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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IS는 자신들의 선전 잡지인 다비크에 중국인과 노르웨이인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IS가 어디선가 납치한 사진 속의 두 사람은 노란색 죄수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석방을 대가로 몸값을 요구한 것입니다. 사진 밑에는 ‘판매 중(For Sale)’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로부터 두 달쯤 후인 11월 18일에 IS는 그 두 사람을 처형했다고 밝혔습니다. 파리에서 132명이 사망하는 테러가 일어나고 나서 며칠 후의 일입니다. 두 사람의 눈을 가린 모습과 노란색 죄수복을 입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습도 공개했습니다.
IS는 처음에 두 사람을 판매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거래를 시도했던 것입니다. 예전에 거래에 성공하여 돈을 받고 납치했던 사람을 풀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래에 실패하여 살해한 것입니다. 거래 행위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거래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은 거래의 모습이 나옵니다.
레아가 낳은 첫 번째 아들인 르우벤이 들에 나갔다가 자귀나무를 발견하여 어머니 레아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라헬이 언니에게 자귀나무를 조금만 나눠 달라고 말했습니다. 자귀나무는 불임 여성의 회임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헬이 그걸 달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자 레아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남편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부족하냐? 그래서 내 아들이 가져온 자귀나무까지 가져가려는 것이냐?” 그러자 라헬이 말했습니다. “그럼 언니 아들이 가져온 자귀나무를 나에게 주어요. 그 대신에 오늘 밤에는 그이가 언니하고 함께 자도록 하지요.” 자귀나무가 꼭 필요했던 라헬이 거래를 제안한 것입니다. 이 거래는 성사되어 레아는 동생에게 자귀나무를 주고 그 날 밤 야곱과 동침했습니다. 남편 잠자리를 가지고 거래한 이 이야기는 좋은 기분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레아가 처음에 자귀나무를 조금만 나눠 달라는 동생의 청을 순순히 들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사실 그럴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레아는 이미 아들을 넷이나 낳았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아이를 하나도 못 낳았습니다. 비록 남편이 동생만 사랑한다 해도, 언니로서 아이 못 낳는 동생을 위해 그까짓 자귀나무 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레아는 사실 자귀나무가 그다지 필요 없으니까요. 자귀나무를 주면서 “이거 잘 먹고 꼭 아이를 낳으면 좋겠구나.”라고 다정하게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언니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라헬도 언니에게 남편 잠자리를 양보했을 수 있습니다. 그랬다면 거래의 과정 없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갖게 되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두 사람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사랑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맺는 관계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거래 관계와 사랑의 관계입니다. 우리의 사회생활은 대부분 거래 관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직장에 취직해 있는 사람은 피고용자로서 고용자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도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 거래 관계를 맺습니다. 우리는 의식주를 위해 물건을 사야 하므로 거의 매일 파는 사람과 거래 관계를 맺습니다.
그렇다면 거래 관계가 아닌 관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관계, 가족 관계 등입니다. 하지만 우정 관계에도 틈틈이 거래가 끼어듭니다. 가족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거래할 때가 있습니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가 사이가 안 좋을 때는 거의 거래 관계가 됩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자매 역시 거래 관계입니다. 본문의 레아와 라헬이 바로 거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아가 남편 야곱을 대하는 것 역시 거래 관계입니다. 곧 자기 몸종을 남편에게 주고 남편한테서 사랑을 받으려 하는 것이 바로 거래 행위가 아닙니까?
거래 관계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곧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저 삶의 한 방편일 뿐입니다. 의미 있는 가치는 사랑의 관계에서만 발생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사랑의 관계는 흔치 않습니다. 그 말은 우리의 삶에서 의미 있는 가치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을 살 때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가치 있는 삶을 살려면 사랑의 관계가 늘어야 합니다. 사랑의 관계가 늘어날 때 행복감이 깊어집니다.
그렇다면 사랑의 관계란 어떤 관계일까요? 거래는 주고받는 일이요, 사랑은 그저 주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의 내가 타인에게 좋은 것을 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주고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받으려는 마음 없이 주고, 주고서 감사하니, 거기서 귀한 가치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그 가치로 인해 행복해지지 않겠습니까?
예컨대 내가 타인에게 생일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 생일에 그가 선물을 안 주는 겁니다. 그때 조금이라도 섭섭한 마음이 들면 나는 거래 관계로서 그를 대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내 생일에 타인한테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타인 생일이 되었을 때, 받았으니까 나도 준다는 생각으로 선물을 주면 역시 거래 관계가 됩니다. 그저 축하하는 마음으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한 일이고, 그 감사를 표현한다는 차원에서 주는 겁니다.
