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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주로 배우자의 부정적인 측면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이 분들은 남편이든 아내든 배우자의 단점이나, 평소 자기 마음에 안 드는 행동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셈이 됩니다. 마침 그 자리에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그 당사자의 마음이 몹시 살펴집니다.
둘째는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배우자가 그 자리에 없을 때는 가볍게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배우자가 함께 있을 때는 거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대체로 배우자의 긍정적인 측면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이 분들은 배우자의 장점이나 칭찬을 말합니다. 팔불출이라고 사람들이 놀리기도 하겠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은 편합니다.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가까우십니까? 아니, 이렇게 생각해 보지요. 여러분은 자신의 배우자가 어느 유형에 속하기를 바라십니까? 사람들 앞에서 여러분의 배우자가 여러분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여러분의 기분은 어떠하셨습니까? 자신의 배우자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 분은 참으로 복됩니다. 그런 분은 차제에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깊이 감사해야 합니다. 만약 들어 보았다면 그 때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기분 좋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여러분의 배우자가 첫째 유형은 아니기를, 둘째나 셋째 유형이기를 바랄 겁니다.
그런데 배우자는 셋째 유형이기를 바라면서 여러분 자신은 혹 첫째 유형에 가깝지는 않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사람들 앞에서 배우자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러분의 배우자는 기분이 몹시 상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별히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고 그렇습니다. 자신은 농담하는 기분으로 그런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배우자가 속하기를 바라는 셋째 유형에 여러분이 먼저 속하면 좋겠습니다. 셋째 유형이 어려우면 둘째 유형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대부분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건 상담가나 혹은 아주 신뢰할만한 사람이나 친한 친구에게 국한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게다가 배우자가 있는 자리에서 불만을 말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행동입니다. 가끔 유머러스하게 살짝 건드리는 정도는 허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중요성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곧 “나는 사랑받고 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존경하고 있다.” 라는 확신이 들면 자신의 중요성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주일에 본 <인간의 두 얼굴>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중심성을 가진다고 하였습니다. 자기중심성과 자신의 중요성은 같은 의미입니다. 세밀하게 말한다면 자기중심성은 인간의 겉모습이고, 그 안의 내용은 자신의 중요성을 실현하려는 것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중요성을 실현하는 일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형적으로 어떤 모습을 띌지라도,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더라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중요성을 실현하려는 바람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애인과 데이트를 즐길 때, 심지어는 타인을 도울 때 등 그 어떤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자신의 중요성이 실현되지 않으면 불만, 우울, 분노, 집착 등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서로의 중요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갈등과 반목이 생겨나게 되지요. 부부싸움이라는 것도 두 사람이 서로의 중요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구분한 첫째 유형도 부부관계에서 자신의 중요성이 실현되지 못한 불만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상담이란 자신의 중요성이 많이 훼손된 사람을 상담가가 만나서 그의 중요성을 회복시켜 주는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그 때 상담가는 자신의 중요성은 내려놓고 내담자의 중요성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걸 잘 하면 유능한 상담가가 되는 것이지요. 유능한 상담가와 유능하지 않은 상담가는 바로 그 점에서 갈립니다. 곧 자신의 중요성을 낮추고 내담자의 중요성을 높이는 정도에 비례하여 유능성이 판가름납니다. 경청, 공감, 지지, 칭찬, 격려 등 모든 상담기법들은 상담가의 중요성은 낮추고 내담자의 중요성을 높이는 일인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심리구조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유능한 상담가라 하더라도, 상담을 끝내고 자기 개인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자신의 중요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 때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부모, 배우자, 자식, 동료, 적대자 등)은 똑같이 자신의 중요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서로의 중요성이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상담실 안에서는 유능한 상담가이지만, 상담실 밖에서는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유능한 상담가도 그러하니 일반인들은 더 하지요.
사람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결정됩니다. 의아하게 들리시겠지만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중요성을 낮추는 것이 행복을 위한 열쇠가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중요성을 낮추고 상대방의 중요성을 높일 때, 결과적으로 자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A와 B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A는 늘 자신의 중요성은 낮추고 B의 중요성을 높여줍니다. A로 말미암아 자신의 중요성이 높아진 B는 기분이 아주 좋아집니다. 그러면 B 역시 A의 중요성을 높여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A가 자신의 중요성을 낮추었는데 B에 의해 자신의 중요성이 높여지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중요성을 낮추는 것, 이것이 자신의 중요성을 높이는 좋은 길입니다. 상담가가 상담실 안에서 자신의 중요성을 낮출수록 유능한 상담가가 되고,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유능한 상담가라는 평판으로 자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상대방의 중요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상담가가 내담자에게 하듯 하면 됩니다. 곧 경청, 공감, 지지, 칭찬, 격려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전문상담가처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약간의 훈련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누구에게나 가능합니다.
자신의 중요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신앙의 훈련이랄까 혹은 수행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곧 하나님이 내 안에 가득한 존재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런 존재를 <헐렁한 존재, 텅빈 존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존재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무게중심을 두려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물론 사랑의 마음으로 그리 하여야 합니다.
인도의 간디가 여행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기차에 올랐을 때 신발 한 짝이 플랫홈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미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간디는 지체 없이 나머지 신발을 벗어 다른 한 짝이 떨어진 곳으로 던졌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랬냐고 물었습니다. 간디가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신발 한 짝은 누구에게나 쓸모가 없지요. 그렇지만 저렇게 두 짝이 되면 쓸모가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가난한 사람이 줍는다면 더욱 감사한 일입니다.”
간디가 신발 한 짝을 갖고 있었다면, 떨어뜨린 한 짝이 계속 생각나면서 아까운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곧 계속 어두운 마음에 갇혀 있게 됩니다. 그러나 신발을 던져버림으로써 누군가 신발을 줍는 사람의 기쁨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 사람의 기쁨을 생각하며 자신도 흐뭇한 마음에 감싸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발도 만들어진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간디 같은 사람이 바로 자신의 중요성을 버리고 상대방의 중요성을 높이는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중요성을 높이려는 사람은 그런 경우 신발 한 짝을 버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중요성을 높이려는 마음이 늘 있었기에 재빠르게 신발 한 짝을 던질 생각이 났던 겁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곧 자신의 배우자가 셋째 유형이기를 바란다면 자신이 먼저 셋째 유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중요성이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우선 상대방의 중요성을 높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깨어 있음, 자신에 대한 중요성을 낮춤, 타인에 대한 배려>, 이 세 가지가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비결입니다. 깨어 있음이 필요한 것은, 깨어 있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중요성을 높이려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 원리로 모든 인간관계를 맺어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부관계도 날로 원만해지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중요성도 실현되는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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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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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중현