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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는 내일 중요한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서 공부할지 생각합니다. 집중하기 좋은 조용한 도서관과 다소 시끌벅적한 카페가 떠올랐습니다. 갑돌이는 카페를 선택했습니다. 예상대로 다음 날 시험을 망쳤습니다. 여자 친구인 갑순이를 만난 갑돌이는 카페가 시끄러워 공부를 제대로 못 해 시험을 망쳤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얼 뜻하는가 하면, 시험을 망쳤을 때 핑계를 대기 위해 일부러 카페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갑돌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험에 자신이 없을 때 핑계를 대기 위해 시끄러운 카페를 선택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 <자기 열등화 전략>이라고 합니다. 자신 없는 과제를 처리해야 할 때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건 쪽으로 상대방의 주의를 이끄는 겁니다. 그리하여 나중에 실패하면 상대방이 그 실패를 가볍게 보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결과가 나빴다고 변명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다 만약 성공하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핑계 만들기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남들에게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또한 그런 식으로 하여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전략입니다. 남들의 평가를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사람일수록 더 자기 열등화 전략을 씁니다.
자기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자기가 생각한 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들의 평가에 자기 정체성을 부여하는 사람은, 남이 내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에 의해 유지되는 자존감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오늘 진정한 자기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셉이 아버지 야곱을 모시고 와서 바로를 만나게 했습니다. 바로를 만난 야곱은 바로를 축복했습니다. 바로는 야곱에게 나이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야곱은 130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바로를 축복하고 그 앞에서 물러났습니다. 요셉은 바로가 지시한 대로 라암세스 땅을 가족의 소유로 주었습니다. 또한 가족에게 먹거리를 대어 주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의 내용입니다.
오늘 우리가 생각해 보려는 것은, 바로를 만난 야곱이 바로를 축복한 일입니다. 만날 때도 축복하고 헤어질 때도 축복했습니다. 여기에 엄청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축복은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바로를 신격화하여 세상에 내려와 통치하는 신으로 섬겼습니다. 태양신이 선발한 바로는, 세상에 내려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땅인 이집트를 통치한다고 믿었습니다. 한편 야곱은 이집트 사람들이 천시하는 목축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야곱이 바로를 축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민이 어떻게 신을 축복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사실 야곱은 축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축복받기만을 바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축복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오래전에 살펴보았듯이 태어날 때부터 맏아들의 복을 쟁취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어머니 리브가와 함께 아버지 이삭을 속여 맏아들에게 내리는 축복을 형에게서 가로챘습니다. 그러니까 야곱 마음에 맏아들의 권리를 형에게서 뺏어오고 싶은 바람이 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맏아들의 권리를 빼앗은 대가가 혹독했습니다. 맏아들의 권리를 빼앗긴 에서는 원한을 품고 동생 야곱을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외삼촌의 집으로 피신하였습니다. 처음엔 잠시만 피해 있으면 에서의 분노가 풀릴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형에게서 복을 빼앗았던 야곱이었습니다. 그랬는데도 하나님은 그에게 복을 많이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자식도 사내만 열둘을 얻었습니다. 자식 복이 대단한 겁니다. 또한 물질적으로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많은 복을 받았으면서도 계속 하나님께 축복해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이렇게 복을 받기만을 원했던 야곱이 복을 주는 사람으로 변한 것입니다. 야곱이 이렇게 축복을 받으려고 했던 사람에게 축복을 주는 사람으로 변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 가지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외삼촌 집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올 때의 일입니다. 고향에는 형 에서가 있습니다. 에서가 자기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외삼촌 집으로 피신했던 겁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형의 분노가 좀 가시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두렵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형에게 선물 아니, 뇌물을 보냈습니다. 종들을 시켜서 에서에게 가축 580마리가량을 네 떼로 나누어서 순차적으로 전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고서 자기는 가족과 함께 장막에 남아 그날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잠이 안 오는 겁니다. 자신의 바람과 달리 뇌물을 받고도 에서의 분노가 안 풀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가족과 종들을 모두 깨워 인근에 있는 얍복 나루를 건너게 했습니다. 이제 야곱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야곱은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성경은 어떤 이가 나타나서 동틀 때까지 씨름했다고 하는데 동틀 때까지 기도했음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의 처지에 놓이게 된 원인은 전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형을 속여 맏아들의 권리를 빼앗은 것이 원인이 되어 지금 형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의 원인은 헤아리지 않고, 그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회개의 기도는 없이 도와달라는 기도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의 처지에 놓이게 된 원인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도움만 요청하는 것은 교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또한 그동안 속여서라도 사람들을 이겼던 모습이 하나님 관계에서도 나타나, 마치 하나님을 이겨 먹겠다는 듯이 기도하는 모습도 교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하나님과도 겨루어 이겼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겼으니, 이제 네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이 말씀을 풀어서 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됩니다. “너는 지금까지 야곱으로 살아왔다. 사람들을 속여 사람들에게 이겼지. 또한 하나님과도 겨루어서 이겨 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이제는 이스라엘로 살아라. 이제부터는 하나님이 너를 주도하고 하나님이 너를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야곱이라는 말은 남을 속인다는 뜻을 가집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주도하신다,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뜻입니다. 