어쨌든 받으려는 마음 없이 좋은 것을 주고 감사하는 것, 이것이 사랑의 관계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대하는 것은 사랑의 관계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어렸을 때는 받으려는 마음 없이 주는 거 같은데, 커서는 자식한테서 받으려는 마음을 갖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만약 자식의 어떤 행동에 대해 짜증이 난다면, 받으려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은 결과로 보아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도 자식과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갖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면 내가 가졌던 것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 빈자리, 그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그 빈자리로 인해 우리는 공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공허감은 결핍감과 상실감 더 나아가 두려움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빈자리로 인한 공허감을 싫어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꽉 채워진 충만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면 다시 받기를 바랍니다. 빈자리가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거래 관계로 사는 겁니다. 따라서 그저 주기만 하는 사랑은 우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삶에서 의미 있는 가치가 발생하는 것은, 곧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사랑의 관계이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예수님이 그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 말씀은 타인을 너 자신으로 여기며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타인을 나로 여기는 것입니다. 타인을 나로 여기는 것을 전제로 하여, 편의상 나를 A나라고 하고 타인을 B나라고 하겠습니다. A나와 B나는 겉모습은 A와 B로 다릅니다. 하지만 나라는 사실에서 같습니다. 그 말은 A와 B로서 둘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나로서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A나가 B나에게 주면 내가 나에게 준 것입니다. 그렇게 되니까 공허감이 안 생기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타인을 너로 여기며 좋은 것을 주면 반드시 공허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타인을 나로 여기며 좋은 것을 주면 신기하게도 공허감이 안 생깁니다. 묘한 현상이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A나가 B나에게 주면, B나도 A나에게 줍니다. 달리 말하자면 주면 받게 되는 겁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타인을 나로 여기며 좋은 것을 주고 감사하면 공허감이 안 생깁니다. 대신 귀한 가치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행복감이 생깁니다. 또한 타인도 나에게 좋은 것을 줍니다. 그래서 주면 줄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이렇게 이해해도 됩니다. 타인을 거울에 비친 나로 보는 겁니다. 그러면 타인을 보는데 거울에 비친 나를 보게 됩니다. 내가 웃으면 타인 곧 거울 속의 나도 웃고, 내가 찡그리면 타인 곧 거울 속의 나도 찡그립니다. 그리고 내가 타인에게 주었는데 거울 속의 내가 받습니다. 받았으니 감사합니다.
이런 원리를 머리로 이해해도 막상 실행하려면 어렵습니다. 주면 내 것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인을 나로 여기며 주고 감사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예수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 훈련을 반드시 도와주십니다. 왜냐하면 타인을 나로 여기며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의 가장 큰 뜻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10:8b)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이 카톡으로 보내온 긴 글에서 한 사건만 읽어드리겠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 나는 한참 만화와 오락에 빠져 있었는데 항상 용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매일 밤 어머니의 지갑에서 몇백 원씩을 슬쩍 하고는 했는데, 그러다 어느 날은 간 크게도 어머니의 지갑에서 오천 원이나 훔쳐서 TV 위의 덮개 밑에 숨겨 두었다. 그런데 그게 다음 날 아침에 발각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당연히 나를 의심했다. 어머니는 무서운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철저하게 잡아 땠다. 그러자 어머니는 형을 추궁했다. 형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 줄 몰라 했다. 그러다 상황을 알아차린 형은 어머니에게 잘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믿었던 형이었기에 더욱더 화가 나셨고, 나는 죽도록 어머니에게 매 맞고 있는 형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형은 동생이 어머니의 돈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자기가 훔쳤다고 말했습니다. 동생에게 아주 좋은 것을 준 것입니다. 그런데 동생에게 받을 마음 없이 준 것이 분명합니다. 형은 동생과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전체 내용을 다 읽으면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형이 거의 모든 사람과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생은 형을 천사라고 부릅니다. 교회 홈페이지에 전문을 실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살면서 거래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직장을 다녀야 하고, 물건을 팔아야 하고, 물건을 사야 합니다. 거래 관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틈틈이 사랑의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사랑의 관계를 방해하는 것은 두려움입니다. 그 두려움을 예수님께 내맡기고 받으려는 마음 없이 좋은 것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겁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두려워할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좋은 것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또 감사하게 됩니다. 분명히 주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늘어갑니다. 신비로운 행복감이 깊어갑니다.
예수님은 당신께서 누리시는 완전한 행복을 우리도 누리게 하려고, 타인을 나로 여기며 살라고 하십니다. 거저 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러한 예수님의 뜻대로 살려는 사람들을 도와주십니다. 우리 신명가족이 예수님의 뜻대로 살아 그분의 은총으로 충만한 인생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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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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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