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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오후 3시 30분께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도심에서 폭탄이 터져 7명이 사망했습니다. 폭탄 폭발 직후 오슬로 북서쪽 30㎞ 지점 우토야 섬에서 열리던 청년 캠프 행사장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하여 69명이 사망했습니다.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총 76명이 사망한 것입니다. 노르웨이는 충격과 슬픔에 잠겼고 온 세계가 경악하였습니다. 이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브레이비크라는 32살 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다문화주의와 이슬람 이민자를 혐오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도 끔찍한 살인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비록 죽은 사람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친형에게 살해를 당했기 때문에 끔찍한 마음은 노르웨이 사건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나님은 아벨과 그가 바친 제물은 반기셨으나, 가인과 그가 바친 제물은 반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가인은 몹시 화가 나서 얼굴빛이 달라졌습니다. 이에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죄가 너의 문에서 도사리고 앉아서 너를 지배하려고 한다.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 화가 몹시 난 가인은 지금 어떤 죄를 짓기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지금 링 위에서 죄와 가인이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죄의 힘이 가인의 힘보다 더 강해 보입니다. 그래 가인이 죄에게 패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정신을 차려서 죄를 물리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죄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동생 아벨을 죽이는 일일까요? 그렇다면 하나님은 가인이 동생을 죽일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겁니다.
가인은 죄에게 패했습니다. 그리하여 친동생을 들로 데려가 쳐죽였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물음을 하나 갖게 됩니다. 가인이 동생을 죽이는 일을 막아 주실 수는 없었느냐는 겁니다. 단순히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차단해 주실 수는 없었느냐는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몰랐으면 모르되 알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독일의 본훼퍼 목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암살 사건으로 체포되어 결국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는 평소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어떤 미친 운전사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도 위로 차를 몰아 질주한다면, 목사인 내 임무는 희생자들의 장례나 치러 주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자동차에 올라타서 그 미친 운전사로부터 핸들을 빼앗을 것입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미친 운전사는 히틀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누군가 살인을 하려 하면 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하나님은 막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죄를 다스리라고 주의를 주셨을 뿐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님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주십니다. 모든 행동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하도록 내버려 두십니다. 그것은 방관이 아니라 허용입니다. 방관과 허용은 다릅니다. 방관은 수동적인 모습이고, 허용은 능동적인 모습입니다. 방관에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고, 허용에는 긍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모든 행동을 방관하시는 것이 아니라 허용하십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그렇게 하실까요? 인간의 행동에 대해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은 좋지만, 그 자유가 악행에 대해서도 적용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되, 몹쓸 악행에 대해서는 차단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 가급적 아이의 행동을 허용하지만, 그러나 지나친 행동에 대해서는 하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하나님도 그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몹쓸 악행으로 말미암아 큰 불행을 겪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가인의 경우에서도 동생을 죽이지 못하게 막으셨더라면 형이 동생을 죽이는 처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브레이비크에 의한 참사사건 사흘 후, 오슬로 시청 앞 광장은 15만 명의 추모 인파가 만든 거대한 장미꽃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사흘 전의 참사를 겪은 시민들은 범인에 대한 분노 대신, 국민 화합에 대한 염원과 다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것입니다.
오슬로 시민들은 이날 오후 6시가 되자, 모두 일손을 멈추고 손에 손에 장미꽃을 들고 시청 앞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모임은 정부나 관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였습니다. 불과 30여분 사이에 시청 앞 광장은 사무실, 가게, 아파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15만 인파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가득 찼습니다. 예상 외 인파에 시민들 스스로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한 60대 시민은 말했습니다. “오슬로 시내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2차 대전 종전 축하집회 이후 처음입니다.” 시민들이 조용히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가운데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원래 대성당까지 행진하기로 했는데,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차 가두행진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 연단에 오른 왕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밤 오슬로 거리는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지만 관용과 자유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마가 한 인간을 죽일 수는 있지만 인류를 패퇴시킬 수는 없습니다. 오늘 행진은 민주주의와 관용, 화합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입니다.”
시민들은 지도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며, 장미꽃을 높이 치켜들고 흔들며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이어 나지막한 음성으로 추모곡을 합창했습니다. 곁에 서 있던 사람과 포옹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추모행사가 끝나자 시민들은 조용히 흩어지며 오슬로 시내 전체를 거대한 장미정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들고 왔던 장미를 관공서 입구 계단 등에 하나 둘 내려놓았습니다. 테러 현장인 정부청사 거리 앞에 쳐둔 바리케이드에도 수많은 장미꽃송이가 꽂혔습니다. 시민들은 테러 현장 늑장 출동, 엉터리 사망자 집계 등 무능으로 질타 받고 있는 경찰에게도 꽃을 건네며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테러범에 대해 분노하고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 시민은 말했습니다. “범인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려고 모인 게 아닙니다. 조국과 희생자를 위해 모인 것입니다.”
