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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학대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구약신학 시간에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담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십니까?” 성미 급한 학생이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교수는 틀렸다고 말했습니다. 아담은 인류의 시조인데 이스라엘 사람이 인류의 시조라 할 수는 없다면서 말입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갑돌이라는 학생이 말했습니다. “일단 아담이 한국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교수님은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갑돌이가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아담이 한국 사람이었다면 선악과를 먹지 않았을 겁니다. 선악과를 먹는 대신 뱀을 잡아먹었을 겁니다.”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의 갈빗대로 그의 짝을 창조하시고 그에게 데리고 왔을 때, 아담은 자신의 짝의 이름을 ‘잇샤’라고 불렀습니다. 그 말은 히브리어로서 아내 혹은 여자라는 뜻입니다. ‘나는 남자이니까 당신은 여자요, 나는 남편이니까 당신은 아내요.’라는 뜻으로 ‘잇샤’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저 남자에 대한 상대적인 뜻이지 무슨 특별한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아담은 아내의 이름을 ‘하와’로 바꿔 불렀습니다. 하와’란 히브리어로서 ‘생명’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그저 평범했던 이름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름으로 바뀐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아담이 자기 아내의 이름을 ‘잇샤’에서 ‘하와’로 바꿔 부른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선악과를 먹고 아담의 눈이 밝아져서, 아내가 선악과를 따먹은 일이 매우 고귀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 결과 아내의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와’라고 바꿔 불렀을까요? 아내가 선악과를 따먹은 일이 고귀하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지각되었다면, ‘고귀함’이나 ‘용기’와 같은 뜻을 지닌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왜 ‘생명’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을 선택했을까요?
그 이유를 성경은 밝히고 있습니다. 곧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하와’라고 하였을 때, 생명 자체에 무게중심이 두어진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에 무게중심이 두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담은 그런 발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요? 아담은 어머니가 없었고 또한 아직 자식을 낳아 보지 않아, 어머니라는 개념이 자신의 의식 속에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것은 직전의 하나님의 징계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출산의 고통을 부과하셨습니다. 그 내용을 말하는 3장 16절 말씀을 공동번역으로 읽어드리겠습니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아담은 여자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식과 어머니라는 개념에 눈을 뜨게 되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미 눈이 밝아진 아담은 자식을 낳는 어머니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겁니다. 눈이 밝아진다는 것은 그런 앎을 가능케 합니다.
20절을 공동번역은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아담은 아내를 인류의 어머니라 해서 하와라고 이름 지어 불렀다.” 아담은 아내를 자신들이 갖게 될 자식의 어머니로만 이해한 것이 아닙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이든 ‘인류의 어머니’이든, 훨씬 큰 스케일로서 아내의 어머니 역할을 이해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어머니는 참으로 위대하지 않습니까? 전 지구적 차원의 어머니, 그 안에는 고귀함과 용기도 다 포함되지 않을까요? 생명이 없다면 고귀함이나 용기는 나타날 수 없습니다. 생명이란 모든 것의 뿌리가 되는 근원적 가치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담은 아내의 이름을 단순히 ‘고귀함’이나 ‘용기’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으로 바꿔 부른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서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내의 이름을 ‘하와’로 바꿔 부른 것에는 여성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한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내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여자에게 출산의 고통을 부과하셨습니다. 출산의 고통이 나중에 은총임을 아내가 알게 될 지라도 그것이 고통임은 사실입니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이런 말을 하나님으로부터 들었을 때 여자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요? 두려운 마음, 무거운 마음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며 아담은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당신이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겠지만, 그러나 당신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 인류의 어머니가 될 것이오.’ 라는 뜻으로 ‘하와’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랬다면 아담은 정말 훌륭한 남편입니다. 지금 자신은 하나님으로부터 노동의 수고를 부과 받았습니다. 출산의 고통을 부과 받은 아내만 마음이 무거운 것이 아닙니다. 자신도 마음이 무거운 상태일 겁니다. 그런데 자신보다 아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을 정리해 보면 아담이 아내의 이름을 하필이면 ‘하와’로 바꾼 것에는 두 가지 귀한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아내가 지니고 있는 인류의 어머니로서의 가치를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고, 둘째는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자상한 남편의 마음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지혜와 자비의 모습입니다. 여자가 ‘하와’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히 있었지만, 아내의 그런 가치를 알아보고 또한 자상한 마음으로 그런 이름을 붙여준 아담의 모습이 참으로 훌륭하지 않습니까?
