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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조선은 서구 열강의 이권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계속되는 가뭄으로 혹독한 굶주림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를 벗어나고자 택한 것이 하와이 이민이었습니다. 당시 하와이에서 설탕 수요의 증가로 사탕수수 농업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중국과 일본 그리고 조선에서 노동자를 구하였습니다. 1902년 12월 인천 제물포항에서 이민자를 태운 배가 하와이 호놀룰루를 향해 떠났습니다. 그 후 1905년까지 총 64회에 걸친 항해에서 이민자는 7,414명이었습니다. 그들은 사탕수수농장에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고된 노동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그들 중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머지는 하와이에 정착하거나 미국 본토로 건너갔습니다.
인천 제물포항에서 이민선을 기다리던 때 그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고향 땅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겁니다. 또한 낯선 나라에서 어떤 고생을 해야 할지 두려움도 있었을 겁니다. 오늘 본문에서 야곱도 그들과 비슷한 마음을 가집니다.
야곱은 요셉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로 떠났습니다. 그때 모든 식구와 함께 모든 재산을 챙겨서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브엘세바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 말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는데 그때 짐승을 제단에 바쳤다는 뜻입니다. 야곱은 왜 브엘세바에서 희생 제사를 드렸을까요?
우선 브엘세바라는 곳의 위치를 살펴보겠습니다. 구약성경에는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라는 표현이 종종 나옵니다. 단은 이스라엘의 최북단에 있는 곳이고, 브엘세바는 이스라엘의 최남단에 있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라는 표현은 이스라엘의 남북 국경을 가리키는 관용구입니다. 우리가 우리나라를 표현할 때 “백두에서 한라까지”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스라엘의 최남단에 있는 브엘세바는 이집트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브엘세바를 지나면 가나안 땅을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야곱 일행은 잠시 후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았던 가나안 땅과 작별해야 합니다. 지금 이집트로 가는 것은 단순히 요셉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5년 동안 계속 이어진다는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이민 가는 것입니다. 기근이 끝나면 돌아올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이집트에서 살게 될지 모릅니다.
그런 조건에서 야곱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그것은 처음에 말씀드린 하와이로 이민 가기 위해 인천 제물포항에서 이민선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비슷할 거 같습니다. 고향 땅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처음에 요셉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설렘만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설렘을 줄어들고 아쉬움과 두려움이 생겨났을 겁니다. 특히 기회만 되면 두려워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두려움이 점점 커졌을 겁니다. 그래서 처음 집을 떠날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 상태에 놓였을 겁니다. 얼마 후면 요셉을 만나게 되니 마음이 가벼워야 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무거운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곱이 선택한 일은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예배를 드린 목적은 무엇입니까? 만약 처음에 집을 나서기 전에 예배를 드렸다면, 그 목적은 앞으로의 여정을 잘 인도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는 예배를 드리지 않다가 국경지대인 브엘세바에 이르러 예배를 드렸으니,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가셔지기를 바라는 목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 밤 하나님이 야곱에게 환상 가운데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나님이다.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거기에서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나도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갔다가, 내가 반드시 너를 거기에서 데리고 나오겠다.” 하나님이 야곱의 마음을 아시는 겁니다. 그래서 이집트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야곱과 함께 이집트로 가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늘 동행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큰 민족을 이루게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미래의 비전을 말씀해 주신 겁니다.
이 말씀을 들은 야곱은 마음이 아주 든든해졌을 겁니다. 두려움은 가시고 아주 가벼운 마음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깊은 감사를 느꼈을 겁니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 브엘세바를 떠나 이집트로 가는 야곱은 마음은 전날과는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곧 전날 브엘세바에 도착할 때의 마음과 다음 날 브엘세바를 떠날 때의 마음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났을 겁니다.
사람에게는 크게 두 가지 감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은 모든 부정적 감정을 대표합니다. 예컨대 분노도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화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내면 깊은 곳에 두려움이 많은 거로 보면 됩니다. 사랑과 두려움이 사람이 지니는 두 가지 감정이니, 내면에 사랑이 없는 사람도 없고 또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곧 아무리 악독해 보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내면에 큰 사랑이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용감해 보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내면에 큰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또한 좋은 팔자를 타고나서 퍽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내면에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을 두 종류로 구분해서 봅니다. 제가 임의로 ‘만성 두려움’과 ‘급성 두려움’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그것에 대해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만성 두려움은 원죄 의식에서 비롯된 두려움입니다. 사람은 깊은 무의식에 원죄 의식을 가집니다. 원죄 의식은 기독교인만 가지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집니다. 인간 존재의 보편적 현상입니다. 원죄 의식은 하나님께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또한 죄책감과 더불어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나님이 벌을 내릴 거라는 생각에서 갖는 두려움입니다. 먼 옛날 인간이 처음 생겨났을 무렵부터 모든 사람이 무의식 차원에서 이 두려움을 느껴왔습니다. 이 두려움을 늘 품고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 두려움이 자기 안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말입니다. 그 말은 의식 차원에서는 두려움을 못 느끼는데 무의식 차원에서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이런 두려움을 만성 두려움이라고 표현해 봅니다.
