꼽을 때와 같은 지루한 기다림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기다림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기다림에는 어떤 대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상을 기다리는 거죠. 그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 대상을 바라는 겁니다. 여인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합격이 발표되기를 바라고, 석방을 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바람에는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펄 시스터즈라는 가수가 부른 <커피 한 잔>이라는 노래의 앞부분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8분이 지나고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 아 그대여 왜 안 오시나/ 아 내 사랑아 오 기다려요”
이 노래에서 기다리는 대상은 그대입니다. 그리고 그대가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대가 변심했든 혹은 다른 사정으로 오지 못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걸 기다리는 것입니다. 만약 변심했다면 헛된 바람으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앞에서 말씀드린 믿음과 내맡김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변심한 그대를 하나님이 보내주시리라고 믿고 내맡긴다면 그게 이뤄지겠습니까? 따라서 기다림의 핵심 요소인 믿음과 내맡김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 욕망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면서 믿음과 내맡김을 적용한다면 안 될 일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기다리면서 바라는 바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이 있는데, 하나님의 뜻과 전혀 다른 내 뜻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린다면, 그러면서 믿음과 내맡김을 적용한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제 경우 지난번 종양 수술 때 의사가 뇌하수체 줄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일부분을 남겨두었습니다. 저는 남아 있는 그 부분이 기능을 발휘할 날을 기다립니다. 그 부분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평생 스테로이드제와 갑상선 호르몬 약 등을 먹어야 하지만, 그 부분이 기능을 발휘하여 약을 안 먹게 되는 상황을 기다리는 겁니다. 그런데 기능 회복이 내 뜻인데, 그게 하나님의 뜻과 일치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뜻과 다른 내 뜻인 경우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내 뜻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할까요? 기능을 회복하는 목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곧 전자는 기능을 회복하여 그 몸을 저 개인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후자는 그 몸을 성령의 도구로 사용하는 겁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평화를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겁니다. 저는 매일 기도합니다. 기능을 회복하여 건강한 몸을 성령의 도구로 사용하다가 때가 되면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입니다. 또 그럴 수 있기 위해 바른 마음으로 살려고 애씁니다. 그런 전제 위에서 기능 회복을 기다리면서 그 기다림을 믿음과 내맡김으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 기다림 외에도 궁극의 구원에 대한 기다림도 있습니다. 곧 영원히 하나님의 품에 안길 날에 대한 기다림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다림은 지루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는 사람에게는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내맡김으로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다림은 마음이 미래에 가 있는데, 하나님께 내맡기며 기다릴 때는 마음이 현재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성령의 동행을 느끼고, 성령의 보살핌을 느끼고, 성령의 안내를 느끼며 현재에서 기뻐하며 감사합니다. 그러다 언젠가 기다림이 끝나고 하나님의 뜻대로 자신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기다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혼자서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령과 함께 기다리는 겁니다. 혼자서 기다릴 때는 지루하며 힘들고, 또한 마음이 미래에 가 있어서 현재의 마음 상태가 뒤숭숭합니다. 곧 그른 마음으로 기다리는 겁니다. 하지만 성령과 함께 기다릴 때는 기다리는 그 일을 내맡겼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현재에서 형제에게 사랑과 축복을 전하면서 하나님의 자녀에게 맡겨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곧 바른 마음으로 기다리는 겁니다. 전자는 기다림의 과정에서 혼자이기에 외로움을 느낀다면, 후자는 그 과정에서 성령과 함께하기에 든든함을 느낍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후자의 가치는 대단합니다. 그 기다림은 아름답기조차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기다리는 일이 성공할 확률은 후자가 훨씬 높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기다리는 일이 있습니까? 아무쪼록 성령과 함께 기다림의 과정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과정에서 형제를 사랑하고 축복하는 자신의 고귀한 역할을 평화로운 마음으로 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과정에서 충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마침내 기다림의 성공 경험을 하고 크게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
주님,
기다림에서 중요한 것이 결과입니다만, 과정 또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미래의 결과에 마음이 가 있어 현재의 삶이 헝클어지곤 하는데
우리는 과정에 마음을 쏟으려 합니다.
결과는 하나님께 믿음으로 내맡기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성령과 함께하여
성령의 돌봄과 안내를 자주 경험하며 현재에서 이미 만족함을 느끼고,
또한 하나님의 뜻에 따라 형제를 사랑하고 축복함으로
현재에서 이미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감사하게 하옵소서.
다시 말해서 결과를 믿음으로 내맡겼으니 마음이 결과로 가지 않고
현재 내가 사랑하고 축복해야 할 형제에게 내 마음이 가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그 과정의 내면에서 신기하게도 아름다움이 풍기게 하여 주옵소서.
예컨대 병원 같은 데서 자기 순번을 기다릴 때도
성령과 함께 바른 마음으로 기다리는 훈련을 잘하여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순번을 맞게 도와주옵소서.
그런 사소한 기다림에서부터 퍽 무거운 기다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다림의 과정에서 충분히 기쁨과 감사를 경험하다가
마침내 기다림의 성공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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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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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