곧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하나님 중심적인 삶으로 바꾸게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원인 해제의 길을 제시하시고 나서 축복해 주셨습니다.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들은 야곱은 어떤 마음 상태였을까요? 자기는 그저 축복해달라고만 떼를 썼는데, 하나님의 응답 내용은 자기가 원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허물을 일깨워주시며 앞으로는 다른 삶을 살라고 하신 겁니다. 곧 야곱형 인간이 아니라 이스라엘형 인간으로 살라고 하신 겁니다. 야곱은 그 말씀을 감사히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회개하는 마음을 가졌을 겁니다. 자기가 한 짓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형의 마음만 바꾸려고 잔머리를 굴려가며 뇌물을 주려 한 것에 대해 회개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형의 분노가 풀리기만을 바랐는데, 이제 형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은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수 있습니다. 곧 야곱은 새 사람으로 거듭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야곱은 남의 복을 빼앗아 복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하나님의 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바로 같은 사람도 축복할 수 있는 당당한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야곱의 바른 정체성 회복이 바로를 축복한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예배 시간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기원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빛과 평화와 기쁨을 드립니다.” 빛과 평화와 기쁨을 준다고 말합니다. 준다는 것은 그걸 가졌다는 증거입니다. 가지지 않았는데 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그 기원은 내 안에 그것들이 있음을 고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주지 않으면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함으로써 빛과 평화와 기쁨이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주면 늘어나게 됩니다. 자꾸 주면 자꾸 더 늘어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재하시는 세상의 오묘한 원리입니다. 여러분이 그런 사실을 아시고 매주 그 기원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참으로 나약하고 보잘것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속사람은 귀하고 장대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그런 존재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의 겉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축복하면,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축복이 주제넘은 짓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속사람은 누구라도 축복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닙니다. 겉사람이 가난해도 속사람으로서 빌 게이츠 같은 부자를 축복할 수 있습니다. 겉사람이 병약해도 속사람으로서 축구 선수 박지성같이 건강한 사람을 축복할 수 있습니다. 겉사람이 미움, 분노, 두려움이 많아도 속사람으로서 마더 테레사처럼 성자와 같은 사람을 축복할 수 있습니다.
축복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과 하나가 되는 일입니다. 나의 바른 마음으로 그의 바른 마음과 하나가 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내가 겉사람으로서 어떤 모습이든지, 그리고 상대방이 겉사람으로서 어떤 모습이든지 속사람 곧 바른 마음 차원에서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과 마음 차원에서 하나가 되면 하나님과도 하나가 됩니다. 흔히 ‘만유의 하나님’이라고 표현하는데, 만유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면 내가 모든 것이 됩니다. 곧 나의 겉사람은 아무것도 아니고 속사람은 모든 것입니다. 그런 개념이 이해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속사람으로서 모든 형제를 축복하면 됩니다. 야곱이 태양신인 바로를 축복하듯이, 나도 트럼프나 시진핑 같은 어마무시한 권력을 지닌 사람을 당당하게 축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난주에 말씀드린 바와 같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기 정체성을 겉사람이 아닌 속사람에 두고 사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낡고 때 묻고 흉물스럽기조차 한 액자가 아닌 하나님이 손수 그리신 걸작 그림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겁니다. 겉사람이나 액자를 자기 정체성으로 삼으면, 처음에 말씀드린 자기 열등화 전략이나 구사하며 남의 평가에 의존하며 초라한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속사람이나 걸작 그림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으면, 당당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1885년 1월 27일 의료 선교사 알렌이 고종에게 올린 병원 설립안이 수용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해 3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두 주 만에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알렌의 뒤를 이은 에비슨은 제중원에서 의료와 의학 교육에 힘썼습니다. 그러다 재정적으로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1900년 에비슨 박사는 미국 카네기 홀에서 열린 만국 선교대회에 참석하여, 조선의 의료사업에 대해서 보고하면서 가난한 조선인들을 치료할 수 있는 큰 병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세브란스라는 사업가로부터 4만 5,000달러를 기부받아 세브란스병원을 세웠습니다. 현재 가치로는 1,000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이었습니다. 세브란스 씨는 부자였지만 세상을 떠날 때 자신 명의의 집 한 채 없었습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세브란스 펀드’를 조성하였고, 1955년부터 총 72만 달러에 이르는 큰돈을 세브란스병원에 기부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앞뜰에는 세브란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 밑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주는 나의 기쁨이 훨씬 더 큽니다.” 이 말은 세브란스가 에비슨 박사에게 병원 설립비를 주면서 한 말입니다.
우리가 세브란스처럼 돈을 주는 기쁨을 누리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러나 축복을 주는 기쁨은 언제나 누릴 수 있습니다. 축복을 주면 반드시 축복을 받게 됩니다. 곧 축복을 주는 기쁨을 누리고 이어서 축복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여러분이 그런 기쁨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우리는 좋은 것을 받기 원합니다.
그런데 좋은 것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것을 주는 것입니다.
그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물론 체면이나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겉사람이 그른 마음으로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속사람으로서 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하여 주면 반드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축복을 주는 일입니다.
모든 형제에게 수시로 축복을 주는 삶을 살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주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게 하여 주옵소서.
이어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받는 기쁨도 누리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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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5/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