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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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영혼의 호흡이 깊은 존재 (약3:6-12)

    어떤 사람이 80회 생일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미 죽은 친구들이 많은데 자신은 아직 살아 80회 생일을 맞은 것입니다. 감회가 깊어지며 문득 죽은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만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전화 통화라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먼저 지옥에 간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 숫자는 10명이나 되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전화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꽤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천당에 간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 숫자는 2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 전화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내역을 보니, 지옥에 건 요금보다 천당에 건 요금이 훨씬 많이 나온 것입니다. 그래 전화국에 문의를 하였습니다. “아니, 천당과 통화한 시간은 지옥과 통화한 시간의 1/5밖에 안 될 터인데, 천당과 통화한 요금이 이렇게 비싸게 나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옥은 시내전화고 천당은 국제전화이기 때문입니다.”

    지옥은 가까이 있고 천당은 바다 건너 멀리 있다는 뜻이지요?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지옥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그린 얘기입니다.

    지옥은 어떤 곳입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고통스러운 곳이라 합니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에 고통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 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지옥과 인생이 닮아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인생이 곧 지옥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 이번 일은 정말 지옥 같았어!” 혹은 “지옥이 따로 없군!”

    인생을 지옥으로 만드는 고통의 종류는 많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 샤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인간관계가 지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이 내게 고통을 안겨 준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나 자식이, 남편이나 아내가, 직장 상사나 동료가, 욕심 많은 어떤 행인이, 더 나아가 나쁜 정치인이 내게 고통을 안겨 준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을 원망하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타인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자기 인생을 지옥으로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이는 전에 말씀드린 거울 원리와 같은 현상인데,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기운이 부정적인 사건을 끌어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부정적인 기운에 빠지는 것은 언제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타인이 나에게 부정적인 사건을 안겨 주었을 때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부정적인 기운에 빠지는 것은 타인이 부정적인 사건을 안겨 주었을 때, 그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입니다. 그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나의 생각, 그것이 나를 부정적인 기운에 빠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타인은 부정적인 기운의 늪 가까이로 나를 끌고 간 것입니다. 나는 아직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를 여기로 끌고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 스스로 그 늪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이 나를 그 늪에 빠뜨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그 늪에 빠뜨릴 수 없습니다. 곧 내 책임이라는 겁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지요. 애인이 나를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그 때 나는 그이가 나를 버리고 떠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나는 부정적인 기운에 빠지게 됩니다. 애인이 나를 버리고 떠나간 순간이 아니라, 그이가 나를 버리고 떠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순간에 부정적인 기운에 빠지는 겁니다. 이 점을 잘 헤아려야 합니다.

    그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나의 생각의 예를 더 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해.” “남편은 다른 여자들에게 너무 친절하면 안 돼.” “아내는 내게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해.” “그 사람은 돈 욕심을 버려야 돼.” “이웃들은 밤에 떠들지 말아야 해.” “대기업들은 욕심을 줄여야 돼.” 이런 나의 생각은 끝이 없습니다.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상사람 모두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는 겁니다.

    이렇듯 타인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원망이고 비난이고 흉보기입니다. 대체로 우리는 타인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원망이나 비난이나 흉보기 등으로 표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하게 되면 나의 부정적인 기운은 더욱 증폭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는 흥분하여 수많은 소설을 보태게 됩니다. 부정적 기운은 더더욱 증폭됩니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부정적인 기운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나의 부정적인 기운이 부정적인 사건을 끌어옵니다. 그러면 다시 내게 부정적인 사건을 안겨 준 것에 대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걸 원망이나 비난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고, 그리하여 인생이 지옥이 되는 겁니다. 생각이나 비난으로 부정적 기운에 빠진 상태가 이미 고통이고, 그로 말미암아 부정적 사건이 찾아오니 역시 고통입니다. 이 둘을 합하면 인생이 지옥이 됩니다.

    타인에 대한 이러저러한 부정적 생각이 고통의 뿌리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어난 모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모든 일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여 일어난 일이라고 이해하는 겁니다. 일어난 일에 대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는 나의 생각이 억지라고 하는 것을 아는 겁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좀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합니다만, 지금 자세한 설명을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행동에 대해 그가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원망이나 비난이나 흉보기로 표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에 대해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전에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결핍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넘기라 하였습니다. 이제 상대방의 허물에 대해 역시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대하는 겁니다. 우리는 대체로 오지랖 넓게 상대방의 허물에 대해 비난을 하고 흉을 봅니다. 그리하여 엉뚱하게 자신의 지옥을 스스로 창조합니다. 물론 상대방이 나를 비난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흘려 넘기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는 자세는 원망이나 비난, 혹은 흉보는 일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은 초연한 자세를 의미합니다.

    정리해 봅니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 그가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을 원망, 비난, 흉보기로 표현하는 일, 그것이 우리네 삶을 지옥으로 만듭니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 하더라고 가급적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담지 않아야 합니다. 쉽지 않지만, 이게 어느 정도 되면 삶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집니다.

    옛날 영국에 9살 난 신동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교회 주교가 찾아와서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데를 말해 주면, 오렌지를 하나 주겠다.” 당시에 오렌지는 아주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지체 없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안 계신 데를 말해 주시면, 제가 주교님께 오렌지를 두 개 드리겠습니다.”

    하나님이 안 계신 데가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은 모든 것 속에 임재해 계십니다. 온 우주의 현상은 그저 하나님의 숨결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숨을 들이마시면 새벽 여명이 동터 오르고, 숨을 내쉬면 곱던 저녁 노을이 사그라져 갑니다. 하나님이 숨을 들이마시면 봄 싹이 피어오르고, 숨을 내쉬면 예쁜 가을 단풍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숨결에 의해 우리가 태어나고 죽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숨결에 빽빽이 에워싸여 순간순간을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숨결을 깊이 느끼고, 이러한 하나님의 숨결을 깊이 호흡하노라면 우리의 호흡도 차츰 깊어질 것입니다. 영혼의 호흡이 이렇게 깊은 존재, 그는 원망이나 비난이나 흉보기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는 고통 대신 행복을 끌어오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인생을 지옥이 아니라 천국으로 경험하는 순간이 나날이 많아질 것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혀를 걷잡을 수 없는 악이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으로 가득 찬 것이라 합니다. 곧 나쁜 말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표현을 빌리면 원망, 비난, 흉보기 등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숨결을 깊이 호흡하여 자신의 영혼의 호흡이 날로 깊어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자기 앞에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하며 온전히 수용하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험담을 하지 않는, 타인의 허물에 대해 관대한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인생을 천국으로 일구어가는 복된 여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