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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인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상인 네 명이 공동으로 목화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값이 오르면 내다 팔 생각으로 대량으로 목화를 구입하여 창고에 보관하였습니다. 그런데 창고에 쥐가 너무 많아 솜이 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쥐 잡을 고양이 한 마리를 창고에 풀기로 하였습니다. 네 사람은 모두 아주 인색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 고양이 구입비를 네 등분 하고, 고양이 관리비도 네 등분 하였습니다. 그리고 각각 다리 하나씩을 맡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않는 문제가 터졌습니다. 고양이가 오른쪽 앞다리를 다친 것입니다. 네 명 중에 그 다리를 맡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고, 그래 당연히 그가 치료를 해 주었습니다. 그는 치료하면서 기름 묻은 붕대를 감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난롯가에 앉아 있다가 기름 묻은 붕대에 불이 붙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고양이가 불이 붙은 채로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바람에 솜에 불이 붙게 되었고, 결국은 창고에 있던 솜은 모두 불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양이의 건강한 다리 주인들은 다친 다리 주인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습니다. 왜냐하면 다친 다리의 주인이 기름 붕대를 감아 준 것이 원인이 되어 화재가 났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판결 날짜가 되어 네 사람이 모두 재판관 앞에 섰습니다. 소송을 건 세 사람은 당연히 승소할 것이라고 믿었기에 의기양양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재판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재판관은 건강한 세 다리의 주인이 다친 다리의 주인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예상 밖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고양이 다리에 불이 붙었을 때 만약 고양이가 가만히 제자리에 있었더라면 화재가 솜으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텐데, 고양이가 불붙은 다리를 끌고 목화 솜 쪽으로 간 것이 화근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목화 솜 쪽으로 간 것은 다친 다리가 아니라 건강한 세 다리였다. 그러므로 건강한 세 다리의 주인들이 다친 다리의 주인에게 배상해야 한다.”
판결문의 논리는 예리합니다. 솜이 불탄 원인이 겉으로 보면 다친 다리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건강한 세 다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네 명이 공동으로 책임지면 좋을 일을 한 사람에게만 덮어씌우려 한 것인데, 현명한 판사가 이에는 이로 반응한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얼 배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대체로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에 대해 남 탓을 합니다. 겉으로 보면 그 사람 탓이 맞습니다. 하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내 탓인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와 나의 공동책임인 것입니다. 그런데 내 탓은 빼고 남 탓만 합니다.
예컨대 누가 나에 대한 험담을 사람들에게 늘어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초점을 그가 험담을 늘어놓는 사실에만 맞추면 안 됩니다. 뭔가 그에게 서운한 행동을 내가 했을 겁니다. 혹은 그것이 오해라 하더라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내가 했을 겁니다. 내가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을 한 것입니다. 어떤 형태든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공동책임이라는 겁니다. 설령 그의 책임이 10이고 내 책임이 1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만약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물으려 한다면, 그건 앞의 이야기에서 세 사람이 한 사람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중심적 비판의식으로 상대방의 문제를 헤아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버릇은 옳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남을 심판하는 그 심판으로 하나님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것이요, 너희다 되질하여 주는 그 되로 너희에게 되어서 주실 것이다.” 앞의 이야기에서 재판관이 소송을 청구한 세 사람에게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똑같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상대방의 티를 보기 전에 먼저 자신의 들보를 보라고 말입니다. 불행한 일을 맞게 되었을 때, 이런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8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흔히 한 해를 마감할 때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고 말합니다. 다사다난이란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다는 뜻입니다. 2008년 한 해가 여러분 모두에게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을 겁니다. 곧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을 겁니다. 불행이라 부를 만한 일도 있었을 겁니다. 그 일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이 있어 일어납니다. 혹시 여러분이 겪은 그 어려움이나 불행이 상대방이나 세상에게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앞의 이야기와 같은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여러분이 남을 심판하는 그 심판으로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겪은 그 어려움이나 불행이 상대방과 여러분의 공동책임임을 아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상대방의 책임은 상대방의 몫으로 넘겨 주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책임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곧 내 탓만 보는 겁니다.
그리하여 그 일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좋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혹시 이 언술을 그새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이 주제를 <자기성찰>이라 부릅니다. 성찰이란 자신의 상태를 반성하고 살핀다는 뜻입니다. 내가 겪은 어려움의 원인이 언뜻 보면 상대방에게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나에게 있다는 것, 혹은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리하여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용서를 비는 겁니다. 그것이 진정한 성찰입니다. 이러한 성찰은 나의 영혼을 정화시켜 줍니다. 또한 사랑의 존재로 자라나게 해 줍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내 영혼이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혼이 성장하는 만큼 내면의 평화가 깊어집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성찰은 은혜의 시간입니다.
한 해가 열흘 정도 남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겪은 어려움이나 불행으로 말미암아 아직 상처가 남아 있습니까? 그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의 자비로운 권능으로 여러분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축원합니다.
한편 그런 일들에 대해 혹 원망이 아직 남아 있습니까? 그렇다면 성찰의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리하여 그런 일들을 자신의 영혼이 자라나는 도구로 사용하십시오. 그런 일들을 은혜의 도구로 승화시키십시오. 혹시 하나님은 그런 목적으로 우리에게 어려움이나 불행을 허락하신 건 아닐까요?
올해 자신이 겪은 모든 어려움이 겉으로 보면 언짢은 일이지만, 성찰을 통해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은혜입니다. 만약 어떤 사건 속에 숨어 있는 은혜를 보지 못하고 그 사건을 그저 어려움으로만 지각한다면, 그건 크게 손해 보는 일입니다. 그러니 모든 일 속에 숨어 있는 은혜를 남김없이 찾아내어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잘 아시는 이 말로 올해를 마감하면 좋겠습니다. “지나온 발자국마다 은혜 아닌 것이 없었듯이, 앞으로 밟을 발자국도 은혜 아닐 것이 없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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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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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