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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에 갑돌이가 사는 마을에 큰 기근이 들었습니다. 먹을 것이 점점 떨어져 갑니다. 갑돌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쌀독에 쌀이 다 떨어졌습니다. 갑돌이는 집안을 샅샅이 뒤져 귀한 놋그릇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는 그 놋그릇을 시장에 내다 팔아 쌀을 조금 구했습니다. 그 양은 세 끼 정도 먹을 분량이었습니다.
갑돌이는 한 끼분의 쌀로 밥을 하였습니다. 그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너무 배가 고프니 밥을 조금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갑돌이는 조금 망설이다가 자기가 먹으려던 밥을 그 할머니에게 주었습니다. 자기는 아직 두 끼분의 쌀이 남아 있으니 새로 밥을 해 먹기로 하였습니다. 갑돌이가 다시 밥을 하여 먹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어린아이가 찾아와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갑돌이는 그 밥을 어린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이제 갑돌이에게 남은 쌀은 한 끼분밖에 없습니다. 그 쌀로 밥을 한 갑돌이는, 이젠 누가 와서 밥을 달라 하더라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밥을 먹으려는 순간 이번에는 임산부가 찾아왔습니다. 자기는 굶어 죽어도 좋은데, 배 속의 아이가 불쌍하다며 우는 것이었습니다. 갑돌이는 심하게 갈등하였습니다. 이 밥마저 주고 나면 자신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습니다. 그래 우선 자신이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또 임산부의 형편이 너무 딱하게 여겨집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갑돌이는 결국 그 밥을 임산부에게 내주고 맙니다.
갑돌이가 세 차례 적선을 하였습니다. 모두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값진 행위를 꼽으라 한다면 역시 마지막 것이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앞의 둘은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였지만, 마지막의 경우는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없는 상태인데 남을 도울 때, 그 행위는 큰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입니다.
여러분은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아십니다. 예수님이 성전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서, 사람들이 어떻게 헌금함에 돈을 넣는가를 보고 계셨습니다. 많이 넣는 부자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과부가 동전 두 닢을 넣고 갑니다. 이 때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저 과부가 가장 많은 돈을 헌금했다고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떼어 넣었지만, 과부는 가난한 가운데 가진 것 모두를 넣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헌금의 액수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보는 겁니다.
조금 다른 차원이지만,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한 너희가 너희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면서 지내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 사람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씀입니다. 곧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여유가 있는 조건 속의 사랑이고,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여유가 없는 조건 속의 사랑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갑돌이가 임산부에게 밥을 준 것, 가난한 과부가 동전 두 닢을 헌금한 것,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 세 경우가 모두 여유가 없는 조건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남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도움에 어떤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곧 내 몫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안의 도움이라는 것입니다. 내 생존, 내 건강, 내 행복 등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남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내 코가 석잔데 무슨....”이라는 말을 압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남을 돕다가도, 여유가 없으면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여유가 없는데도 남을 도울 때 더 큰 가치가 발생합니다. 곧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할 때, 몹시 가난한데 동전 두 닢을 헌금할 때, 몹시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을 양보할 때, 우주에 큰 가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천사들이 환호하게 됩니다. 예수님 자신이 그런 사랑으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삶은 물론 아름답게 여겨지지만, 한편 내가 굶어 죽고 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내가 행복한 삶을 살려고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이지, 남을 위해서만 살다가 굶어죽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죠. 갑돌이가 마지막 밥을 임산부에게 내주었습니다. 그 후 갑돌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신은 굶어 죽었을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갑돌이가 임산부에게 밥을 내주는 순간, 우주의 모든 기운이 일렬로 정렬하여 갑돌이에게 몰려왔을 겁니다. 갑돌이에게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운행하시는 우주의 법칙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원리를 머리로 안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렇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갑돌이가 임산부에게 밥을 준 것, 가난한 과부가 동전 두 닢을 헌금한 것,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런 행위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행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내가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께서 내 안에 계시다.” 먼저 이런 상태가 되어야 아름다운 삶도 가능해집니다. 이 상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내가 하나님 안에 있는 상태입니다. 나는 지금 거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험한 세파가 끊임없이 내게 밀려옵니다. 연약한 나는 그 세파로부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그런데 내가 하나님 안에 있습니다. 곧 하나님이라는 튼튼한 보호막 안에 있는 겁니다. 그러니 세파가 나를 해치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나를 험한 세파로부터 보호해 주십니다. 혹은 내가 하나님이라는 갑옷을 입고 있는 겁니다. 세상이 창으로 나를 찌릅니다. 그러나 내가 입고 있는 갑옷은 그 창을 너끈히 막아줍니다. 나는 하나님 안에서 안전합니다.
둘째로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는 상태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십니다. 하나님이 나의 중심에 계십니다. 나의 중심에 계시면서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과 지혜와 능력을 끊임없이 공급해 주십니다. 또한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인도하십니다.
이제 이 둘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시고 또한 동시에 나를 에워싸고 계십니다. 내 안에 계시면서 나를 이끌어 가시고 또한 내 밖에 계시면서 나의 보호막이 되어 주십니다. 하나님은 두 명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십니다. 한 분이신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면서 동시에 내 밖에 계심은 신비로운 일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신비로운 사랑으로 늘 나와 동행하십니다. 그러니 나는 든든하고 안전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시면서 동시에 내 밖에 계시는 신비로 늘 나와 함께 동행하십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그저 믿으면 됩니다. 그리고 수시로 그런 상태를 자각하면 됩니다. 곧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는 상태를 떠올리고 그 느낌에 머뭅니다. 또한 내가 하나님 안에 있는 상태를 떠올리고 그 느낌에 머뭅니다. 이것이 바로 기도요 명상입니다.
여유가 없는 조건에서 남을 돕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하였습니다. 거의 넘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 그런 삶은 단념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고 내가 하나님 안에 있게 되면 여유가 생겨납니다. 외형적으로는 여유가 없는데, 내면에서 여유가 생겨납니다. 그리하여 여유가 없는 조건에서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면의 여유를 안고 남을 돕게 됩니다.
“내가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께서 내 안에 계시다.”라는 예수님의 고백이 여러분의 고백이 되시기 바랍니다. 늘 그 고백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늘 자양분과 지혜와 능력을 공급받고, 험한 세상에서 두려움 없이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유로 말미암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일, 가난한데 동전 두 닢을 헌금하는 일,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을 양보하는 일도 차츰 가능해지는 여정이 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모두 그런 아름답고 복된 여정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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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