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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로 큰 일에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갑니다. 연애하는 일, 돈 버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공부하는 일 등, 그런 일들은 우리네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하고 큰 일입니다. 대신 눈에 잘 띄지 않는 일,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됩니다. 그런 일은 우리네 인생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일 겁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일에도 에너지를 쏟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아니, 큰 일 작은 일의 구분을 넘어서서, 순간순간에 마음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음을 다함(mindfulness)’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지금 이 순간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행동하는 것입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서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있는 것은 다만 지금 현재뿐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고통은 모두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과거의 아쉬움과 상처받은 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겨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통이 생겨난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순간에만 충실하면, 고통이 들어올 틈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의 순간에 마음을 다하여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그 일이 퍽 어려운 일이지만,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걸으면서도 마음을 다해 걸을 수 있고요, 차를 마시면서도 마음을 다해 마실 수 있고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마음을 다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을 대할 때도 마음을 다하라고 권면합니다. 율법 교사 한 사람이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선생님, 율법 가운데서 어느 계명이 중요합니까?”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한 마디로 말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옛날 어느 수도원에 아주 훌륭한 원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장은 제자들 중에서 한 제자를 특별히 사랑했습니다. 그 제자는 무엇을 가르쳐도 늘 쉽게 잊어버려, 제자들 사이에서 바보 취급을 받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제자들이 원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원장은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겠다. 그것을 풀어 가지고 오면, 내가 이 제자를 왜 특별히 사랑하는 줄 알게 될 것이다.”
원장은 제자들에게 아침 일찍 새 한 마리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안 보는 곳을 찾아가서, 그 새를 해가 지기 전에 죽여 가지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절대로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죽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해가 질 때쯤 되어 제자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마당에는 죽은 새들이 쌓여갔습니다. 그런데 원장이 특별히 사랑하는 제자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에야 헐레벌떡 돌아오는 그 제자의 손에는, 작은 새가 아직 산 채로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다른 제자들은 ‘저 바보는 원장님이 무얼 시켰는지도 모르는가 봐’ 하며 비웃었습니다. 평소 질투심을 느꼈던 그들로서는, 아주 통쾌한 마음이었습니다.
원장은 그 제자에게 왜 새를 죽이지 못했는지 물었습니다. 제자가 답했습니다. “원장님은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새를 죽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으슥한 곳을 찾아가도 거기에는 하나님이 보고 계셨고, 아무리 조용한 곳을 찾아가도 거기서도 하나님이 보고 계셨어요. 그래서 새를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수도원에서 수도를 하고 있는 제자들이었으니, 그들은 하나님이 무소부재하신 분임을 신학적으로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머리 속의 지식일 뿐, 그분을 만나는 삶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원장에게 사랑을 받던 그 제자는 달랐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늘 하나님의 임재를 실제적으로 느끼며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기에 그에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란 있을 수 없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서 그 한 제자만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하나님께 ‘마음을 다함’은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생명을 죽이지 못하는, 생명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매 순간 마음을 다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것,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어느 날 일곱 살쯤 된 남자아이가 한 레코드 가게로 들어서더니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엄마한테 선물할 건데 좋은 테이프를 골라 주세요.” “그래?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니?” “네, 양희은씨를 좋아해요.” 주인이 테이프를 골라 예쁘게 포장한 뒤 꼬마에게 전해 주려는데, 꼬마가 대뜸 “아줌마, 포장을 또 해 주시면 안돼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엄마가 일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못 쓰고 휠체어에 앉아 계세요. 친구분들이 놀러 오셔도 말을 잘 안 하세요. 그래 엄마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생각했는데, 노래를 좋아하시니까 테이프를 산 거예요. 그런데 선물받은 사람은 포장을 뜯을 때 기분이 좋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 더 포장이 되어 있으면, 그만큼 더 기쁠 것 같아서요. ‘어, 포장이 또 되어 있네.’ 하고 놀라면서 말예요.” 순간 주인은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리고는 “맞아, 그렇겠구나.” 라고 하면서, 꼬마의 말대로 그 위에 또 한 번 더 예쁜 포장지로 포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차마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선물을 주더라도, 이렇게 마음을 다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함에 이어, 우리의 일상에서 이렇게 마음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자신이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마음을 다함이 중요합니다.
찬송을 부를 때, 누가 드리는 기도를 들을 때, 설교를 들을 때, 직장에서 업무를 볼 때, 온 편지에 답장을 할 때, 설거지를 할 때, 청소를 할 때, 음악을 들을 때, 선물에 포장을 할 때, 지금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매 순간 마음을 다해 임하는 겁니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해 임하는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겁니다. 특별히 사소해 보이는 일을 할 때 그런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좀 하찮아 보이는 사람을 대할 때 그런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9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여러분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목표는 무엇입니까? 꿈은 무엇입니까? 그 목표를 위해 계획을 잘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 목표를 달성하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편 그 과정에서 여러분의 목표와 무관한 일들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그런 일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그런 일들에 대해서도 마음을 다해 임하시기 바랍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것은 좋지만, 그 일에 매몰되어 다른 삶의 요소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않기를 바랍니다.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해 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느릿느릿 행동하는 겁니다. 그런데 행동이 느려지려면 근본적으로 마음이 느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느려지려면 마음이 한가로워야 합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마음이 바쁘면 마음이 빨라지고, 마음이 빨라지면 행동이 빨라지고, 행동이 빨라지면 마음을 다해 하는 일에 몰입하기 어렵게 됩니다.
다시 정리하면 마음의 한가로움에서 마음의 느림이 나오고, 마음의 느림에서 행동의 느림이 나오고, 행동의 느림에서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해 임함이 나옵니다. 그런데 마음의 한가로움은 하늘을 신뢰하여 하늘에 모든 것을 내맡김에서 비롯됩니다. 늘 마음이 하늘에 잇닿아 있음이 근본 토대입니다.
물론 때로 행동이 빨라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불이 난 경우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 행동은 빨라지겠지만, 마음은 느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늘에 대한 신뢰로 마음에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소의 해입니다. 소는 행동이 아주 느린 동물입니다. 소를 닮아 느리게 행동하는 연습을 잘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하여 임하면 좋겠습니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만나는 날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나는 일에서부터 사소한 일에까지 마음을 다함이 깊어질 때, 우리의 내면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지고 또한 우리의 영혼이 자라날 것입니다. 그러한 여러분에게 올 한 해 하나님의 은총이 눈부시길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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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