시민들이 감동적인 추모대회로 단합을 과시한 데 이어 정치지도자들도 적극적인 국민화합 행보에 나섰습니다. 시민대회 다음 날 노르웨이 왕세자가 외교장관, 여성평등부장관, 카톨릭 주교 등과 함께 오슬로 시내에 있는 ‘세계이슬람선교사원’을 예고 없이 방문한 것입니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따로 마련한 희생자 추모 기도회에 자리를 함께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숙한 노르웨이 국민과 오슬로 시민들에 대해 부러움을 갖게 됩니다. 그들은 초대형 참사를 관용과 국민 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톨레랑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이념이나 종교에 대한 관용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들은 대참사의 슬픔의 바다에 톨레랑스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줍니다. 그런데 이 감동은 어떤 전제 위에서 가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레이비크의 학살행위였습니다. 브레이비크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행위였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물론 우리가 죄를 짓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죄를 잘 다스리는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하지만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막지는 않으십니다. 그냥 허용하십니다. 그 죄가 불행을 불러오겠지만, 한편 다른 긍정적인 현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누군가가 큰 죄를 지었을 때, 그 죄를 씨앗으로 삼아 감동의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십니다. 그런 차원에서 하나님은 브레이비크가 끔찍한 학살행위를 선택했을 때 막지 않고 허용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씨앗이 되어 긍정적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셨습니다. 노르웨이 국민들과 오슬로 시민들은 그 씨앗을 지혜롭게 사용하여 큰 감동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하나님은 브레이비크에 의해 76명의 사람들이 죽었을 때 몹시 슬퍼하셨지만, 노르웨이 국민들과 오슬로 시민들이 톨레랑스의 꽃을 피워냈을 때 천사들과 더불어 크게 기뻐하신 것입니다.
가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에게 죄를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셨지만, 그가 동생을 죽이는 일을 허용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씨앗이 되어 다른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신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세상을 운행하시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것을 악으로 간주하곤 합니다. 자신의 이념과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 자신의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악으로 간주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그 악을 비난하고 더 나아가 응징하려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것, 자신의 이념과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 자신의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결코 악이 아닙니다. 단지 나와 다른 입장이고, 나와 다른 이념이고, 나와 다른 종교일 뿐입니다. 그것은 응징의 대상이 아니라 허용과 관용의 대상입니다.
A와 B가 있습니다. A는 나와 다른 입장, 나와 다른 이념, 나와 다른 종교를 악으로 간주하며 응징하려는 자세로 살아갑니다. 한편 B는 나와 다른 입장, 나와 다른 이념, 나와 다른 종교에 대해 <톨레랑스>의 자세로 살아갑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우리가 B와 같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여기서 좀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와 상대방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대부분 내가 맞고 상대방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로 자신의 입장이 맞다고 생각하니, 누가 진짜로 맞는지는 하나님만이 알 수 있습니다. 또 나와 상대방이 함께 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에 있어 내가 맞고 상대방이 틀리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 때 틀린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자세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응징의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관용의 자세입니다. 우리는 자주 응징의 자세를 가지려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하는 자세는 관용의 자세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나와 입장이 다른 정도를 넘어서서, 상대방의 입장이 크게 틀렸고 더 나아가 악인 경우라 하더라도 관용의 자세로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나와 다른 입장인 정도일 뿐인데도 응징의 자세를 가집니다.
로마서 12장 19절부터 21절까지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십시오. 성경에도 기록하기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그가 목말라 하거든 마실 것을 주어라. 그렇게 하는 것은 네가 그의 머리 위에다가 숯불을 쌓는 셈이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 바로 상대방이 단순히 나와 입장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은 원수이고 또한 악인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악에게 지지는 말되,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겁니다. 곧 그 악에 대해 선으로 대하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악에 대해 관용으로 대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악을 허용하십니다. 그 하나님의 뜻에 따라 악을 응징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악에 대해 <톨레랑스>의 자세로 임하면 좋겠습니다. 악의 응징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악을 씨앗으로 삼아 피어나는 고귀한 감동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런 너그러운 존재, 자비로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눈부신 은총으로 화답해 주실 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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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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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