둘째로 급성 두려움은 두려움을 느낄만한 상황이나 생각에서 비롯된 두려움입니다. 밤에 어두컴컴한 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거 같을 때, 병이 깊어지게 되어 몹시 나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치매 걸린 노인을 보다가 자기도 치매 걸리면 어쩌지 하고 생각할 때, 모아 놓은 돈이 별로 없는데 노후에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 등,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나 생각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지나가거나 생각을 멈추면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예컨대 치매의 경우, 치매에 대한 생각을 온종일 하는 건 아닙니다. 치매에 대해 생각을 하면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러다가 다른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그러다 다시 치매에 대해 생각하면 다시 두려움이 나타납니다. 이런 두려움을 급성 두려움이라고 표현해 봅니다.
그런데 급성 두려움은 만성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곧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만성 두려움이, 어떤 상황에서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와서 급성 두려움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만성 두려움은 무의식 차원에서 느끼는 두려움이기에, 자기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그 두려움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비로소 두려움을 의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성 두려움은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싶어 합니다. 앞에서 ‘기회만 되면 두려워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속성’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것이 바로 만성 두려움이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싶어 하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또 살아가다 보면 두려움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한데도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만성 두려움이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싶어서, 상황과 무관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급성 두려움의 진짜 원인은 상황이 아니라 만성 두려움입니다.
우리에게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급성 두려움입니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인은 하나님을 통해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본문에서 야곱이 브엘세바에 이르렀을 때 급성 두려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예배드렸는데 그것은 그 상황에서 그가 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야곱의 급성 두려움을 해결해 주신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야곱의 만성 두려움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만성 두려움은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치유되어야 하는데, 그 문제는 오늘 우리의 주제가 아닙니다.
맨 처음에 하와이 이민자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1902년 12월 첫 이민선을 탔던 사람들은 102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인천 내리감리교회 교인들이었습니다. 내리교회의 존스 목사가 교인들에게 이민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결과였습니다. 그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1903년 호놀룰루에서 정기적인 예배가 시작되었고, 1905년 해외 최초의 한인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교회는 한인 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초기 이민자들의 안식처였습니다. 그 후 하와이 여러 지방에 교회를 설립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친목 도모와 자녀의 한글 교육, 민족 교육, 문화 교육 등을 하였으며 독립자금 모금 활동도 펼쳤습니다. 이들은 임시정부를 비롯해 독립 운동가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1952년 하와이 이민 50주년을 기념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낙후한 국내 공업기술 수준의 향상을 위하여 인천에 인하공과대학을 설립하였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하와이에서 15만 달러를 모아놓은 것으로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대학의 이름이 인천과 하와이를 줄여서 인하가 되었다고 합니다.
초기 이민자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제물포항을 떠나기 전에 야곱처럼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을 겁니다. 그리고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인 교회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본토 노동자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았지만, 거기서 일부를 모아 교회를 설립한 것입니다. 교회는 그들 삶의 정신적 지주였을 뿐만 아니라 고된 삶의 위안처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님을 통해 지워내고, 고된 삶의 아픔을 하나님을 통해 위로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을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길로 인도하시는 존재로도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것입니다. 그들의 그런 나라 사랑 정신에 의해 인하 공대의 초석이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우리의 에고는 틈만 나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려고 애씁니다. 곧 무의식 안에 있는 만성 두려움을 사용하여 급성 두려움으로 지각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두려움으로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에고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사탄이란 에고의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의 고통을 즐기는 에고 혹은 사탄이 우리의 삶을 주도하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고통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만, 슬픔이나 외로움이나 분노나 질병도 똑같이 에고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에고 혹은 사탄에게 우리의 삶을 맡기면, 우리는 두려움을 비롯한 다양한 고통으로 신음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게 해야 합니다.
에고 혹은 사탄에 삶을 맡기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른 마음을 선택하여 사는 것이고, 하나님께 삶을 맡기는 것은 바른 마음을 선택하여 사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수준은 그른 마음을 훨씬 더 많이 선택합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비롯한 분노, 슬픔, 질병 등의 고통을 당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른 마음을 선택하는 것이 점점 늘어갈수록 그런 고통이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형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점점 또렷해질 것입니다.
에고에게 삶을 맡길 건가, 하나님께 삶을 맡길 건가의 선택의 순간이 늘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그 말은 에고에게 맡겼다 하더라도 다시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온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하나님께 맡겼다 하더라도 다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끊임없이 맞이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님을 선택하는 일이 점점 늘어가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복되고 아름다운 삶이 되기 바랍니다. ❉
주님,
드라마에서 보면 남자가 여자에게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종종 봅니다.
혹은 아빠가 딸에게 “네 엄마를 만나 너를 낳은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스텐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만약 제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입니다.”
조금 달리 말하자면 “하나님을 바르게 믿는 방법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믿지만 그르게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바르게 믿는 방법을 터득하여
여러 행운 중에서도 하나님을 믿는 행운이 가장 소중한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행운을 한껏 누리며 감격과 감사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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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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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