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보이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백종원 씨에 대해 쓴 글을 읽었습니다. 앞부분만 읽어드리겠습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백종원을 알았다. 2004년이었다. 그의 첫 번째 책이었다. 제목은 <돈 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 저자의 투박한 외모만큼이나 내용도 묵직했다. 어떤 기준으로 삼을 만했다. 안나 카레니나의 문장을 빌리자면 ‘돈 버는 식당’은 모두 백종원이 말한 대로 하고 있었다. ‘망하는 식당’은 제각각의 이유가 있었다. 비법은 특별할 게 없었다. 손님의 입장에 섰다. 그뿐이었다. 양질의 음식을 넉넉하게 주었다. 주방에는 ‘쌈을 아끼면 쌈밥집은 망한다’라는 표어를 붙였다. 알아보기 쉽게 메뉴판을 제작했다. 밝게 인사했다.... 역지사지였다. 황금률이었다. 백종원 스스로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했다....”
그는 백종원 씨에게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배웠다고 합니다. 역지사지란 내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떤 관계이든 서로 역지사지 한다면 갈등과 반목은 생겨나기 어려울 겁니다. 또한 백종원 씨가 말하는 돈 버는 식당의 비법이 손님의 처지에 서서 식당을 운영하는 역지사지라면, 역지사지는 성공의 길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그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요셉의 형제들이 왔다는 소문이 바로의 궁에 전해지자 바로와 그의 신하들이 기뻐하였습니다. 바로가 요셉에게 말했습니다. 이집트에서 가장 좋은 땅을 요셉의 아버지와 가족에게 줄 테니, 아버지를 모셔와 온 가족이 이집트로 와서 살라는 것입니다. 바로가 요셉의 가족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겁니다. 바로는 요셉한테서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곧 요셉이 아니었더라면 이집트도 지금 주변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흉년의 고통을 겪고 있을 겁니다. 요셉이 바로의 꿈을 잘 해몽하고, 또한 7년 동안 이어진 풍년 동안 곡식을 잘 관리한 덕분에 지금 흉년에도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겁니다. 요셉은 이집트를 살린 일등 공신입니다. 그런 요셉이 22년 만에 가족을 만났다니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바로로서는 요셉의 가족에게 그 정도는 해 줄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런 경우에 바로처럼 반응하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가 그렇게 반응한 것은, 요셉에게 일어난 일을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인 것처럼 여겼기 때문입니다. 곧 요셉이 형제를 만난 것을 바로가 자기 형제를 만난 것처럼 여겼기 때문에 그런 파격적 대우를 하게 된 것입니다.
타인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우리의 반응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타인에게 일어난 일을 그의 일로 여기며 반응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타인에게 일어난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반응하는 것입니다. 전자를 A 반응이라고 하고, 후자를 B 반응이라고 하겠습니다. A 반응은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누군가 기쁜 일을 만났을 때도 적당한 선에서 축하를 전할 겁니다. 한편 B 반응은 특별한 모습입니다. 몹시 가까운 사이일 때 그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쁜 일을 만났을 때도 마치 내가 기쁜 일을 맞은 듯이 기뻐하고 축하합니다. 그러니까 A 반응은 타인에게 일어난 일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대하는 겁니다. 곧 타인에게 일어난 일이 강 건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나 B 반응은 강 건너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처럼 대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A 반응은 타인과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둔 반응이고, B 반응은 타인과 나 사이에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 반응입니다.
본문에서 바로가 보이는 반응은 B 반응이라는 겁니다. 물론 요셉의 공적은 엄청납니다. 또한 앞으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A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요셉이 자기 아버지와 가족을 이집트로 모셔 와서 잘 돌볼 것입니다. 총리의 권한으로 그 정도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바로가 직접 나설 필요 없이 그저 요셉이 하는 일을 허용하는 정도만 해도 됩니다. 축하는 하지만 또한 강 건너 불 보듯이 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만 요셉한테서 큰 은혜를 입은 게 아닙니다. 요셉도 바로한테서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노예로서 감옥에 갇혀 있던 요셉을 석방해서 총리가 되게 한 것입니다. 요셉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출세입니다.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그러니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한테서 큰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그런 형편인데 바로는 이집트에서 가장 좋은 땅을 요셉의 가족에게 주겠다고 직접 나섰습니다. 또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미련 없이 가나안에 다 버리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모두 새 걸로 장만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바로는 B 반응을 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곧 요셉에게 일어난 일을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반응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기 아버지를 모셔오고 자기 가족을 데려오는 것처럼 반응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의 이런 반응에 요셉의 기쁨은 배가되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는 처음에 요셉이 형제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하였습니다. 바로의 그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금방 타인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A 반응과 B 반응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일이 기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때 A로 반응할 때 기쁨이 느껴질까요? 그 사람이 나와 얼마나 가까운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나와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일로 나는 별로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 일로 나도 약간 기쁠 수 있습니다. 이제 B로 반응할 때는 당연히 나도 매우 기쁠 것입니다. 곧 타인에게 기쁜 일이 일어났을 때 A로 반응하는 것과 B로 반응하는 것은, 내가 느낄 기쁨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A로 반응하면 기쁨을 느끼지 못하거나 조금 느끼지만, B로 반응하면 큰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바로의 기쁨은 B로 반응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셉에게 기쁜 일이 일어났기에 저절로 기쁨을 느낀 게 아닙니다. A로 반응하면 축하는 하겠지만 기쁨을 느끼지는 못할 겁니다. B로 반응했기에 기쁨을 느낀 것입니다.