과연 여성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여성성>이 생명의 원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지닙니다. 곧 남성 안에도 여성성이 있고 여성 안에도 남성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를 지배해 온 것은 남성성 혹은 남자의 남성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많은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남성성보다 여성성이 더 큰 비중으로 인류를 이끌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해서 남성이 아닌 여성이 인류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이 아닌 여성성이 인류를 이끌고 가는 것입니다. 여성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면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습니다. 물론 여성이 더 유리하기는 할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여성적 감수성’입니다. 바로 여성적 감수성에 생명이 잉태된다는 것입니다. 신비가 혹은 영성가는 여성적 감수성이 대단히 예민한 사람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남성과 대립하는 여성,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해방을 쟁취함, 이런 식의 인식으로 진행되는 여성운동은 인류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성성이란 대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어느 쪽이 낫다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한 쪽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양 쪽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여자는 눈이 밝아지려는 고귀한 소망을 품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닮으려는 고귀한 소망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선악과를 따먹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눈도 밝아지고 또한 남편의 눈도 밝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여성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에게 아담이라는 남편이 없었더라면 그의 가치는 묻히고 말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담은 여자의 가치를 제대로 꿰뚫어 보았고, 또한 자신도 힘든 처지인데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자상한 마음을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잇샤’에서 ‘하와’로 바꾼 것입니다. 아내가 평범한 여자에서 위대한 생명의 담지자로 새로 태어난 것입니다. 곧 남성성의 도움 없이는 여성성이 피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둘은 언제나 함께 하며 하나로 움직여 나가야 합니다.
남편 되신 분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아내가 여성으로서 위대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여러분은 아내가 출산의 고통뿐 아니라 그 밖의 여러 고통을 겪게 될 때, 그 힘든 마음을 헤아리며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자상한 마음을 지니고 계십니까? 그리하여 여러분의 아내를 진심으로 ‘하와’라고 불러주고 계십니까? 여성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계십니까?
아내 되신 분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눈이 밝아지려는 고귀한 소망을 지니고 계십니까? 그 소망의 성취를 위해 때로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를 발휘하십니까? ‘하와’라는 위대한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계십니까? 여러분의 자녀가 단순히 출세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꽃을 피우는 존재로 자라나기를 기도하십니까? 또한 여러분의 남편이 노동의 수고로 허덕일 때, 그 힘든 마음을 헤아리며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계십니까? 여성성이 남성성과 조화를 이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어떤 남편은 아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자기 아내는 금방 제가 물어본 것에 해당되는 바가 하나도 없다고 말입니다. 자기 아내는 유치하고 바가지만 긁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어떤 아내도 남편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자기 남편은 금방 제가 물어본 것에 해당되는 바가 하나도 없다고 말입니다. 더 나아가 그저 뱀 잡아먹을 궁리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전문가를 통한 상담을 권합니다. 만약 상담이 여의치 않다면 그저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변하기를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부부의 문제는 대체로 쌍방 간의 문제입니다. 물론 한 쪽은 문제가 많고 다른 한 쪽은 적을 수 있지만, 적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는 문제가 없고 상대방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자기는 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상대방만 변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부부 문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래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자신의 몫을 다하는 데에 쏟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기하게도 상대방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하와’는 아담의 아내 이름입니다. 여자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남자의 이름도 ‘하와’가 될 수 있습니다. 여자 혼자서 아이를 낳을 수 없고, 생명은 여성성과 남성성이 함께 어우러짐으로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하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남자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아내를 ‘하와’라 불러주는 남편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아내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하와’라 불러주지 않으시렵니까? 더 나아가 여러분 자신도 아내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명의 담지자라는 차원에서 ‘하와’로 불리는 존재가 되지 않으시렵니까?
여자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남편으로부터 ‘하와’로 불리는 아내가 되지 않으시렵니까? 남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하와’로 불리지 않으시렵니까? 더 나아가 여러분 자신도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생명의 담지자라는 차원에서 ‘하와’로 불러주지 않으시렵니까?
우리 모두 그 안에 고귀함과 용기, 그리고 지혜와 자비를 품고 있는 큰 ‘하와’로서 살아가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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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