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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령 씨는 이화여대 교수, 여러 신문사의 논설위원, 문화부 장관 등을 지냈습니다. 또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발표한 작가이고 비평가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그의 딸 이민아 씨는 이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영문학과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와 검사 생활을 했습니다. 성공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이혼, 갑상선 암, 아들의 죽음, 실명 위기 등의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후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는데 나중에는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2012년에 위암 투병을 하다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어령 씨는 기독교 신앙을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무신론자로 살다가, 병든 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의 나이 일흔세 살이었습니다. 지금은 깊은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무렵인지는 모르지만 이어령 씨는 이런 경험을 하였습니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었습니다. 옆에는 미국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입양 기관 직원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두려움으로 모두 크게 울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언니” “누나”라고 부르며 우는 겁니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그런 순간에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 텐데, 부모를 본 적이 없고 그래서 “엄마” “아빠”라고 말해본 적이 없던 지라 “언니” “누나”라고 외치며 우는 겁니다. 그런 사정을 헤아린 이어령 씨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라는 겁니다. 그때까지 남 앞에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크게 울었다고 합니다.
무엇이 이어령 씨의 눈물샘을 그토록 강하게 자극했을까요? 두려운 순간에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지 못하고, 언니 누나를 부르며 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자기를 그 아이들과 동일시한 것입니다. 자기 딸 이민아는 외롭고 두려운 순간에 하늘 아버지를 부르는데, 그런 순간에 하늘 아버지의 존재를 몰라 아버지를 부르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를 부르는 자신을 발견했을 겁니다. 자기가 바로 입양아들처럼 고아로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겁니다.
하나님은 없는 줄 알다가 하나님이 존재하심을 알았을 때, 하나님이 죽은 줄 알았다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았을 때 그 감격은 무척 클 것입니다. 오늘 그와 관련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이십이 년 만에 야곱과 요셉이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목을 껴안고 한참 울다가 다시 꼭 껴안았습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얼마 후 야곱이 말했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네가 너의 얼굴을 보다니, 네가 여태까지 살아 있구나.” 그런데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야곱이 얼마 전에도 하였습니다. 이집트로 곡식을 구하러 갔던 아들들이 돌아와서 하는 말을 통해 요셉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런데 전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둘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일이 몹시 감격스럽고 기쁠 때 흡사 후렴구처럼 그렇게 말하는 경우와, 실제로 죽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말하는 경우입니다. 전자를 편의상 A 경우라 하고, 후자를 B 경우라 하겠습니다. 요셉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야곱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A 경우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 요셉을 직접 만나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B 경우에 가깝습니다. 이제 야곱은 진짜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말이지만 이전에 그 표현을 했을 때보다 지금 더 감격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셉이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때와 경우와 요셉을 직접 만났을 때는 감격의 정도가 다릅니다. 차이가 많이 날 것입니다.
이를 우리와 하나님 관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며 우리를 도우신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하나님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습니다. 우리 중에는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존재를 믿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에는 하나님의 존재를 몰랐다가 나중에 하나님을 믿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살피시고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 앎은 우리에게 든든함을 안겨줍니다. 아마 어려서는 몰랐다가 나중에 하나님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은 그때 감격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야곱이 죽은 줄 알았던 요셉이 살아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말입니다. 어어령 교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 앎과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신학은 하나님에 대해 공부하는 일입니다. 곧 하나님에 대해 알아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신학자가 하나님을 만나는 일에는 소홀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하나님을 체험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에 대해서 많이 알아 학생들에게 신학을 가르치는데, 하나님에 대한 체험은 별로 없는 신학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는 일에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 내면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만나기 위한 좋은 방법을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난 알아요. 지금 주님이 저와 함께하심을.” 그렇게 말하고는 하나님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또는 “아버지,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기 앞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역시 그렇게 말하고는 하나님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이 자기 앞에 계신다고 생각해도 좋고, 하나님의 영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을 느끼는 겁니다. 그 느낌을 갖지 못하면 그런 말들의 가치는 반감됩니다. 숙달되면 언제라도 그런 말들을 통해 하나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하나님을 느끼는 상태에 머물러 있어도 좋고, 혹은 확언 기도를 해도 좋습니다. 곧 “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당신의 소중하고 귀한 자녀입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 밖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보태도 좋습니다. 물론 요청하는 기도를 해도 좋습니다. 예컨대 “제 안에 있는 죄책감을 지워 주세요.”라고 하는 겁니다. 