타인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A로 반응할 수도 있고 B로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타인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A로 반응할 것인가 B로 반응할 것인가,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겁니다. 바로는 B 반응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기쁨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바로의 기쁨 역시 자신이 선택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쁨이 주어진 게 아니라 기쁨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는 요셉에게 기쁜 일이 생겼기에 B로 반응하여 자신도 기쁨을 얻었지만, 타인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B로 반응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겁니다. 물론 기쁨을 얻지는 못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B로 반응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그를 위로하고 격려할 겁니다. 물론 A로 반응하여도 그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로와 격려의 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상대방이 그걸 느끼게 됩니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미혼 남녀 373명(남 172명, 여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나를 반하게 하는 연인’에 관한 설문 조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18일에 발표했습니다. 연인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일까?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알아차리고 위로해줄 때’(32.2%)였습니다. 두 번째는 ‘곤란한 상황을 자기의 일처럼 해결해줄 때(24.4%)였습니다. 세 번째는 ‘내 가족을 자기 가족처럼 챙길 때’(18.8%)였습니다.
두 번째인 나의 곤란한 상황을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는 것과, 세 번째인 나의 가족을 자기 가족처럼 챙기는 것은 같은 성격입니다. 곧 B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 둘을 합하면 43.2%로 첫 번째인 32.2%보다 11%가 많습니다. 따라서 연인이 B로 반응할 때 반한다는 답이 가장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B로 반응하면 내가 기쁨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B로 반응하면 상대방의 호의를 얻게 됩니다. 상대방의 호의를 얻는 일 역시 기쁜 일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상대방에게 기쁜 일이 생겼거나 힘든 일이 생겼거나 B로 반응하면, 내가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맨 처음에 역지사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내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B로 반응, 곧 상대방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반응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 둘의 성격이 같습니다. 역지사지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B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 중심적으로 생각하니까 상대방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조금 전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조사한 설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알아차리고 위로해줄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역지사지 현상이 아닙니까? 곧 연인이 내 처지가 되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표를 얻은 것은 B로 반응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따라서 연인에게 반하게 되는 첫 번째와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은 역지사지와 B로 반응인 것입니다. 곧 연인이 내 처지가 되어 생각하고,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똑같은 하나의 일입니다. 곧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는 반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원하는 겁니다.
따라서 내가 역지사지나 B로 반응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만약 연예를 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백종원 씨 말처럼 장사를 한다면 돈도 벌 수 있고, 그리고 바로와 비슷한 경우라면 나 자신도 기쁨을 얻게 됩니다. 어떤 경우든 기쁜 일입니다. 그 기쁨은 역지사지나 B로 반응하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습관이 되어 얻는 기쁨입니다. 따라서 그 기쁨은 내가 선택한 기쁨입니다.
또한 역지사지나 B로 반응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도 기쁨을 얻으니 그 기쁨은 매우 보람 있는 기쁨입니다. 여러분이 그런 기쁨을 선택하는 아름답고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우리는 기쁨을 원합니다.
하지만 기쁨은 자주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며 살아갑니다.
우울증이란 기쁨 결핍 상태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기쁨이 주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기쁨을 선택하는 삶을 살려 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고통을 선택하며 살아가는데
우리는 고통 대신 기쁨을 선택한 삶을 살려 합니다.
그런데 역지사지나 B로 반응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
그것은 바로 기쁨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관계 속에서 역지사지나 B 반응을 선택하는 습관을 길러
선택한 기쁨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게 도와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772, 
5/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