또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처해 있다면, “바른 선택을 하도록 인도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역시 그 밖에 필요한 요청을 기도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느끼고, 확언이나 요청 기도를 하는 그 자체로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찬송가 364장에 이런 구절이 있지요.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 이 말은 엄밀히 헤아려보면 말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음을 뜻하지 않겠습니까? 문제가 있을 때는 즐거울 수 없습니다. 기도가 응답받았을 때 비로소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그 시간이 즐겁다고 합니다. 게다가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다른 일로 즐거운 거보다 기도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겁니다. 그러니 말이 안 되는 거 같지요. 하지만 그 말은 사실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을 달리 표현하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기에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겁니다. 지금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이런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겁니다. 어쨌든 이것은 자기 내면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둘째는 형제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시지만 또한 형제 안에도 계십니다. 그래서 형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고마운 도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형제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제의 부족한 모습을 보고 미워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형제 안의 하나님을 만나는 길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입니다. 또 형제의 고통을 보며 불쌍하다고 생각하거나 슬퍼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형제 안의 하나님을 만나는 길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흔히 형제의 아픔에 함께하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액자를 하나 떠올려 보십시오. 그 액자 안에는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그 그림은 형제의 영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흠 없고 고귀하고 강건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멋진 그림을 담고 있는 액자는 낡고 때가 묻고 흉물스럽기조차 합니다. 그 액자는 형제의 몸입니다. 우리는 형제를 볼 때 그 액자를 봅니다. 그래서 부족한 모습을 보게 되고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미워하고 화를 내고 슬퍼합니다. 그 액자는 말 그대로 껍데기입니다. 형제의 내용은 속에 있는 하나님이 사랑으로 그리신 명작 그림입니다. 우리의 육안에는 그림이 안 보이고 액자만 보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보면 비로소 그림이 보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그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이 바로 형제 안에 있는 하나님을 만나는 길입니다. 그 명작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대는 나와 똑같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그분의 소중하고 귀한 자녀입니다.” 그 말은 그를 축복하는 일인데, 그렇게 축복할 때마다 형제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한 후에 형제의 액자 차원의 고통 곧 몸 차원의 고통을 위로하거나 도움을 주는 겁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빵과 초콜릿과 음료수를 배낭에 챙겨 넣고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한참을 걸었을 때 소년은 길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지치고 배도 고파 보였습니다. 그래서 빵과 초콜릿을 꺼내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고맙게 받아 드시고 소년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할머니의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기에 이번에는 음료수를 건네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또다시 웃어 보이셨습니다. 할머니와 소년은 가끔씩 미소 띤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년은 피곤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일어섰습니다. 할머니와 작별하고 몇 걸음 걸었는데, 갑자기 할머니에게 도로 가서 할머니를 꼭 껴안아 드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쳐흘렀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무엇을 했기에 그렇게 행복해 보이니?”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오늘 하나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엄마도 아세요? 하나님은 내가 여태껏 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셨어요.”
이렇듯 형제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고맙고 귀한 도구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만나라고 우리에게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자기 내면에서 하나님을 잘 만난다고 하더라도 형제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면, 내 안에서 하나님을 만난 일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이 둘은 결코 분리될 수 없고 언제나 한 짝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의인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든 형제를 악인으로 생각하면 자신도 악인이 됩니다. 형제 안에서 하나님을 만날 때 기도하는 시간이 즐겁듯이 즐겁게 됩니다. 그러므로 형제에게서 액자가 아닌 명작 그림을 보는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참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우리를 도우신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매일 만나야 합니다. 하루에도 가능한 만큼 자주 만나야 합니다. 내 안에서 그리고 모든 형제 안에서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날 때마다 즐거울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이 바른 마음 상태라는 사실을 뜻합니다. 바른 마음 상태가 길어질수록 기쁨과 평화는 깊어집니다. 구원이 가까워집니다. 천국이 가까워집니다. 여러분이 성령의 보살핌과 안내를 받으며 그 길을 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육안에 보이는 빈 액자만 보면서 살아갈 것인가
마음의 눈으로 액자 안에 있는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살아갈 것인가,
그것이 인생의 질을 결정합니다.
낡고 때가 묻고 흉물스럽기조차 한 액자만을 보면서 살아가면
수시로 미움과 분노와 안타까움과 걱정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액자가 아닌 그림을 보면서 살아가면
사랑과 평화로 살아가게 됩니다.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내 안에서도 자주 하나님을 만나기 원합니다.
형제 안과 내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점점 길어지고 또한 점점 깊어져서
우리의 행복과 평화도 점점 확장되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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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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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